글 한동옥 사진 A.S.O
UAE 팀 에미리츠의 타데이 포가챠(Tadej Pogačar)가 22세가 되는 생일 하루 전, 옐로우 저지를 입고 파리 개선문에 도달하면서 투르 드 프랑스의 역사를 새로 썼다. 투르 드 프랑스 첫 출전에 개인종합우승(옐로우 저지) 뿐만 아니라 산악왕(폴카닷 저지) 그리고 베스트 영 라이더(화이트 저지)까지 3개 부문을 거머쥔 최초의 선수로 기록됐기 때문이다. 또한 1919년 이후 역대 두번째로 어린 우승자이자 슬로베니아 최초의 투르 드 프랑스 우승자가 됐다.
107회 투르 드 프랑스는 22개 팀 176명의 선수가 출전해서, 145명의 선수가 파리 샹젤리제에 도달했다. A.S.O./Pauline Ballet
6월 27일로 예정되어 있었던 2020 투르 드 프랑스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으로 인해 개최가 두 달이 연기되었다. 사이클링 팬들의 오랜 기다림 끝에 22개 팀 176명의 선수들이 8월 29일 니스에서 출발해 9월 20일 파리 샹젤리제까지 23일 동안 21구간, 총 3483㎞의 기나긴 여정을 마무리했다.
2020 투르 드 프랑스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으로 인해 두 달이 연기되어 8월 29일부터 9월 20일까지 진행됐다. ‘엘 디아블로’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독일의 사이클링 팬, 디디 센프트도 마스크를 썼다.
107회, 투르 드 프랑스는 같은 슬로베니아 선수인 프리모쉬 로글리치(Primož Roglič)와 타데이 포가차르가 개인타임트라이얼(ITT)로 승부를 겨룬 20구간에서 클라이맥스에 도달했다. 9구간에서 아담 예이츠(미첼튼 스캇)로부터 옐로우 저지를 빼앗아온 프리모쉬 로글리치(팀 윰보 비스마)는 이후 12일 간 옐로우 저지를 지켜내고 있었다. 로글리치가 옐로우 저지를 입은 이후 포가차르는 44초 차로 뒤따르다가 16구간에서 시간차를 4초 줄이는데 성공했지만, 17구간에서 로글리치가 다시 17초 차이로 도망가면서 기록의 갭은 57초가 됐다. 이후 개인타임트라이얼로 진행된 20구간이 시작되기 전까지, 프리모쉬 로글리치는 팀 윰보 비스마 동료들의 호위를 받으며 포가챠와 57초 차이를 유지했고, 많은 사람들이 로글리치의 종합우승을 예상했다.
21구간, 3483㎞를 달리는 2020 투르 드 프랑스에는 22개 팀, 176명의 선수가 출전했다.
20구간 개인타임트라이얼에서 2020 투르 드 프랑스의 드라마가 쓰여졌다. 개인종합순위의 역순으로 출발하는 36.2㎞ 개인타임트라이얼 코스의 마지막 5.9㎞ 구간에는 평균경사도 8.5%의 1등급 업힐이 놓여있어서 선수들은 업힐 직전에 타임트라이얼 자전거를 경량 자전거로 바꿔타고 언덕을 올랐다. 스타트라인 뒤로 9명의 선수가 남았을 때 톰 듀믈랭(팀 윰보 비스마)이 페달을 밝기 시작했고, 자전거를 교체하지 않고 끝까지 달려서 57분16초라는 당시까지의 최고기록을 작성, 전 타임트라이얼 세계챔피언의 실력을 과시했다. 타데이 포가챠가 종합 3위였던 미겔 앙헬 로페즈(아스타나) 다음에 출발했고, 2분 뒤 프리모쉬 로글리치가 마지막으로 스타트라인을 지나면서 상대가 보이지 않는 싸움을 시작했다.
헬멧을 고쳐 쓸 겨를도 없이 혼신의 역주 중인 프리모쉬 로글리치. 샹젤리제 입성을 하루 앞둔 20구간 개인타임트라이얼에서 포가챠보다 1분57초 늦은 기록으로 결승점을 통과하면서, 옐로우 저지를 넘겨줘야만 했다. A.S.O./Pauline Ballet
로글리치가 종합 1위를 수성하기 위해서는 타데이 포가챠보다 느리더라도 57초 이내의 기록으만 결승점을 통과하면 됐지만, 포가차르는 중간 계측 때마다 로글리치보다 빠른 페이스를 나타냈다. 개인타임트라이얼의 결과는 놀라웠다. 타데이 포가챠가 톰 듀믈랭보다 1분21초나 빠른 55분55초로 피니시라인을 통과했고, 마지막 주자이자 옐로우 저지 착용자였던 프리모쉬 로글리치는 마진이었던 57초를 잃고, 59초나 더 넘겨선 57분51초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타데이 포가챠가 구간 우승과 투르 드 프랑스 종합 우승을 확정지은 순간이다.
베스트 영 라이더를 나타내는 화이트 저지를 입고 20구간 ITT 결승점을 향해 가는 타데이 포가차르. 관중들의 환호에 팀의 무전이 들리지 않았다고. A.S.O./Pauline Ballet
타데이 포가챠는 2017년부터 2년간 슬로베니아의 컨티넨탈 팀인 로그 루블라냐에서 활동하면서 슬로베니아 로드/타임 트라이얼 그리고 사이클로크로스 U23 내셔널 챔피언에 올랐다. 그의 잠재력을 확인한 UCI 월드팀, UAE 팀 에미리츠는 2018년 말에 포가챠를 팀에 합류하켰다. UAE 팀에 따르면 포가챠의 프로 데뷔 후 2년 간은 교육의 기간으로 설정하고, 2022년부터 본격적인 그랜드투어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었다고.
하지만 타데이 포가챠는 프로 데뷔 첫해, 투어 오브 캘리포니아를 20세의 나이로 우승하면서 최연소 우승자 기록을 새로 썼고, 첫 그랜드투어였던 부엘타 아 에스파냐에서 종합 3위를 차지하면서 프로 사이클링 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리고 1년 후, 21세 마지막 날 처음 출전한 투르 드 프랑스에서 우승하면서 세계적인 스타 라이더가 됐다.
2020 투르 드 프랑스를 마감하는 21구간에서 타데이 포가챠가 옐로우로 치장된 콜나고 V3RS를 타고 달리는 모습. 헬멧과 장갑 그리고 신발까지 모든 것이 옐로우로 물들었다. ⓒA.S.O./Pauline Ballet
타데이 포가챠는 종합우승 뿐 아니라 베스트 영 라이더와 산악왕까지 거머쥐었고, 최고의 스프린터를 가리는 포인트 부문에서는 샘 베넷(디크닉 퀵스텝)이, 팀 부문에서는 모비스타 팀이 3년 연속 정상에 올랐다.
마지막 구간 경기 전 팬들에게 인사하는 UAE 에미리츠 팀 선수들.
루브르 박물관 앞을 지나는 선수들. ⓒA.S.O./Alex Broadway
21구간을 달려온 145명의 선수들이 개선문을 지나는 모습. 개선문과 콩코드 광장을 잇는 구간을 8바퀴 돈 후 스프린트 경쟁이 펼쳐졌다. ⓒA.S.O./Alex Broadway
개선문을 뒤로 한 샹젤리제 거리를 질주하는 선수들. ⓒA.S.O./Pauline Ballet
투르 드 프랑스 출전 첫 해에 종합우승을 달성한 타데이 포가챠. ⓒA.S.O./Pauline Ballet
개인종합 시상식. 왼쪽부터 프리모쉬 로글리치, 타데이 포가챠, 리치 포트. ⓒA.S.O./Pauline Ballet
왼쪽의 화이트 저지와 폴카 닷 저지도 모두 타데이 포챠의 것이다. 그린 저지는 샘 베넷이 차지했다. ⓒA.S.O./Pauline Ballet
2018년부터 3년 연속으로 투르 드 프랑스에서 팀 종합우승을 차지한 모비스타 팀. ⓒA.S.O./Pauline Ballet
■ 2020 투르 드 프랑스 결과 www.letour.f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