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스위스로 넘어갔던 투어는 10일 하루를 쉬며 다시 프랑스로 돌아왔다. 11일 열린 10구간 경기에서 선수들은 마쿤(Macon)부터 벨갸드 시어 벨서린(Bellegarde-sur-Valserine)까지 194.5㎞를 달렸다. 산악구간으로 분류됐지만 지형은 시작부터 73㎞지점까진 평지이고 그 이후에 3개의 산이 연속된 복합적인 형태였다.
스프린터, 포인트를 위해 달리다.
130.5㎞에 위치한 중간 스프린트 지점까진 2등급의 언덕 한 개만 넘으면 돼 경기 초반엔 스프린터들의 포인트 경쟁이 치열했다. 포인트 선두를 경쟁하는 피터 사간(Peter Sagan, 리퀴가스-캐논데일)과 매튜 고스(Matthew Goss, 그린엣지)를 포함해 세 명의 선수가 2㎞지점에서 그룹을 뛰쳐나갔다. 선두그룹과의 거리가 벌어지며 펠러톤에선 선두를 따라잡으려는 그룹들이 나뉘고 흡수되길 반복했고, 카운터어택에 성공한 몇 개의 그룹은 선두에 합류했다. 35㎞지점을 지나며 선두그룹은 25명으로 숫자를 늘려 도망쳤다. 선두그룹 내에서 종합순위 시간이 가장 빠른 선수는 스칼포니 미켈레(Scarponi Michele, 람프레)로 1위와는 10분27초 차, 27위였다. 선두그룹 내에 투르 드 프랑스 구간우승 경험이 있는 선수는 열 명, 옐로저지를 입었던 선수도 또마 뷔클레(Tomas Voeckler, 유로카)등 넷이나 돼 펠러톤도 추격의 고삐를 늦출 수 없는 상황이었다. 펠러톤의 선두에서 추격을 서두르는 이들은 위긴스(Bradley Wiggins, 스카이 프로사이클링)의 옐로저지를 지켜야하는 스카이.
선두와 펠러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선두그룹에 합류하려는 카운터어택 그룹까지 경쟁하며 속도는 자연스레 빨라졌다. 10구간 경기시작 후 한 시간 동안 이 무시무시한 선수들은 평균 49.8㎞/h로 달려 올해 투르 드 프랑스에서 가장 빠른 평균속도를 기록했다.
첫 언덕을 앞두고 선두와 펠러톤 사이의 시간차는 7분까지 벌어졌다. 첫 번째 언덕의 주인공은 투어 초반 산악왕 저지를 입었던 마이클 몰코브(Michael Morkov, 삭소뱅크)였다. 아라시로 유키야(Arashiro Yukiya, 유로카)는 두 번째로 언덕을 넘었다. 하지만 내리막에서 뷔클레가 펑크로 뒤쳐졌고, 그를 돕기 위해 유키야도 템포를 늦췄다. 유키야의 도움으로 뷔클레는 내리막을 다 내려가기 전 선두그룹에 합류했다. 첫 번째 언덕을 내려오며 중간 스프린트 포인트를 향한 스프린터들의 경쟁이 시작되었다. 사간이 앞으로 나섰고 고스가 견제에 들어갔다. 고스는 경쟁에서 앞서며 20점의 스프린트 포인트를 챙겼지만 사간도 15점을 추가해 27점차로 포인트 선두를 지켰다.
10구간 경기를 마친 현재 피터 사간(Peter Sagan, 리퀴가스-캐논데일)은 232점으로 포인트 2위의 매튜 고스(Matthew Goss, 그린엣지)를 27점 앞서고 있다.
뷔클레의 브레이크어웨이 성공
경기의 흐름은 전반부와 후반부가 뚜렷이 다른 양상을 보였다. 중간 스프린트 포인트를 지난 스프린터들은 눈에 띄게 속도를 줄였다. 선두그룹에서 벗어나 펠러톤에 복귀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고스와 사간이 선두그룹에서 떨어져 나갔고, 뷔클레를 돕느라 힘을 너무 써버린 유키야도 뒤쳐졌다. 선두그룹은 숫자가 줄어들며 불리해졌고, 펠러톤의 공세도 거세졌다.
10구간에서 가장 큰 난관은 해발 1500m가 넘는 높이의 콜두강 콜롬비에(Col du Grand Colombier)였다. 선수들은 평균경사 7.1%의 오르막을 17.4㎞나 올라야 한다. 등급 외(Hors Categorie)로 분류된 가장 높은 수준의 언덕인 만큼 보상은 달콤하다. 이 구간에 걸린 산악포인트는 1위 25점, 2위 20점, 3위 16점 등으로 상위 10명까지 수여된다. 특히 1위는 9스테이지까지의 결과와 관계없이 산악왕 저지를 입을 수 있는 상황이다.
콜두강 콜롬비에를 오르며 혼전을 거듭한 결과, 선두그룹은 또마 뷔클레, 미켈레 스칼포니(Michele Scarponi, 람프레), 드리스 데비닌스(Dries Devenyns, 퀵스텝), 루이스-리온 산체스(Luis-leon Sanchez, 라보뱅크)로 좁혀졌다. 그 뒤를 젠스 보이트(Jens Voigt, 라디오섁)와 3명의 선수들이 추격했다. 뷔클레가 산악왕 저지를 위해 어택했고, 그를 제칠 수 있는 선수는 없었다. 이제 네 명의 선두 뒤엔 드미트리 포포노프(Dmitriy Fofonov, 아스타나)가 가세한 옌스 포크트(Jens Voigt, 라디오섁)의 추격조가 뒤따르고 있다.
뷔클레는 콜두강 콜롬비에(Col du Grand Colombier)의 산악 포인트를 가장 먼저 통과해 25점을 획득했다. 그는 9구간까지 21점을 적립한 산악포인트 리더 케시코프(Fredrik Kessiakoff, 아스타나)를 단숨에 앞지르며 산악왕 저지를 입었다.
펠러톤의 선두엔 브래들리 위긴스와 카델 에반스(Cadel Evans, BMC 레이싱), 빈센조 니발리(Vincenzo Nivali, 리퀴가스 캐논데일) 등의 종합우승 후보들이 포진해 있었다. 언덕을 내려가며 니발리의 공격이 시작됐다. 선두에서 뒤쳐졌던 사간이 니발리의 공격을 도왔다. 사간의 도움을 받은 니발리는 언덕을 내려오며 위긴스 보다 55초를 벌었다. 니발리는 충분히 위협적이었지만 강력한 스카이 팀의 도움을 등에 업은 위긴스는 마지막 언덕을 넘으며 니발리를 따라잡았다. 스카이의 고속열차를 따라 올 수 있었던 건 카델 에반스를 비롯한 몇몇 선수에 지나지 않다. 펠러톤의 선두는 25명으로 좁혀졌다.
9㎞를 남겨두고 옌스 포크트가 4명의 선두그룹에 합류해 선두그룹은 5명이 됐다. 골을 얼마 남기지 않자 5명의 선두 모두가 우승을 탐내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어택과 견제가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 또마 뷔클레가 먼저 골을 통과했다. 5명의 선두그룹 뒤로 추격조가 피니쉬라인을 넘었다. 종합순위 상위 5등 이내의 선수들은 모두 위긴스와 함께 골인해 시간차를 좁히지 못했다.
뷔클레는 경기초반부터 시작한 브레이크어웨이를 성공시키며 구간우승을 거뒀다.
경기 후의 뷔클레는 이렇게 인터뷰했다. “오늘 일찍 나는 스스로에게 ‘브레이크어웨이는 성공할 수 있고, 우승도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건 확실했지만 아주 강력한 선수들이 많기에 완전히 확신할 순 없었다. 사실 피니쉬라인을 겨우 5미터 앞에 두었을 때 내가 우승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마지막 500미터는 무척 힘들었다. 나는 뒤를 돌아봤고 거기엔 옌스 포크트와 루이스 리온 산체스가 있었다. 나는 오늘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아주 긴 500m였다.”
뷔클레의 브레이크어웨이는 구간우승, 산악왕 저지에 이어 가장 공격적인 라이더 수상까지 3개의 상을 그에게 선사했다.
위긴스는 옐로저지를 다시 지켜냈다. 스카이 팀은 이대로 파리까지 그의 옐로저지를 지킬 계획이다.
티제이 반 가더른(Tejay Van garderen, BMC 레이싱)은 종합순위 27위로 86년1월1일 생 이후의 가장 우수한 라이더에게 수여되는 베스트 영 라이더를 수상했다.
11구간 : 마의 산악구간
11구간은 알베흐빌(Albertville)부터 라투스위에-리시벨르(La Toussuire – Les Sybelles)까지 148㎞의 비교적 짧은 코스다. 하지만 4개의 산을 넘어야하고 그 중 두 개는 등급 외로 분류된 최고 수준의 난이도를 자랑한다. 나머지 둘도 1등급과 2등급으로 만만치 않다. 10구간에서 선수들은 많은 힘을 소진했다. 11스테이지에선 위긴스를 지키는 스카이 팀과 그 들을 쫒는 팀들 간의 접전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