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구간 : 다시 한 번 시간차를 벌린 위긴스
2012 투르 드 프랑스 19스테이지 경기는 본네발(Bonneval)에서 샤트(Chartres)까지, 전체 코스길이는 53.5㎞였다. 19구간 경기는 모든 참가자들이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한 명씩 출발해 결승선을 통과한 시간기록으로 승부를 겨루는 개인 타임트라이얼이었다. 출발순서는 개인 종합순위의 역순. 따라서 종합선두를 지키고 있는 브래들리 위긴스(Bradley Wiggins, 스카이 프로사이클링)가 마지막 주자다. 153명의 선수 중 처음 출발한 44명은 1분차, 그 다음엔 14명을 남길 때까지 2분차, 마지막 14명은 3분차로 출발했다.
19구간 타임트라이얼에서 처음으로 기준점을 만든 선수는 종합순위 66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던 루이스-리온 산체스(Luis-leon Sanchez, 라보뱅크)였다. 그는 1시간05분03에 53.5㎞를 주파했다. 평균속도는 48.6㎞/h. 그의 기록은 쉽사리 깨질 줄을 몰랐다.
지난 며칠간의 경기에서 위긴스 그룹을 따라가기 힘겹게 느껴졌던 카델 에반스(Cadel Evans, BMC 레이싱)는 19구간에서도 지난해 챔피언다운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그의 기록은 1시간10분7초. 오히려 강한 모습을 보여줬던 건 같은 팀의 티제이 반 가더른(Tejay Van Garderen)이었다. 반 가더른은 1시간6분47초를 기록해 카델 에반스보다 3분20초나 빨랐다.
베스트 영 라이더, 티제이 반 가더른은 19구간 타임트라이얼에서 팀 리더인 카델 에반스 보다 3분20초나 빠른 시간을 기록했다.
브래들리 위긴스(Bradley Wiggins, 스카이 프로사이클링)와 시간차를 줄일 수 있을지 관심을 끌었던 개인 종합순위 2위의 크리스토퍼 프룸(Christopher Froome, 스카이 프로사이클링). 그는 14㎞지점에서 반 가더른 보다 23초나 빠른 17분01초를 기록했다. 하지만 3분 뒤에 출발한 위긴스가 다시 그의 기록을 깼다. 위긴스의 14㎞기록은 16분49초. 프룸은 산체스 보다 34초 앞선 1시간5분29초로 53.5㎞의 레이스를 마쳤다. 하지만 바로 뒤따른 위긴스는 프룸의 기록을 모든 시간 체크 지점에서 앞섰다. 위긴스와 프룸의 시간차는 14㎞지점에서 12초, 30.5㎞지점에서 54초, 48.5㎞ 지점에선 1분15초로 점점 벌어졌다. 위긴스는 1시간4분13초로 경기를 마쳐 그의 실력이 옐로저지의 주인으로서 충분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개인 종합순위 상위권은 순서 변화가 없었지만, 위긴스가 경쟁자들과의 시간차를 더 늘렸다. 19구간까지 위긴스의 기록은 84시간26분31초다. 2위 크리스토퍼 프룸(+3분21초), 3위 빈센조 니발리(+6분19초), 4위 반 덴 브룩(Van Den Broeck Jurgen, 로또, +10분15초), 5위 티제이 반 가더른(+11분04초)이 개인 종합순위 TOP5에 랭크돼 있다.
위긴스는 2012 투르 드 프랑스 두 번째 스테이지 우승을 차지하며 경쟁자들과의 시간차를 벌렸다.
경기 후 인터뷰 중인 브래들리 위긴스. 마지막 한 구간의 경기를 앞두고 기자들의 질문 공세를 받고 있다.
20구간 : 마크 카벤디쉬, 투르 드 프랑스 현역 최다승 기록
2012 투르 드 프랑스의 마지막 경기인 20스테이지에서 선수들은 험부예(Rambouillet)부터 프랑스의 수도 파리의 샹젤리제(Paris Champs-Élysées)까지 120㎞를 달렸다. 경기의 초반 분위기는 레이스라기 보다는 퍼레이드의 느낌이 강했다. 선수들은 팀을 가리지 않고 다른 선수들과 담소를 나누며 투르 드 프랑스 마지막 날의 여유를 즐겼다. 스카이 팀은 서로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렇게 여유롭게 달린 첫 한 시간의 평균 속도는 31.7㎞였다.
2012 투르 드 프랑스 마지막 경기였던 20스테이지의 초반부는 여유로운 분위기로 시작되었다. 좌측부터 베스트 영 라이더인 티제이 반 가더른, 개인종합순위 1위의 브래들리 위긴스, 포인트 1위 피터 사간, 산악왕 또마 뵈클레.
또마 뵈클레(Tomas Voeckler, 유로카)는 산악왕 저지를 자랑이라도 하듯 36.5㎞지점의 첫 산악포인트 지점을 앞장서 통과했다. 잠시 펠러톤 앞에 이반 바쏘(Ivan Basso, 리퀴가스 캐논데일)를 비롯한 몇몇 선수가 그룹을 형성했지만 이들을 선두그룹으로 부르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들은 그저 이야기를 나누며 라이딩 자체를 즐기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위긴스가 샴페인으로 건배를 청하는 모습은 볼 수 없어 경기의 후반부까지 평화가 이어지지 않을 것임을 암시했다. 마지막 스테이지에서 경기 중 샴페인으로 건배를 하는 건 투르 드 프랑스의 전통 중 한가지다.
경기가 레이스의 면모를 보인 건 선수들이 파리로 넘어오면서 부터다. 파리로 무대를 옮기며 스카이 팀은 펠러톤의 앞에 자리를 잡았고, 이내 선두가 발생했다. 69㎞지점, 조지 힝캐피(George Hincapie, BMC 레이싱)와 크리스토퍼 아너(Christopher Horner, 라디오섁)가 펠러톤의 앞에 나타났다. 하지만 이내 선두는 옌스 포크트(Jens Voigt, 라디오섁)와 다니엘로 혼도(Danilo Hondo, 람프레)로 바뀌었다. 혼도가 84.5㎞에 위치한 중간 스프린트 포인트 지점을 먼저 통과했고, 그 이후 선두그룹은 그 숫자가 11명으로 늘어났다. 이들은 100㎞지점에서 펠러톤과 시간차 30초로 최대를 기록한다. 이 시간차는 105㎞에서 20초, 107㎞에서 17초로 계속 줄어들었다.
골을 12㎞ 남긴 108㎞지점, 옌스 포크트와 루이 코스타(Rui Alberto Costa, 모비스타), 세바스찬 미나(Sébastien Minard, AG2R)만이 선두에 남았다. 나머지 8명은 펠러톤이 흡수했고, 셋은 23초 차이로 계속 도망치는 상황. 골을 4㎞남기고 두 그룹의 차이는 10초로 줄었다. 골은 어느새 3㎞ 앞으로 다가왔다. 펠러톤은 선두그룹을 집어삼켰고, 각 팀은 스프린터들을 우승시키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위긴스는 다시 한 번 팀의 선두에 리드아웃맨으로 나섰다. 그 뒤엔 또 다른 리드아웃맨, 보아슨 하겐(Boasson Hagen, 스카이 프로사이클링)과 승리를 노리는 스프린터, 마크 카벤디쉬(Mark Cavendish, 스카이 프로사이클링)가 위치했다. 그 옆에선 그린엣지도 매튜 고스(Matthew Goss, 그린엣지)를 도우려 전열을 정비하고 있다. 위긴스와 하겐이 자신들의 몫을 다하고 옆으로 빠지자 카벤디쉬의 스프린트가 시작됐다. 고스가 바로 따라붙었지만 카벤디쉬의 스프린트가 더 길었다. 힘을 다 써버린 고스가 뒤로 쳐지기 시작했고, 그 때 피터 사간(Peter Sagan, 리퀴가스 캐논데일)이 앞으로 나왔다. 하지만 그의 타이밍은 너무 늦었다. 이미 골은 바로 앞에 와 있었고, 카벤디쉬가 먼저 골인했다. 2위 피터 사간, 3위 매튜 고스.
마크 카벤디쉬는 20구간 우승으로 통산 23회의 투르 드 프랑스 구간우승을 차지했다. 이는 역대 4위, 현역 선수들 중 최다승 기록이다. 최고 기록은 에디 먹스(Eddy Merckx, 벨기에)의 34승이다.
카벤디쉬는 이번 20스테이지 우승으로 투르 드 프랑스의 마지막 구간인 샹젤리제에서 4회 연속 우승행진을 이어나갔다.
피터 사간은 간발의 차이로 마지막 스테이지 우승은 놓쳤지만 그린저지를 차지하며 전성기의 시작을 알렸다.
마지막 스테이지의 피니쉬라인을 통과하며 팀 동료 마이클 로저스(Michael Rogers)와 기쁨을 나누는 브래들리 위긴스.
브래들리 위긴스는 2012 투르 드 프랑스 최후의 승리를 차지했다. 그는 영국인 최초의 투르 드 프랑스 우승자이기도 하다. 그린저지는 올해 투르 드 프랑스에 처음 출전한 피터 사간이 가져갔다. 3번의 스테이지 우승과 3번의 2위 기록을 보여준 사간은 올해의 우수한 성적 보다 내년의 투르 드 프랑스가 더 기대되는 선수 중의 한명이다. 산악왕엔 또마 뵈클레가 이름을 올렸고, 티제이 반 가더른은 개인종합순위 5위로 86년생 이후의 선수 중 종합성정이 가장 우수해 베스트 영 라이더가 되었다. 팀 종합순위에서는 2012 투르 드 프랑스 최고령 참가선수 옌스 포크트(Jens Voigt, 라디오섁)의 활약에 힘입어 라디오섁이 1위에 올랐다. 2012 투르 드 프랑스에서 가장 불타는 투지를 보여준 선수에게 수여되는 수퍼 컴배티브(Super-Combative)는 크리스 앵커 소렌슨(Chris Anker Sorensen, 삭소뱅크)에게 주어졌다. 그는 가장 험한 산악 스테이지에서 공격의 선봉에 섰고, 17구간에선 부상에도 불구하고 완주해 24위로 골인하는 투혼을 보여주기도 했다.
99회 투르 드 프랑스에 참가한 22개 팀, 198명의 선수 중 단지 153명의 선수만이 경기를 끝낼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리더저지의 영광을 차지한 주인공은 단 4명. 이 위대한 선수들이 보여줄 새로운 활약이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