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마빅 설립 125주년을 기념해 만든 시리움 125는 이후 마빅의 알루미늄 림을 쓴 휠이 어떻게 변화할 지를 알리는 예고편이었다. 블랙을 기본으로 마빅의 상징 컬러인 옐로우로 스포크와 허브에 포인트를 준 시리움 125는 새로운 림 가공방식을 적용해 무게절감과 공기역학성능을 높인 것이 주요한 변화였는데, 이 림이 마빅의 대표적인 경량 알루미늄 휠셋 알시스(R-SYS) SLR과 시리움 SLR, 산악자전거 크로컨트리용인 크로스맥스 SL 2015년형에도 적용이 되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림을 채택한 마빅 클린처 최경량 휠, 알시스 SLR.
알시스는 알루미늄 휠셋이면서도 매우 가벼워서 업힐 스테이지와 힐클라임 레이스에서 인기가 높다. 무게는 마빅의 알루미늄 휠셋 중 가장 가벼움과 동시에 카본을 포함한 클린처 휠셋 중에서도 가장 가벼운 1295g(앞 555g, 뒤 740g)이다. 카본 휠셋으로 기준을 둬도, 알시스 SLR보다 가벼운 휠셋은 카본림에 카본 스포크를 엮은 튜블러 휠셋, 코스믹 카본 얼티밋(1185g) 밖에 없다.
알시스 SLR이 알루미늄 림을 썼으면서도 이렇게 가벼운 무게를 가진 비결 중 하나는 카본 스포크의 사용이다. 트라콤프라고 이름 붙인 마빅의 원형 카본 스포크를 앞바퀴 전부에 그리고 뒷바퀴에는 논 드라이브에 적용했다.
ISM 4D 기술로 가공한 림의 형태. 스포크홀 사이를 롤러로 가공했다. 강성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스포크 홀 사이를 절삭가공하던 ISM 3D에 비해서 공기역학성능이 좋아졌다.
알시스 SLR의 특징이 잘 드러난 사진. 카본 스포크가 니플을 통해 림과 만나는 부분이 그 옆부분보다 조금 더 높다. 강성이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적은 강성이 필요한 각 스포크 홀 사이와 림의 옆면을 절삭가공해서 불필요한 부분을 덜어낸 ISM 3D는 무게를 줄이는 목표는 달성했지만, 림을 만드는 시간이 오래 걸렸을 뿐 아니라 절삭가공한 부분이 날카로워서 공기저항이 높다는 단점이 있었다. 시리움 125를 시작으로 새로 적용된 ISM 4D는 필요한 최소한의 알루미늄을 사용해 림을 만들고, 롤러로 눌러서 림의 형태를 잡는 기술이다. 스포크 홀 사이는 낮고, 니플이 결합되기 때문에 높은 강성이 필요한 스포크 홀 주위는 높게 만들어지는 것은 ISM 3D와 같으나 가공면에 직선이 없고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것이 ISM-4D의 특징이다. ISM 3D 기술로 가공한 림보다 공기역학적인 성능이 뛰어나기 때문에 마빅은 ISM 4D 가공기술의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눈으로 보면 앞뒤 림이 같은 것 같지만, 실제로는 높이와 폭이 다르다. ISM 4D가 적용되어 디자인이 흡사한데, 앞 림의 높이는 구형보다 앞 2㎜, 뒤 1㎜가 높아진 24㎜, 뒤는 26㎜이고 폭은 앞 20, 뒤 19㎜이다. 두 가지 스포크를 쓴 뒤 림은 좌우 형태가 다른 비대칭 디자인이다.
앞 휠에는 좌우 8개씩 총 16개의 트라콤프 카본 스포크가 쓰였다.
스포크가 곧게 뻗은 래디얼 방식이다.
알시스 SLR은 다른 마빅의 고급 휠셋과 마찬가지로, 휠셋의 성격에 적합한 타이어를 결합한 ‘휠 타이어 시스템’으로 판매된다. 튜브를 포함한 타이어가 장착되어 있기 때문에 휠셋을 구입하면 별도로 타이어를 장착하지 않아도 되어 편리하다. 앞 타이어는 조향과 제동성능에 초점을 맞춘 익시온 프로 그립링크이고, 뒤에는 힘 전달을 중시한 익시온 프로 파워링크가 달려있다. 사이즈는 700×23C, 최대 공기압은 125psi다. 마빅 알시스 SLR의 가격은 250만원(전용 휠백 포함)이다.
알시스 SLR 뒤 휠. 앞뒤에 같은 림을 쓴 것 같지만 약간의 차이가 있다. 앞 림의 높이는 24㎜이고 뒤는 26㎜다. 림의 폭은 앞 20, 뒤 19㎜로 앞이 약간 더 넓다.
카세트 스프라켓이 달리는 드라이브 사이드는 알루미늄 합금인 지크랄 스포크를 썼고, 반대쪽 논 드라이브 사이드는 앞바퀴와 같은 트라콤프 카본 스포크를 사용했다.
트라콤프 스포크는 래디얼로, 드라이브 사이드의 지크랄 스포크는 2크로스로 엮었다.
두 달 반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알시스 SLR을 테스트했다. 테스트 시작일은 2014년 11월 1일. 막 동계시즌에 접어들어서 기초체력 유지를 위한 일정한 패턴의 라이딩을 많이 해야 하는 시기여서, 휠셋의 주행 데이터를 기록하고 비교하기에 적절한 타이밍이었다. 출퇴근과 주말 훈련 라이딩 등 총 2700㎞를 달렸고, 날카로운 쇳조각을 밟아 한 차례 펑크가 나기도 했다. 이 기간 동안 하루 가장 많이 주행한 날은 153㎞, 일주일 간 최대 주행은 474㎞였다.
11월 1일부터 시작해 총 2700㎞를 달리며 마빅 알시스 SLR을 테스트했다.
알시스 SLR은 언제나 경쾌하게 출발해서 가속한다. 평지가 아니라 언덕에서도.
마빅 클린처 최경량 휠셋답게 제자리에 서서 출발할 때의 회전 느낌이 무척 경쾌하다. 이 경쾌한 회전은 출발부터 시작해 30㎞/h 정도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이어진다. 그러다가 35㎞/h에 이르면 방금 전까지 느꼈던 가속의 탄력이 약간 떨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곧이어 40㎞/h에 가까워지면 속도를 유지하는데 제법 힘이 들어가기 시작한다. 이는 프런트 휠의 두꺼운 원형 카본 스포크의 영향이다. 가벼운 무게로 초기 가속과 업힐에서 상당한 위력을 발휘하지만, 에어로스포크에 비해서 공기저항이 크기 때문에 업힐 스테이지에서의 속도영역을 넘어가는 속도로 평지를 달릴 때는 약간 불리함이 있다.
하지만 독주가 아닌 그룹 라이딩 시에는 에어로 휠셋과의 차이가 줄어들기 때문에 독주만 주로 할 것이 아니라면 충분히 올라운드용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휠의 전체적으로 너무 무르지도 또는 너무 단단하지도 않은 중간 정도의 강성을 가지고 있다. 하중을 많이 받게 되는 내리막 코너에서도 자세가 무너지지 않고 안정적인 코너링이 가능하다. 이 안정적인 느낌에는 마빅의 프런트 전용 하이그립 타이어인 익시온 프로 그립링크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림의 구조가 좌우 대칭이고 16개의 트라콤프 카본 스포크를 쓴 앞바퀴는 일어서서 상체의 체중을 앞바퀴에 실으며 댄싱할 때 휠이 비틀리는 것을 방지한다.
속도계용 자석은 앞바퀴 또는 뒷바퀴의 트라콤프 스포크에 달아서 쓴다. 2개의 자석을 앞뒤로 맞물리고 위아래를 플라스택 커버로 눌러서 고정하면 카본 스포크에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단단히 고정된다.
패드의 소모는 알루미늄 림치고는 빠른 편이다. 림 표면이 검게 코팅된 엑잘리스 2 전용 패드가 일반 알루미늄 림용 패드보다 무른 것이 원인이고, 또 다른 이유는 림 표면에 세로로 촘촘하게 파여진 홈 때문이다. 덕분에 비가 올 때 물기의 배출이 빠르고 안정적인 제동을 할 수 있지만, 특유의 소음이 발생한다. 체중이 많이 나간다면 마모는 조금 더 빠를 것 같다.
엑잘리스 2 코팅이 된 림의 공통점이 바로 고유의 제동음인데, 패드의 정렬이 정확히 된 상태에서는 ‘삐이익’하는 특유의 소리가 난다. 뒤에서 이 소리가 들리면 마빅 SLR 휠셋을 쓴 라이더라고 생각하면 될 정도로 소리의 구분이 확실하다. 마빅은 엑잘리스 2용 브레이크 패드를 반드시 앞부분이 림에 먼저 닿도록 세팅할 것을 요구한다. 그래야만 패드의 접촉이 자연스럽고 소음이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세팅이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 패드의 마모에 따라 그리고 강하고 지속적인 제동을 반복하게 되면 패드는 림과 조금씩 수평으로 접촉하게 된다. 그러면 고유의 제동음에 날카로운 비명에 가까운 소리가 추가된다.
소음이 커졌다면, 패드를 정렬할 때가 되었다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겠다. 나는 2700㎞를 달리는 동안 한 차례의 패드 정렬을 했다.
엑잘리스 2 가공된 림에서는 고유의 제동음이 난다. 장시간 라이딩을 하다보면 소음이 커질 수 있는데, 브레이크 패드를 재정렬하면 사라진다. 타이어는 앞 익시온 프로 그립링크, 뒤 익시온 프로 파워링크로 싱글 컴파운드 사양이다.
테스트 기간이 막바지에 다다를 쯤 힐클라임에 특화된 알시스 SLR의 필드 테스트 데이터를 얻기 위해 남산과 북악산을 2회 찾았다.
스트라바에는 기록을 비교하는 힐클라임 세그먼트가 있어 알시스 SLR의 테스트엔 안성맞춤이었다. 보통 동계시즌엔 하계시즌 대비 10% 이상의 기록저하가 있기 때문에 이점은 참고해서 비교하는 것이 좋다. 평지 때와 마찬가지로 언덕에서의 출발 반응성은 대단히 뛰어나다. 힐클라임의 속도는 평지보다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스포크의 저항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남산을 오르는 중 관광버스의 추월을 비켜주느라 길옆으로 서행하다 다시 가속할 때도 가벼운 림과 스포크가 주는 적은 회전 관성 덕에 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정상을 지나 남산 내리막으로 접어든다. 다운힐은 파손되었던 구간의 보수 공사가 진행되면서 세로로 배수용 홈을 만들어놔서 조향이 쉽지 않은 편이라 속도가 빨라지면 가끔씩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마빅 익시온 프로 그립링크와 파워링크 타이어는 커브 구간의 홈과 홈 사이를 지나갈 때도 조향에 안정성을 보이며 그립을 유지해 준다. 휠의 강성과 타이어의 높은 접지력은 노면의 불규칙적인 부분이나 파손된 구간에서도 꾸준히 안정적인 라이딩을 할 수 있게 한다. 다운힐 후반부에 강한 제동도 무난하게 받아준다. 엑잘리스 코팅 처리된 림의 회전 방향에 직각으로 새겨진 패턴이 강력한 제동을 만들어준다. 본인에게는 제법 괜찮게 들렸던 귀신소리(?)같은 특유의 제동 소음은 일부 라이더에겐 귀에 거슬리는 느낌을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마빅 익시온 프로 그립링크 타이어는 다운힐에서 높은 제동성능과 조향성능을 보여줬다.
북악산의 기록측정 구간은 아주 많은 라이더들이 이용하는 초소삼거리에서 정상까지의 세그먼트를 이용했다. 시즌보다 열악한 조건이 되도록 첫 라이딩 시 청와대 부근부터 정차 없이 논스톱으로 힐클라임을 시작했다. 결과는 2년 치의 데이터 중 하계 시즌 중에나 가능한 시간대를 기록했다. 동계시즌에 무정차로 올라와서 측정한 기록이니 본인이 이전에 사용하던 경량 힐클라임용 카본 튜블러 휠셋과 비교해도 성능면에서 알시스 SLR이 우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언덕하면 생각나는 마빅 알시스 SLR, 힐클라임을 더욱 맛있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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