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R9100-P는 시마노 듀라에이스 파워미터 내장형 크랭크셋이다. 발표 이후, 장장 1년 6개월이나 사이클리스트들을 조바심치게 했던 듀라에이스 파워미터 크랭크셋. 본격적인 국내 시판을 앞두고 있는 FC-R9100-P를 바이크왓이 살펴봤다.
※본 기사는 FC-R9100-P가 사전 설치된 자전거를 사용해 작성했으며, 설치 관련 상세내용은 다루지 않았습니다.
파워미터, 왜 필요한가?
10년 전 만해도 프로선수의 전유물이자 특정 에르고미터에나 달려 있던 파워미터가 이제 동호인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대중화됐다. 여러 업체들이 기술개발을 하고 생산단가 절감으로 접근이 쉬워진 것도 이유지만, 측정한 데이터를 저장하고 분석하는 것이 쉽고 체계적으로 바뀌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에 FC-R9100-P를 살펴보기에 앞서 파워미터는 무엇이고, 사용하여 얻을 수 있는 이점을 어떤 것인지 먼저 짚고 넘어가자.
파워미터는 스트레인게이지를 이용해 라이더가 페달링에 사용하는 물리력을 데이터로 기록하는 장치다. 파워미터 데이터에는 소위 파워 값으로 불리는 와트(W)를 기본으로, 케이던스, 좌우 파워 밸런스, 토크 효율, 페달링 평활도 등이 추가적으로 포함된다. FC-R9100-P는 앞에 언급한 데이터를 사이클링컴퓨터로 전송하거나 산출할 수 있다.
파워미터는 지금까지 운동강도와 신진대사를 가늠하는데 사용한 심박계와 효용성에선 비슷하지만 운동능력을 분석하고 향후 훈련을 결정하는 지표로선 좀 더 직접적이고 활용도가 넓다.
심박 관측법은 심장의 박동을 기본으로 에너지 대사와 혈류량, 산소포화 능력 등을 산출, 운동능력향상을 도모하는 방편으로 활용한다. 반면 파워 관측법은 근육의 사용을 기록해 실질적으로 운동에 소요된 에너지를 파악하고, 이를 향상하도록 하는 방법론을 마련할 수 있다.
※스트레인게이지: 스트레인게이지는 기계적인 소재나 구조물의 변형도(신장, 수축, 비틀림)를 측정하는 장치다. 변형도는 힘(N, 뉴턴)과 변위(m, 미터)로 나타내고, 돌림힘(torque, 단위 N·m)으로 표현한다. FC-R9100-P의 스트레인게이지는 라이더가 페달링으로 전달한 힘을 좌우 크랭크암의 아주 미세한 변형으로 측정한다.
※사이클링에서의 와트(W): 사이클링컴퓨터에 나타나는 와트(W)는 일정 각도(rad)를 움직이는 동안 들인 돌림힘이다. 이는 일정 시간동안 들인 에너지(J, kcal/h)로 환산할 수 있다.
사이클리스트들은 왜? 심박계보다 파워미터에 주목하나
흔히 사람의 운동대사를 자동차에 비유하곤 하는데, 심박 측정법은 자동차의 연료공급, 흡기 기능을 표준엔진(?)에 대입해 효율을 논하는 방법이며, 파워 측정법은 각각의 엔진(라이더)이 발현한 에너지를 측정해 운동능력과 효율을 파악하는 방법인 셈이다.
운동생리학적인으로 보면 심박 관측법은 사람의 자율신경계(의식적인 조절이 어려움, 과거에는 의식적인 조절이 불가능하다고 보았음)의 작용을 어떻게 운동에 유리하게 이끌어내는가가 관건이고, 파워 훈련법은 대체적으로 체성신경계(운동과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을 조절) 측면으로 통달하고 발달시키는 훈련이다.
심박 관측법에선 젖산역치 심박을 향후 훈련의 기준으로 삼는다. 과거 운동생리학자들은 사람의 운동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골몰했다. 그 결과 운동 중 근피로를 발생시키는 젖산의 축적에 주목한다. 피로물질인 젖산이 근육에 쌓이면서 운동능력이 저하되고 근육에 쌓이다가 넘쳐서 젖산 제거에 큰 역할을 하는 혈액에까지 젖산이 축적되기 시작하는 시점이 실질적인 운동능력저하의 전환점(과거엔 운동능력의 상실 시점으로 보았음)으로 보았다. 운동으로 대사활동을 바로 이 지점까지의 끌어 올려, 당시까지의 평균심박(운동강도)를 측정하는 것이 젖산역치 측정의 요지다.
기술의 발달과 함께 운동생리학도 발전을 거듭했다. 젖산역치가 여전히 운동능력을 가늠하는데 중요한 지표라는 것에는 큰 이견이 없지만 실질적인 개개인의 운동능력을 대변하기에는 설명이 부족한 사례들이 숱하게 발생했다. 더구나 이젠 생리학계에선 젖산을 단순한 운동능력 저하물질로 보지 않는다. 무산소운동을 위한 새로운 에너지원을 만드는 중간단계의 물질로 파악하고 있으며, 장거리 경기종목의 선수들이 젖산역치 강도 이후에도 꾸준한 경기력을 내고 있는 것을 그 근거로 제시한다.
운동생리학자들은 젖산역치가 실질적인 운동기능보다는 생리기능의 분기점이며, 실제 운동은 대사현상과 시점이 다르다고 설명한다. 또한 대부분의 운동이 대사현상에 의해 그 능력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운동강도의 변화에 따라 대사현상이 변하는 것임을 주지시킨다. 그리고 실제 운동은 대사현상보다 빨리 일어나거나 특정 대사분기를 지나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한다.
이 그래프는 사이클링컴퓨터 로그를 트레이닝피크스 앱에 입력해 파워(자주), 심박(빨강), 케이던스(노랑)의 변화를 본 것이다. 그래프 중간 파란색 반전 영역을 보면, 오르막이 시작되자 케이던스가 떨어지기 시작하고, 곧 파워가 급격히 올라가며, 이어 심박이 따라 올라간다. 흰색선 부근에서 파워는 첫 번째 완곡점을 맞았는데, 심박은 여전히 상승하고 있다. 붉은 반전 영역을 보면, 정상에 이르러 심박은 최고치에 가깝게 치솟았다. 하지만 정상도달 전에 이미 운동강도가 낮아졌기에 일찍이 케이던스는 상승했고, 라이딩에 들어가는 힘(와트)도 떨어지고 있는 상태다. 이는 파워미터가 심박계보다 운동을 직접적으로 관측하고 있다는 것을 보이는 단적인 예이다.
쉬운 예로 심박수가 올라가서 라이딩이 어려워지는 것이 아니라, 급격한 오르막이 나타나 운동강도가 높아지면 심박이 올라가는 간다는 것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바로 이 부분이 파워미터가 주목받는 대목이다. 실질적인 운동성을 파악하고, 인체에 미치는 부하를 줄이는(혹은 적응하는) 방법을 강구하면 대사영역에서도 운동에 유리한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커지게 되는 건 자명하다. 그렇다고 심박계로 하는 대사영역의 관측이 필요 없어지는 건 아니다. 특히 파워미터 관측이 어려운 사이클링 이외의 스포츠에선 여전히 심박 관측이 중요한 지표가 된다.
면밀한 훈련계획의 수립
파워 데이터의 수집은 발현된 운동을 기준으로 측정하기에 더 사실적이고 객관적인 정보가 제시 된다. 그 대표적인 것이 표준화 파워(NP®, Normalized Power®)와 파워 훈련의 지표로 활용되는 FTP(기능한계파워, Functional Threshold Power)다.
예를 들어 A가 반포한강시민공원에서 북악스카이웨이까지 라이딩으로 평균 200W를 사용했고, B는 피트니스 바이크에서 200W를 소모했다고 해보자. 두 운동의 결과는 수치상 평균 200W로 동일하지만 과연 같은 운동이었을까. 두 운동은 일의 양은 같지만 운동 시간과 일반화된 강도가 빠졌다.
NP®는 측정된 파워 관측치를 일정한 공식에 대입한 후 단위시간당 평균파워로 도출한 수치이다. 글로벌 트레이닝 그룹 트레이닝피크스가 고안한 알고리즘(수학적인 규칙)이자 등록상표인 이 개념엔 운동강도 변화에 따른 생리학적 가중치가 반영됐다고 한다. 따라서 일반적인 평균파워(Average Power)와 구분된다. 평탄한 곳에서 항속으로 장시간 라이딩을 지속할수록 NP는 평균파워와 그 수치가 점점 비슷해진다. 이는 시간에 따른 생리학적 대사결과가 평균파워에도 자연스럽게 반영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한편, 짧은 거리를 달렸음에도 NP가 평균파워보다 높게 나타날 경우가 있는데, 그 라이딩엔 생리적으로 더 힘든(예: 가파른 오르막) 요소가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이를 정리해보면 NP의 의미는 고정 트레이너에서나, 코스가 변화하는 실제 라이딩에서나 인체가 받아내는 생리학적 부하(강도, 스트레스)를 반영한 단위시간당의 평균파워를 표현하는 데있다.
따라서 앞에 예를 든 A와 B가 똑같은 200W를 소모했다고 하더라도 NP®를 보면 누가 더 강도 높은 라이딩을 했는지 알 수 있다.
이와 더불어 파워 관측의 지표로 삼는 것이 FTP다. 일반적인 FTP는 1시간 동안 전력을 다한 평균파워를 말한다. 말 그대로 1시간 전력질주로 측정할 수 있지만 이 또한 일정한 규칙에 따라 주어진 시간과 강도의 운동(생리적 대사를 유도하는 일종의 인터벌 세트) 후, 20분간 전력을 다한 NP®로 측정할 수 있다.
이 또한 일정한 시간 동안 생리적으로 변화와 강도를 반영한 객관적 수치다. FTP는 NP®와 함께 IF®(라이딩 강도)를 도출할 수 있고, IF에 운동시간을 반영하여 향후 훈련계획의 중요 척도인 TSS®를 산출할 수 있게 된다.
NP®, IF®, TSS® 같은 항목은 파워미터를 사용하면 사이클링컴퓨터에서 확인할 수 있는 수치이다. 아울러 FTP 측정 방법이나 프로그램은 사이클링컴퓨터의 번들 소프트웨어(또는 앱)나 사이클링 트레이닝 프로그램인 즈위프트, 최근 보급되는 스마트트레이너의 앱에서도 지원하고 있다.
※IF®와 TSS®
본문에서 언급한 NP®, IF®, TSS®는 트레이닝 서비스 그룹 트레이닝피크스(www.trainingpeaks.com)가 개발한 일종의 알고리즘(수학적 공식)이며 등록상표다. 트레이닝피크스는 파워미터 관측으로 얻은 정보를 훈련계획으로 반영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그에 편리한 프로그램을 서비스를 하고 있으나 심도 있는 서비스는 대부분 유료다. 다만 FTP를 비롯해 NP®, IF®, TSS®는 파워미터 데이터를 수신할 수 있는 보편적인 사이클링컴퓨터와 그에 따른 분석 프로그램에서도 보이는 항목이므로 본문에서 설명하지 않은 IF®와 TSS®에 대해서도 간략히 덧붙인다.
IF®(Intensity Factor®): 트레이닝피크스가 주창한 운동강도 지수이며, NP와 FTP의 비율(NP/FTP)로 나타낸다. 이는 해당 라이딩의 운동강도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일정 기간 동안 축적(관측)한 수치로 운동능력 향상 정도도 알 수 있다. IF는 그 자체로 운동강도를 표현하고 타인과의 비교 지표가 되는 것은 물론 NP®와 함께 TSS®(운동 스트레스 지수)를 산출하는 데 활용된다. 트레이닝피크스는 지수 영역별로 운동강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0.75 미만: 여유로운 회복라이딩
0.75~0.85: 지구력 훈련
0.85~0.95: 유산소/무산소 전환 반복 훈련, 2시간 30분 이상 라이딩은 로드레이스와 흡사
0.95~1.05: 격렬한 크리테리움이나 타임트라이얼
1.05~1.15: 15㎞이하의 트랙 포인트 레이스
1.15 초과: 트랙 4㎞ 추발경기, 제외경기
TSS®(Training Stress Score®): NP®, IF®를 반영하여 산출한 운동피로도(스트레스)를 정량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지수다. TSS의 도출은 운동 빈도와 양, 생리적인 적응을 면밀하게 계획할 수 있게 하는 단초가 되며, 훈련계획수립에 중요한 기준이 된다. 일반적으로 1시간 동안 FTP 측정으로 쌓인 피로도는 TSS® 100점이다. 레이스를 제외하고 시간당 TSS®가 이에 근접한다면 운동강도를 낮추는 것이 현명하다. 운동 후 도출된 1일 TSS® 수치는 단편적으로 다음 같은 의미로 해석한다.
150 미만: 다음 날까지 완전히 회복할 수 있는 피로도.
150~300: 다음 날, 일부 피로가 남아있을 수 있으나 이틀째에는 회복 되는 정도.
300~450: 이틀 후에도 남을 수 있는 피로도.
450 이상: 며칠에 걸쳐 지속될 피로도.
이제 파워미터의 효용성과 관련한 이야기는 잠시 뒤로 미루고, 듀라에이스 파워미터 FC-R9100-P에 대해 알아보자.
FC-R9100-P, 1회 충전 300시간 사용
듀라에이스 파워미터 크랭크셋은 스레드타입 BB(BB-R9100, 셸 너비 68㎜)와 프레스핏 BB(SM-BB92-41B, 셸 너비 86.5㎜)를 쓰는 프레임에 모두 장착할 수 있다.
체인링을 포함하는 크랭크셋 제품은 체인링 50-34, 52-36, 53-39T 3가지 조합에 암 길이 170, 172.5, 175㎜가 있으며, 체인링을 제외한 제품은 크랭크암 길이 165~180㎜까지 2.5㎜ 차로 총 7가지가 준비된다.
설치에는 대체로 일반 듀라에이스 크랭크셋(FC-R9100)과 동일한 공구가 사용되며, 구성품에는 케이던스용 자석과 자석 설치에 필요한 세팅툴, 충전용 케이블이 포함된다.
FC-R9100-P의 배터리는 크랭크 스핀들 내부에 삽입됐으며 교체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불안할 건 없다. FC-R9100-P는 1회 충전으로 300시간(대기), 주행거리로는 500㎞ 정도 연속사용 가능하다고 말한다. 충전 회수는 500회 보장하며, 이후 배터리효율은 최소 70%가 유지된다고. 배터리 교체 없이 25만㎞이상 사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국내외 엘리트 선수들의 연간 주행거리가 15000~20000㎞ 정도이니, 배터리 효율을 70%까지 떨어뜨리려면 12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다.
일반적으로 파워미터는 페달링으로 가해지는 힘을 스트레인게이지로 측정해 전송한다. FC-R9100-P의 스트레인게이지는 좌우 각각 크랭크암 안쪽에 내장됐으며, 측정치를 전송하는 트랜스미터는 스파이더 사이에 위치했다.
트랜스미터에는 상태표시 LED와 버튼이 있는데, 버튼을 1초 이상 누르면 배터리 상태를 LED 색상으로 나타낸다. 초록색이면 충전량이 20%이상, 빨간색이면 20%이하다. 사이클링 컴퓨터 센서정보에서도 배터리 상태를 확인할 수 있으나 ‘양호’와 ‘충전필요’로 표시되어 LED와 차이가 없다.
충전단자는 트랜스미터 커버를 열면 나온다. 단자에 자석을 내장해 충전케이블 접점을 가까이 대기만 해도 제 위치에 잘 붙는다. 충전케이블의 전원부 측은 일반 USB 타입이며 핸드폰 충전기나 Di2 충전기, PC에 꼽아 사용하면 된다. 충전 중일 때 트랜스미터의 LED는 파란색으로 표시된다. 방전된 배터리를 완전 충전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2시간 30분 정도다.
간편한 영점조정과 지능적인 온도보정
파워미터의 캘리브레이션은 일반적인 ‘영점조정’과 ‘슬로프 정렬’ 2가지가 있다. 영점조정은 주방저울을 사용할 때 먼저 눈금을 0으로 맞추는 것과 같다. 반면 슬로프 정렬은 기준 위치에서 정해진 부하를 걸었을 때, 스트레인게이지가 출력하는 수치를 규정된 값이 나오도록 조정하는 것이다. 전자가 상대 값을 조정하는 것이라면, 후자는 공장출하 시처럼 절대 값을 조정하는 것이다. 또한 영점조정은 사용자가 라이딩 할 때마다 매번 할 수 있는 것인 반면, 슬로프 정렬은 전문장비를 갖춘 A/S 센터에 의뢰해야 한다.
FC-R9100-P는 영점조정이 아주 쉽다. 먼저 드라이브사이드 크랭크암을 6시 방향으로 내린다. 그리고 트랜스미터의 버튼을 파란불이 들어올 때까지 길게 누르다가 손을 떼면 LED가 점멸하다 꺼지는데, 이것으로 영점조정 끝.
여타 파워미터처럼 FC-R9100-P 또한 페어링된 사이클링컴퓨터나, 스마트폰 앱(e-튜브 프로젝트, 블루투스로 페어링)에서 영점조정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버튼 하나로 하는 영점조정이 워낙 간단해 굳이 다른 방법을 사용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일부 파워미터 내장 크랭크셋은 체인링을 교체하거나, 탈착했을 때도 슬로프 정렬을 해야 하는데, FC-R9100-P는 영점조정만으로 충분하다.
한편, 슬로프 정렬은 낙차사고 같은 큰 충격을 받았을 때와 사고가 없더라도 1년 이상 장시간 사용했다면 점검하는 편이 좋다. FC-R9100-P의 슬로프 정렬은 사용자가 할 수 없고, 전문장비를 갖추고 있는 시마노 A/S 센터에 의뢰해야 한다. 국내에 판매되는 FC-R9100-P는 정품혜택 카드가 동봉되는데, 이 카드로 보증기간 3년 동안 총 3회 슬로핑 정렬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이후에는 회당 10만원의 비용이 든다.
앞서 언급한대로 스트레인게이지가 크랭크암의 미세한 신장과 수축, 비틀림을 감지한다면, 아침·저녁, 계절에 따라 변하는 기온에 스트레인게이지가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금속도 온도에 따라 신장과 수축을 하기 때문. 그렇다고 계절이 변할 때마다 슬로핑 정렬을 다시 할 필요는 없다. FC-R9100-P는 주변온도를 반영해 자동으로 오차를 최소화하는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 FC-R9100-P의 공식 오차는 ±2%다.
블루투스와 ANT+ 페어링
FC-R9100-P는 스마트폰 앱인 e-튜브 프로젝트와 블루투스로 연결할 수 있다. e-튜브 프로젝트 앱은 FC-R9100-P을 비롯해 시마노 Di2, 전기자전거용 드라이브 유닛인 스텝스 등을 세팅하고, 펌웨어를 업데이트한다. e-튜브 프로젝트는 안드로이드와 iOS용 앱이 모두 있으며, 페어링되는 시마노 장비에 따라 인터페이스가 달라진다.
FC-R9100-P는 블루투스 기능을 켜고 앱에서 바로 페어링(스마트폰 블루투스 메뉴에서 별도 페어링 필요 없음)을 하면 된다.
앱을 시작하면 화면 한가운데 블루투스 커넥션(Bluetooth® LE connection) 버튼이 나타난다. 이 버튼을 누른 후 FC-R9100-P를 2바퀴 이상 돌리거나, 트랜스미터의 버튼은 LED가 들어올 때까지 누르면 바로 연결할 대상인 FC-R9100-P를 찾아낸다. 화면에 ‘FCR9100P’를 선택하면 블루투스 연결을 위한 암호를 입력하라고 나오는데, 초기 암호인 ‘000000’을 넣으면 된다.
e-튜브 프로젝트와 연결되고 페달링을 해보면 파워와 케이던스 수치가 수신되는 걸 알 수 있다. 연결 후의 화면은 파워미터의 작동상황을 표현할 뿐 사실상 별 쓰임이 없다. 하단에 영점조정 버튼이 있는데, 이 또한 앞서 설명한 대로 앱을 연결해 하는 것보다 트랜스미터 버튼을 직접 누르는 편이 빠르고 더 편리하다.
e-튜브 프로젝트의 가장 큰 쓰임은 기능개선을 반영하는 펌웨어 업데이트이다. 오른쪽 상단 메뉴를 누르고 오른쪽 회전하는 화살표 아이콘을 선택하면 업데이트 가능한 펌웨어 리스트가 보이거나 새로운 펌웨어가 없으면 현재가 최신 버전임이 표시된다. 기사를 쓰고 있는 2018년 3월 현재 버전 4.0.6(2017.9.6)이 최신인데, 기록상으로는 펌웨어 릴리즈가 시작되고 단 한 차례 업데이트된 상태다.
파워미터를 사용하는 라이더들이라면 대부분 사이클링컴퓨터로 기록 후 업로드하겠지만, 스트라바 앱에서 블루투스로 FC-R9100-P을 직접 페어링해도 케이던스와 파워 데이터가 잘 측정된다.
ANT+로 연결되는 사이클링컴퓨터에선 블루투스보다 훨씬 빠르게 페어링된다. FC-R9100-P가 비활성 모드라도 페달링을 두 바퀴정도 돌린다거나 트랜스미터 버튼을 1초정도 누르면 곧바로 인식한다. 간혹 파워미터를 내장한 스마트트레이너가 있어 센서 인식이 헷갈린다면 드라이브사이드 크랭크암 안쪽에 ANT+ ID가 쓰여있으니 이를 참조하거나 직접 ID를 입력하면 된다.
좌우 각각 측정되는 페달링
앞서 FC-R9100-P는 스트레인게이지가 좌우 크랭크암에 각각 별도로 있다고 밝혔지만 타사의 일부 제품은 크랭크셋 스파이더의 비틀림을 측정하거나, 크랭크축, 한쪽 크랭크암, 리어 휠의 허브를 측정하는 방식도 존재한다. 사이클링컴퓨터에서 보면 좌우 페달링 밸런스와 페달 평활도(Pedal Smoothness), 토크 효율을 확인할 수 있는데, 스트레인게이지를 한쪽만 사용한 파워미터의 경우 이 수치들이 추정치로 표현되는 반면, FC-R9100-P는 좌우 각각 측정된 수치가 표현된다.
페달링 밸런스는 말 그대로 좌우 페달링에 들인 힘의 균형이다. 이 균형이 50:50인 것이 이상적일 테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쪽 페달링을 더 강하게 하고 이 때문에 근육 불균형을 초래하며, 주행효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페달링을 교정할 때 이를 참조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나타나는 페달링 평활도는 페달링 한 바퀴 동안 평균 토크와 최대 토크의 비율을 백분율로 나타낸 것이다. 따라서 토크의 평균이 최대 토크(100%)와 비슷할수록 전체 회전(페달링)에 있어 고르게 힘을 전달했다고 볼 수 있다. 페달링에는 네거티브 구간이 있으므로 일반적인 사이클리스트들은 10~40% 사이로 나타나며 훈련된 선수들은 그 이상의 수치를 보이기도 한다.
토크효율은 페달링 한 바퀴당 라이더가 사용한 전체 파워 대비 실제 주행에 미친 파워를 백분율로 나타낸다. 일반적인 사이클리스트들은 60% 이상 수치가 나타나는데, 100%에 가깝게 나타났다고 해서 실제 전체 파워가 추진력으로 바뀌었다고 해석하면 안 된다. 전체 파워를 측정하는 것은 쉽지만 실제 주행에 쓰인 파워를 정확히 구분하는 것은 파워미터보다 더 전문화된 장비에서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다음 2가지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다.
위 그림에서 앞뒤(Front, Rear)로 표시된 영역은 각 스트레인게이지가 페달링 방향이 아닌 좌우로 비틀린 크기다. 파워미터만으로는 위 두 그림처럼 앞뒤에서 바라본 토크의 좌우 치우침을 측정하지 못한다. 파란 화살표라고 하더라도 동호인 분석에서처럼 앞뒤에서 본 펼침이 심하면 주행에 긍정적인 힘으로 작용하는 효율이 더 떨어진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토크효율이 높게 나오더라도 정밀분석을 하면 실제는 낮은 효율일 수 있다.
하지만 파워미터에서 파악할 수 있는 페달링 밸런스는 좋은 참조가 된다. 따라서 파워미터에서 페달링 불균형이 3%이상 지속되면 전문가를 찾아 지도를 받는 편이 좋다.
높은 곳을 향하는 이들의 선택
지금까지 시마노 듀라에이스 파워미터 크랭크셋인 FC-R9100-P와 이를 활용하기 위한 기초지식을 살폈다. 그럼, 마지막으로······, 파워미터 크랭크셋은 꼭 필요한 걸까?
피트니스바이크나 스마트트레이너에도 파워미터가 포함됐으니 일정한 주기로 측정, 관찰하면 충분하지 않을까? 물론 이것도 좋은 방법이다.
실제로 트랙 단거리 선수들은 와츠바이크 같은 에르고미터로 파워존 분석, 시간단위 파워 매트릭스을 통한 특성화 훈련(스타트, 스프린트, 항속 등) 등을 하고 있다. 스마트트레이너는 또한 파워 측정은 물론 도로주행과 흡사한 상황을 연출하기에 그 활용도가 매우 높다. 그러나 모든 사이클리스트들이 라이딩을 실내에서 시뮬레이션으로만 하진 않는다.
파워미터 크랭크셋의 가장 큰 이점은 모든 야외 라이딩을 구체적으로 기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일부분은 심박계와 그 효용성이 일치한다. 일상적인 라이딩, 야외 훈련, 지속적인 라이딩 데이터를 축적하는 건 특히나 레이스를 지향하는 이들에게는 큰 의미가 있다. 서두에 사이클링컴퓨터에서 보여지는 세 가지 항목을 설명했으니 그와 관련된 예를 들어보겠다.
전통적인 운동능력 향상방법 중에 가장 추상적이면서도 기초가 되는 원리가 점증법의 원리다. 점차 강도를 올려 익숙해지면 다음 단계로 강도를 올리는 방식인데 어느 정도가 다음 단계인지 아주 모호하다. 추상적인 이 말이 TSS®를 접목하면 상당히 과학적인 훈련방법이 된다.
파워미터로 관측치를 축적하면 자연히 TSS®를 단위시간 정보로 바꿀 수 있으며, 이를 장시간 축적된 운동부하(CTL)와 단시간 축적한 운동부하(ATL)로 판독할 수 있게 된다. 장기운동부하는 최소 6주간의 일간 TSS®의 평균이다. 이는 인체를 운동에 익숙하게 만드는 부하, 즉 앞서 말한 점증법의 기초 무게가 된다. 만약 장거리에 약한 사이클리스트가 이를 개선하고 싶다면 IF® 0.8 내외의 강도로 일평균 150 TSS® 미만의 라이딩을 하면 다음날 업무에 지장을 받지 않는 선에서 6주후 점증적인 상승효과를 맞는다는 의미다.
단기운동부하는 최소 7일간의 일간 TSS® 평균으로, CTL과 달리 현재의 컨디셔닝을 저해하는 요소로 판단한다. ATL이 CTL 보다 높게 나왔다고 가정해보자. 다음 단계로 가는 새로운 부하를 적용한 것이 아니라면 이후 라이딩 강도를 낮추거나 휴식을 취해야 한다.
이미 파워미터를 익숙하게 사용하던 사이클리스트들이라면 이 같은 방식을 레이스 출전을 위한 컨디셔닝에 응용할 것이며, 이제 막 단체 라이딩에 재미를 붙인 사람이라면 장거리 라이딩 중 집단의 급진적인 가속에 견디는 훈련을 시행할 수도 있다. 더 나가면 내년 MCT 출전을 위한 몸만들기 계획도 스스로 수립이 가능하다.
GPS가 내장된 사이클링컴퓨터 그리고 심박계도 한때는 프로선수들 전유물인 시절이 있었다. 그 기술이 보편화되어 동호인들이 사용하는 것은 단순히 멋을 부리기 위한 수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마노 듀라에이스 파워미터 크랭크셋은 현재 사전 예약분을 공급하고 있으며, 오는 5월 쯤이면 시장공급이 원활해질 전망이다. 50-34, 52-36, 53-39T 3가지 체인링과 암 길이 170, 172.5, 175㎜이 조합된 크랭크셋의 가격은 177만원. 체인링이 포함되지 않는 크랭크 암 버전의 가격은 157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