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신용윤
사진 : 한동옥, 김한성
사진 : 한동옥, 김한성
에스파이어(S-PHYRE)는 시마노가 2016년 하반기 발표한 프리미엄 용품·의류 브랜드다.
시마노는 에스파이어의 컨셉을 “라이딩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물리적, 생리학적 기술을 활용, 이런 심화기술들이 연계되어 상승효과를 일으키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으며, 궁극적으로 ‘라이더가 진화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게 목표라고 말한다.
에스파이어는 시마노의 프리미엄 의류·용품 브랜드다.
퓨전 컨셉의 신호탄
로드용 슈즈인 SH-RC9과 MTB 크로스컨트리 슈즈인 SH-XC9은 시마노가 에스파이어라는 이름으로 처음 내놓은 제품이다.
에스파이어 사이클슈즈인 RC9(오른쪽)과 XC9. RC9은 로드용, XC9은 산악자전거 크로스컨트리용 신발이다.
이 신발들은 기존 로드용 레이스 슈즈인 RC320, 321이나 크로스컨트리용인 XC90 같은 시마노 컴페티션 등급이 자랑했던 커스텀핏 기능(※외피와 신발 깔창을 열성형하는 기능)을 과감히 삭제해 소재적으로 경량화했으며, 래칫버클과 벨크로 밴드로 신발을 조이던 것을 1㎜씩 조이고 풀 수 있는 IP-1 보아 다이얼로 바꾸어 조작성과 편의성을 높였다. 아울러 외피와 아웃솔, 통풍구조까지 대대적으로 혁신한 신발이라고 말할 수 있다.
RC9과 XC9은 장르가 다를 뿐 대부분 같은 디자인과 기술을 사용했다. 시마노는 지금까지 래칫버클과 벨크로로 신발을 조였으나 에스파이어 슈즈에는 보아 다이얼을 채택했다.
IP-1 보아 다이얼은 다이얼에 표시된 화살표 방향으로 돌리면 조여지고, 반대로 돌리면 풀린다. 한 클릭에 1㎜씩 조이고 풀 수 있으며, 다이얼을 밖으로 잡아 빼면 와이어를 한 번에 풀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말들은 그저 표면적이고 단편화된 수식어일 뿐, 이 신발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앞서 말한 에스파이어 컨셉, 그리고 2017년 시마노가 주창하는 퓨전 컨셉이 어떤 것인지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탁월한 착용감
에스파이어 RC9과 XC9을 신어보면 착용감이 매우 뛰어나다. 갑피를 이루는 마름이 기존 모델들과 사뭇 다르다는 것 알 수 있는데, 대개는 신발코와 뒷꿈치를 기준으로 발의 바깥쪽과 안쪽으로 나누는 것이 기본이고, 기본 패턴에서 신발코나 혀를 분할 또는 합치는 변형이 이루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갑피의 마름이 이전의 시마노 신발과 사뭇 다르다. 신발 앞부분과 사진에 보이는 외측면 발등, 뒤꿈치까지 한 조각으로 마름질했다.
내측면을 보면 절개선이 있는데, 스트랩부터 뒤꿈치까지가 나머지 한 마름이다.
RC9과 XC9도 큰 맥락에서는 기본 패턴의 변형이기는 하지만 기존의 RC320, 321에 비해 매우 혁신적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내측 발볼부터 신발코와 외측 발등을 지나 뒤꿈치까지 커다랗게 하나의 마름으로 재단했고, 나머지는 신발을 조이는 스트랩부에서 내측 뒤꿈치까지가 별도의 마름이다. 신발을 신는 발을 놓고 본다면 발가락부터 발등, 발 외측 전체가 한 조각인 것.
신발혀를 따로 부착하지 않고 커다란 외측 마름이 신발혀의 역할까지 한다.
각 마름은 박음질이 아니라 내피 위에 겹쳐놓고 본딩했다. 간결한 마름질로 신발혀를 부착하지 않아도 되고, 불필요한 박음질도 줄인 것이다.
실제로 신발 안쪽에 손을 넣고 더듬어 보면 전족부 전체가 이음새를 찾기 힘들 정도로 매끈하고 거친 부분이 없다. 갑피와 내피 소재를 접착·용착 공법으로 합포하는 것은 전작들보다 훨씬 이전부터 쓰던 기술이지만 업그레이드된 마름질로 전작들을 훨씬 뛰어넘는 착용감을 만들어냈다.
시마노는 앞서 설명한 에스파이어 슈즈의 갑피 형태를 비대칭 안상 패턴(Asymmetric eyestay pattern)이라고 부르는데, 착용감이 좋을 뿐 아니라 커다란 패널이 거센 페달링에도 발이 비틀리는 것까지 방지한다고 한다.
유기적인 구조의 기능성
갑피는 내피와 함께 그대로 본딩했다.
갑피에 딤플 패턴을 만들고 오목한 부분을 천공했다. 딤플 패턴으로 공기저항을 줄이는 동시에 내부의 더운 공기를 배출하는 통기구 역할도 한다.
앞서 설명한 한 조각으로 만든 갑피는 구조적으로 간결하고 가벼우며, 뛰어난 착용감까지 노린 노력이다. 에스파이어의 기능성은 이런 식으로 복합적이고 유기적인 구조다.
갑피엔 수많은 구멍들이 있다. 이 구멍들의 1차 기능은 통기성을 위한 숨구멍인데, 그냥 천공만 한 게 아니라 구멍 주변을 보조개처럼 오목하게 만들었고, 구멍이 없는 신발코의 표면도 올록볼록하다. 이른바 딤플이라는 형태다. 딤플을 설명할 때 가장 많이 쓰이는 사례가 골프공인데, 오목한 패턴의 표면이 공기저항을 줄여줘 비거리를 늘인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에스파이어 슈즈의 구멍들은 단순히 통기구로의 기능뿐만 아니라 공기저항을 줄이는 기능도 있다는 것.
앞뒤 다이얼을 조여 보면 좌우, 위아래로 밀착되는 게 아니라 신발 전체가 줄어들어 발에 들어맞는 느낌이다.
시마노 신발 중 처음으로 1㎜ 조이고 풀 수 있는 IP-1 보아 다이얼을 채택했다. 다이얼이 2개인데, 앞쪽은 발 좌우를 조이고, 발목 쪽의 다이얼은 신발을 아래위로 밀착시키는 역할이다.
그런데 신발을 신고 와이어를 조여 보면 좌우, 위아래가 따로 조여진다기보다 신발 전체가 꼭 맞게 줄어드는 느낌이다. 이 또한 비대칭 갑피가 IP-1 다이얼의 편리한 조작성과 만나 더욱 빛나는 부분이다.
깔창에 적용된 원단은 다우의 항균섬유인 실바두르를 사용했다.
깔창의 아치 웨지는 높음(빨강)과 중간(노랑) 2가지 높이 중 자신의 발에 맞추어 바꿀 수 있다.
신발 깔창(Insole)은 완충성 있으면서도 단단한 느낌이다. 깔창에 합포된 원단은 다우사(社)의 항균섬유인 실바두르(SILVADUR™)로 발냄새의 원인인 세균번식을 효과적으로 억제한다. 깔창을 뒤집어보면 발바닥 오목한 부분인 아치에 웨지가 부착되어 있다. 웨지는 중간(MID)과 높음(High) 2가지 높이가 있어 자신의 아치 높이에 맞추어 바꿀 수 있게 했다.
에스파이어 슈즈는 강력하면서도 안정적인 페달링이 가능하며, 오랜 시간 발의 쾌적함이 유지된다.
장르에 최적화된 아웃솔
대부분 공통적인 디자인과 기술을 사용한 RC9과 XC9이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이 있다. 바로 밑창(Outsole)이다.
RC9(위)은 페달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뒷부분을 얇게 만들고 힐컵을 확장해 덮었다. XC9(아래)은 아예 페달과 만나는 앞부분만 카본을 사용했다. RC9 카본 아웃솔은 최대 강성지수인 12이고, XC9 카본 아웃솔 강성지수는 11이다.
RC9 앞부분의 통풍구는 내부의 에어채널로 외기를 불어넣어 내부의 더운 공기를 배출할 수 있게 한다.
RC9의 카본 아웃솔은 동력전달에 충분한 면적을 갖추면서도 높이를 낮추어 안정성을 꾀했다.
RC9는 미드솔 바깥 전체를 매우 강성이 높은 카본으로 만들었다. 시마노는 밑창의 강성지수를 2~12까지로 나누고 있는데, 높은 숫자일수록 강성 또한 높다. RC9의 강성지수는 최고치인 12로 강력한 동력전달성에 중점을 뒀다.
대신 페달링 시 힘 전달과 크게 상관없는 뒷부분을 얇게 만들어 무게를 줄였으며, 힐컵을 아웃솔 중간까지 확장해 커버처럼 씌웠다. 또한 발바닥에서부터 페달 클릿이 장착되는 위치까지 높이(Stack Height)를 줄여 페달링 시 동력전달성 외에 안정성까지 고려했다.
아웃솔 앞부분에는 통풍구가 있는데, 아웃솔 안으로 에어채널을 조성해 신발 내부의 더운 공기를 밖으로 밀어내도록 했다. 아웃솔 가장자리와 신발코 하단은 긁힘 방지용 고무범퍼를 부착했으며 힐컵 하단엔 교체할 수 있는 고무굽이 설치됐다.
발바닥과 페달 사이의 높이를 낮추어 강한 페달링에도 안정성이 높다.
XC9는 미쉐린이 개발한 접지력 높은 트레드를 부착했다.
XC9은 카본 아웃솔을 페달링에 영향을 미치는 신발 앞부분에만 적용했다. 레이스 중 자전거에서 내려서 뛰어야 할 수도 있는 XC경기 특성상 다소 유연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편, XC 레이스 슈즈인 XC9는 페달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신발 앞부분만 카본 아웃솔을 적용했다. 레이스 시 자전거에서 내려서 걷거나 뛰어야 하는 상황을 고려해 신발의 유연성까지 염두에 둔 조치다. 또한 카본 아웃솔의 강성지수도 로드용인 RC9에 비해 1포인트 낮춘 11이다. 힐컵은 뒤꿈치 부위만 덮은 게 아니라 카본 아웃솔이 삭제된 신발 뒷부분부터 중간까지 덮었는데 RC9보다 더 넓은 면적을 커버한다. XC9 힐컵은 RC9보다 유연한 합성수지인데, 신발을 신으면 발의 부피 때문에 힐컵 좌우가 약간 벌어지면서 상단은 오므라들 듯 자연스럽게 앞으로 밀착된다.
XC9은 가파른 길도 미끄러지지 않고 오를 수 있도록 접지력 높은 트레드를 갖추었으며, 신발 앞부분에 롱스파이크를 장착할 수 있다. 사진은 스파이크를 장착한 상태.
로드용인 RC9인과 달리 XC9의 밑창엔 오프로드 지면을 딛고 뛸 수 있도록 트레드가 부착됐는데, 타이어로 유명한 미쉐린이 개발한 트레드다. 바위같이 미끄러질 수 있는 노면에서도 접지력이 매우 뛰어나며, 무르지 않아 지면을 딛고 있을 때 안정감도 좋다. 밑창 앞부분엔 롱스파이크(구성품)를 장착할 수 있어 가파른 오프로드를 딛고 오를 때 편리하다.
RC9에선 밑창에 앞부분에 통풍구가 있었지만 XC9는 흙이나 수분 같은 이물질의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 없앴으며, 신발 앞부분은 흙이나 돌에 긁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긁힘방지 소재를 덧댄 모습이다.
에스파이어 슈즈는 디자인과 기술이 살아있는 생물의 신경과 혈관처럼 이어진 느낌이다.
물 흐르는 것 같은 자연스러움
지금까지 살펴본 에스파이어 슈즈는 디자인과 기술들이 모두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얽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모습은 시마노가 새롭게 주창하고 있는 퓨전 컨셉에 기인하는데, 한 마디로 정의하면 사람과 자전거 부품, 용품, 의류 그리고 물리적 공간이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전제로 ‘따로 떼어놓지 않고 하나의 기술적인 맥락’에서 접근하겠다는 것이다.
그 또 다른 사례가 바로 에스파이어 양말이다. 라이더의 신체인 발과 신발을 연결해주는 것이 바로 양말이기 때문에 신발과 기술적 연장선상에서 기획한 제품이라고 시마노는 말한다.
에스파이어 슈즈에 포함된 양말은 착용감, 완충성, 통기성 등 신발과의 기술적 연계를 이룰 수있도록 만든 제품이다.
에스파이어 슈즈의 사이즈는 36(225㎜)부터 52(330㎜)까지 27가지이며, 노멀 핏과 발볼이 넓은 사람을 위한 와이드 핏 제품이 따로 있다. 색상은 블루, 화이트, 블랙, 옐로(형광)가 있고, 무게는 41사이즈 기준 RC9이 238g, XC9은 327g이다. RC9과 XC9의 가격은 43만원으로 동일하며, 기사에 소개한 신발 외에 에스파이어 양말을 함께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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