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노와 캄파뇰로가 전동식 변속 시스템을 로드바이크 그룹셋 일부에 적용하고 있지만, 여전히 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스틸 와이어를 당기는 기계식. 한때 시마노가 압축공기로 작동하는 에어라인 변속 시스템을 다운힐 자전거 전용으로 개발해 판매하기도 했지만, 용도가 제한적이어서 대중화되지는 못했다.
현대 산악자전거에 있어서 유압을 사용하는 부품은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저가의 서스펜션 포크에는 엘라스토머가 사용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유압식 댐퍼를 사용하고 있고, 디스크브레이크 또한 유압식이 기계식을 거의 완벽하게 밀어내고 심지어 로드바이크 시장까지 노리고 있다. 여기에 새로운 부품이 유압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독일의 하이엔드 자전거 부품업체 어크로스가 유압을 사용한 변속 시스템 A-GE를 선보인 것.
A-GE 유압식 시프터. 좌우 한 세트의 무게가 129g에 불과하다. 정교한 CNC 가공을 거쳤다.
유압으로 작동하는 디레일러
어크로스 A-GE는 MTB용 10단 구동계에 적용되는데, 구성품은 앞 디레일러와 뒤 디레일러 그리고 시프터로 이루어진다. 시프터와 디레일러를 잇는 각각 2개의 호스 안에는 오일이 채워져 있고, 유압회로를 통해 오일을 밀어서 디레일러를 움직여 변속하는 방식이다.
얼핏 복잡할 것 같지만 구조는 보기보다 간단하다. 그리고 간단한 구조는 무게를 줄일 수 있는 가능성 또한 높은데, 어크로스는 이점을 철저히 공략했다. A-GE의 큰 장점 중 하나가 바로 초경량이라는 점. 하이엔드 부품 제조업체답게 많은 부품을 CNC로 깎아 다이어트를 실행했고, 그 결과 기계식 변속 시스템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벼운 무게를 달성했다. 제조사 발표치는 유압호스와 오일까지 모두 포함해 426.5g(실측치는 445g)이다. 시마노 XTR과 스램 X.0는 600g (시프터와 앞뒤 디레일러, 케이블 포함)이 넘으니 어크로스 A-GE가 얼마나 가벼운지 알 수 있다. 스램 XX는 576g으로 가벼운 편이지만 여전히 130g 이상의 차이를 보인다.
79.2g에 불과한 앞 디레일러.
유압식 뒤 디레일러의 무게는 159.8g으로 매우 가볍다.
즉각적인 변속과 일정하고 고급스러운 변속감
그럼 A-GE는 단순히 가볍다는 것만 장점일까? 그렇지 않다. 기계식 디스크브레이크 또는 림 브레이크를 쓰다가 잘 세팅된 유압식 디스크브레이크를 처음 써봤을 때의 느낌을 기억해보자. 단지 손가락의 힘으로 캘리퍼를 움켜쥐는 것이 아니라 유압 실린더와 피스톤을 통해 부드러운 레버감과 장시간 사용해도 손에 피로가 덜한 경험 말이다. 어크로스 A-GE도 비슷한 장점을 가진다. 일단 변속감이 업 시프트와 다운 시프트 모두 동일하다. 전통적인 케이블식 변속기는 언덕 주행 등 부하가 걸린 상황에 큰 기어로 변속할 때 시프터를 누르는 힘이 더 필요하게 된다. A-GE는 그런 것이 없다. 언제나 일정하고 아주 적은 힘으로 즉각적으로 변속이 이루어지며 업 시프트와 다운 시프트의 감각 또한 동일하다.
오일을 사용하는 변속 시스템인 만큼 블리딩이 필요하다.
A-GE는 특성상 앞 디레일러와 뒤 디레일러 모두 2개씩의 유압 호스가 필요하다. 유압 호스는 열수축 튜브를 통해 하나로 묶을 수 있으며, 직경이 작아 2개를 모았을 때 하나의 케이블 스톱에 끼울 수 있다.
시프터는 엄지손가락 하나만으로 조작할 수 있다. 시프트 레버의 아래를 누르면 큰 기어로 변속되고 위를 누르면 작은 기어로 변속된다. 특이한 점은 유압 호스를 위아래로 바꿔 끼우면 역방향으로 작동한다는 것. 따라서 취향에 따라 변속 방향을 선택할 수 있다. 어크로스는 시프트업과 다운이 각각 3단씩 가능하다.
시프트 업
시프트 레버의 위를 누르면 작은 기어로 변속된다.
시프트 레버의 아래를 누르면 큰 기어로 변속된다.
또 하나의 장점은 조용하다는 점이다. 시프터에 스프링 등의 장치가 없기 때문에 시프터를 눌러 변속을 할 때 소음이 발생하지 않는다. 체인이 스프라켓을 만날 때 나는 ‘철컥철컥~’ 하는 기계음뿐이다. 낮은 소음과 유압식 특유의 조작감이 상당히 고급스러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상당히 가벼운 무게와 빠른 변속 속도, 일정한 변속감, 저소음 등 많은 장점을 가진 A-GE의 유일한 약점은 310만원이라는 가격표. 단순히 가격만 보면 비싸다고 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부품을 대만이나 중국이 아닌 독일 현지에서 CNC로 가공한 하이엔드 제품이고, 새로운 변속 세계를 먼저 만나는 대가로 본다면 납득할 만하다. 몸값 비싼 선수가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것을 우리는 많은 사례를 통해 알고 있다.
A-GE는 변속속도가 매우 빠르고, 시프트레버 작동감이 좋으며 조용하기까지 하다.
독일에서 모든 가공을 마친 A-GE 시스프 시스템은 하이엔드 제품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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