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빅이 크로스맥스 시리즈를 개편하기 시작한 것이 2011년. 전통적인 크로스컨트리 레이싱용인 크로스맥스 SLR과 올마운틴까지 사용이 가능한 크로스맥스 ST 그리고 엔듀로와 가벼운 프리라이드까지 사용할 수 있는 크로스맥스 SX를 26인치로 먼저 선보였고, 1년 뒤 SLR과 ST를 29인치화 했다. 이 크로스맥스 시리즈에 새로 추가된 모델이 있는데, 가장 터프한 버전인 크로스맥스 엔듀로다.
크로스맥스 엔듀로는 26인치와 27.5인치 두 가지 버전으로 나온다. 사진은 26인치 버전의 앞바퀴.
크로스맥스 엔듀로가 사용되는 경기 종목인 엔듀로 레이싱에 대해 간략히 알아보자. 작년 첫 월드 시리즈가 열린 엔듀로 레이싱은 코스 대부분이 내리막인 것은 다운힐과 같지만 두 가지 큰 차이가 있다. 바로 레이스 횟수와 오르막의 존재다. 엔듀로 레이싱은 자동차 또는 모터사이클 랠리 경기와 비슷한 방식이다. 하루 또는 최대 3일 간 이동을 하면서 통과 시간을 계측하는 여러 개의 스페셜 스테이지를 달린 다음 모든 스페셜 스테이지 기록을 합쳐 가장 빠른 라이더가 승자가 되는 형식이다. 대부분의 코스가 다운힐이지만, 최대 20% 경사도의 업힐 구간이 허락되기도 한다. 그리고 각 스페셜 스테이지 사이의 연결 구간을 자전거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구간의 통과 시간이 기록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스페셜 스테이지 출발 전까지 도착하지 못하면 패널티를 받게 된다. 따라서 엔듀로 레이싱은 단순히 다운힐을 빨리 달리는 것이 아니라, 지구력과 적절한 체력 배분 그리고 업힐 능력이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래서 엔듀로 레이싱에는 다운힐 자전거보다 업힐이 쉽고 장거리를 달려도 자전거의 무게에 의한 피로가 덜한 올마운틴 자전거가 적합하다. 다운힐 구간도 다운힐 레이스보다는 난이도가 낮고, 페달링을 해야 하는 곳이 많기 때문에 과도한 트래블은 오히려 독이 되고 만다. 그렇다면 올마운틴 자전거보다 더 가볍고, 페달링 성능이 뛰어난 트레일 바이크는 어떨까? 업힐 구간에서는 유리하지만 스페셜 스테이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다운힐 구간에서 큰 손해를 보게 된다.
엔듀로 레이싱에 쓰이는 자전거의 리어휠 트래블은 160~180㎜ 정도이고, 휠의 크기는 26인치가 주를 이뤘으나 2014년을 기점으로 빠르게 27.5인치로 변경되고 있다. 이러한 엔듀로 레이스만의 특성이 있기에 프랑스의 자전거 휠 제조사 마빅은 특별한 휠셋을 제작했다. 바로 크로스맥스 엔듀로다.
크로스맥스 엔듀로 중 주력 모델이 될 27.5인치 버전. 사진은 폭 2.4의 전용 타이어 크로스맥스 차지가 장착된 앞바퀴.
크로스맥스 엔듀로 앞 허브. 6볼트 방식의 디스크 로터만 쓸 수 있다.
뒷바퀴에는 앞바퀴보다 폭이 좁고 높이가 낮은 롬 XL 타이어가 장착된다.
프리허브 보디는 11단용이다. 스페이서를 끼우면 10단도 사용할 수 있다.
스포크 홀 사이의 림이 부드럽게 파인 부분은 기계가공을 통해 깎아낸 것이다. 강도와 강성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무게를 줄이기 위한 것인데, 회전체인 휠의 바깥쪽 부분에서의 무게 감량은 가속을 할 때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전용 타이어 포함한, 휠 + 타이어 시스템
크로스맥스 엔듀로는 얼핏 보면 다운힐용 휠셋인 디맥스 얼티밋으로 착각하기 쉽다. 디맥스 얼티밋 고유의 컬러가 크로스맥스 엔듀로에도 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크로스맥스 엔듀로의 기본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크로스맥스에 있다. 엔듀로 레이싱용 휠은 다운힐 구간을 주로 달리는 만큼 견고해야 하고, 파워를 손실 없이 그리고 빠르게 전달해야만 한다. 크로스맥스 엔듀로는 가볍고 힘 전달력이 좋은 크로스맥스와 견고한 디맥스의 장점을 섞어 만든 휠셋이라고 생각하면 좋다. 휠 사이즈는 주로 사용되는 크기인 27.5인치와 26인치 두 가지가 있다.
엔듀로와 디맥스 얼티밋은 무게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디맥스 얼티밋(26인치만 생산)의 무게는 앞 910g, 뒤 1055g으로 한 셋이 2kg에 육박하지만 크로스맥스 엔듀로(26인치 버전)는 앞 825g, 뒤 835g으로 1660g에 불과하다. 다운힐 레이스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히 터프한 다운힐이 이어지는 엔듀로 레이스용 휠셋으로는 가벼운 무게다.
650b(27.5인치 버전) 크로스맥스 엔듀로는 26인치에 비해 단지 50g이 더 나갈 뿐이다. 앞바퀴가 850g이고 뒤 860g으로 각각 25g씩이 추가되었다.
크로스맥스 엔듀로의 출고 사양은 앞 20㎜ 스루 액슬, 뒤 12×135 액슬이었는데, 테스트바이크에 장착하기 위해 앞은 15㎜ 스루 액슬 어댑터로, 뒤는 12×142로 변경했다. 필요한 부품은 제품에 포함되어 있다(앞 허브용 9㎜ QR 어댑터만 옵션). 드롭아웃 옵션에 대한 적응력이 매우 높은 편.
■액슬 옵션
앞 – QR(옵션 어댑터 사용), 15㎜, 20㎜
뒤 – QR, 12×135, 12×142
각종 액슬 어댑터와 튜브리스용 밸브, 디스크로터 고정볼트, 속도계용 자석 등의 부속품.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는데 크로스맥스 엔듀로에는 마빅의 레이스용 로드 휠셋처럼 전용 타이어가 장착되어 출고되는 점이다. ‘휠-타이어 시스템’이라고 하여, 휠의 용도에 맞는 타이어를 개발하는 것인데, 주행 시 앞뒤 타이어의 역할이 다른 만큼 타이어의 디자인과 폭 또한 다르게 디자인한 것이 특징이다.
타이어의 이름은 크로스맥스 차지(Charge, 앞)와 크로스맥스 롬(Roam) XL. 앞 타이어인 크로스맥스 차지(2.4)의 무게는 26인치 버전이 950g, 650B가 990g이다. 뒤 타이어인 롬 XL의 무게는 850g(26인치), 870g(650B)인데, 휠의 크기에 따라 타이어의 폭이 다르다. 26인치 모델은 2.3인치이고, 27.5인치는 폭이 2.2인치다. 타이어의 폭은 26인치 버전이 조금 넓지만 27.5인치의 경우 앞뒤 접지면이 26인치 버전보다 넓기 때문에 폭이 조금 좁은 2.2로도 26인치의 2.3과 동일한 또는 그 이상의 접지력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타이어 전체가 단일 컴파운드인 앞 타이어는 폭이 2.4인치로 넓어서 접지력이 뛰어날 뿐 아니라 노면에서 오는 충격을 줄여주는데 일조한다. 옆 부분의 노브를 높였는데 코너링 성능 향상을 위한 것이다. 뒤 타이어는 앞보다 조금 좁은 2.2인치와 2.3인치다. 앞보다 폭이 좁은 뒤 타이어는 가속 시 효율적인 힘 전달을 하는 동시에 과도한 그립으로 인한 체력 저하를 막는다. 롬 XL은 중앙과 사이드 부분의 컴파운드가 다른 듀얼 컴파운드를 적용했다. 코너링의 안정성에 영향을 미치는 옆 부분은 차지와 같은 소프트 컴파운드지만, 중앙 부분까지 부드러운 컴파운드를 사용하면 가속 시 노브의 변형이 생겨서 힘 손실이 생기고 빨리 닳게 된다. 그래서 중앙 부분에는 단단한 하드 컴파운드를 사용했고 노브의 높이도 앞보다 낮다.
왼쪽이 뒤 타이어인 롬 XL, 오른쪽이 앞 타이어인 차지다. 롬 XL은 트레드가 촘촘한 중앙부에 하드 컴파운드를, 코너링 시 닿는 사이드에는 소프트 컴파운드를 쓴 듀얼 컴파운드 구조다. 제동력과 코너링이 중요한 차지는 타이어 전체가 소프트 컴파운드다.
크로스맥스 엔듀로 휠셋과 크로스맥스 차지, 롬 XL 타이어는 모두 UST 튜브리스 레디 사양이다. 기본적으로 튜브가 끼워져 출고되지만, 간단한 작업으로 튜브리스타이어로 변신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 튜브리스타이어로 사용하려면 타이어와 튜브를 분리한 뒤, 림에 달린 밸브를 튜브리스용으로 교체하고(휠셋에 포함), 별도로 실런트를 구입해 넣으면 된다. 마빅은 타이어를 림에 완전히 고정하고, 밸브 코어를 풀어서 실런트를 넣는 방법을 권하고 있다.
타이어를 장착한 상태에서 높이를 측정해봤다. 26인치 버전의 앞바퀴는 68.3㎝이고, 650b 버전은 71.5㎝였다. 27.5인치 버전이 3.2㎝ 더 높았다. 폭이 동일한 앞바퀴와 달리 27.5인치 버전의 타이어 폭이 더 좁은 뒷바퀴의 높이는 앞바퀴에 비해 차이가 매우 적었다. 폭 2.3인 26인치 버전이 67.5㎝인데 비해 폭 2.2인 27.5인치 버전이 69㎝였다. 타이어의 폭이 넓어질수록 높이 또한 높아지기 때문이다. 장애물 돌파능력에 있어서 뒷바퀴보다는 앞바퀴의 역할이 크다는 점에 주목한 세팅이기도 하다.
26인치와 27.5인치의 앞바퀴 크기 비교. 앞이 26인치, 뒤가 27.5인치다.
앞뒤 휠의 무게가 비슷한 것도 크로스맥스 엔듀로의 특징. 보통은 프리 허브 보디가 달린 뒷바퀴가 많이 무거운 편인데, 엔듀로는 뒤 휠의 무게가 겨우 10g 무거울 뿐이다. 이유는 스포크가 앞 24, 뒤 20개인 것과 림 폭의 차이에 있다. 크로스맥스 엔듀로의 앞 림은 내부 폭이 21㎜이고, 뒤는 19㎜로 더 좁다.
많은 휠셋이 앞뒤 스포크 패턴이나 스포크 수 정도에 차이를 두는 것과는 달리 림의 폭과 타이어 사이즈 그리고 트레드 패턴까지 다르게 세팅하는 것은 무척 드문 일이다. 그만큼 크로스맥스 엔듀로는 사용 환경에 특화된 휠 + 타이어 셋이라고 할 수 있다.
마빅 크로스맥스 엔듀로의 가격은 140만원(타이어 포함)이다.
테스트에는 27.5 버전을 사용했다. 록키마운틴 알티튜드 750 MSL에 크로스맥스 엔듀로 27.5를 장착한 다음 고창군수배 전국산악자전거대회 엔듀로 레이스에서 실전 테스트를 실시했다. 라이더 : 김기문
마빅 크로스맥스 엔듀로는 휠셋과 타이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마빅은 휠셋 뿐 아니라 엔듀로 레이싱에 필요한 제품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는데, 이 중에는 페달과 신발, 장갑, 배낭, 의류 등이 포함된다. 그리고 모두 ‘크로스맥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모델 : 옥창국
현역 선수 시절, 다운힐 경기에 출전할 때는 늘 마빅의 다운힐 레이스용 휠셋인 디맥스를 사용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산악자전거의 휠 사이즈하면 26인치가 대표적이었다. 29인치 휠이 등장한 이후에도 높은 속도에서 큰 충격을 버텨야만 하는 다운힐 종목에서는 다른 휠 사이즈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26인치의 입지가 확고했다. 그런데 최근 세계선수권대회와 월드컵 다운힐 서킷에서는 27.5인치 휠셋을 쓴 자전거를 볼 수 있게 되었고, 다운힐보다는 조금 낮은 속도지만 경기 대부분 내리막을 달리는 엔듀로 레이스에서는 27.5인치 휠셋이 다운힐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데, 사실 점령 완료 단계에 가깝다.
크로스맥스 엔듀로는 마빅이 엔듀로 레이싱에 초점을 맞춰 개발한 휠과 타이어 시스템이다. 앞뒤 휠과 타이어의 역할이 각기 다른 만큼, 림의 폭과 타이어 폭 그리고 타이어 트레드 패턴을 다르게 디자인했다. 하나의 타이어를 앞뒤에 쓰는 것이나 앞뒤 같은 림을 쓰는 제품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크로스맥스 엔듀로는 앞과 뒤에 최적화된 각기 다른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겉으로 보기엔 림의 색상이 같아 구분하기 어렵지만, 타이어의 모양과 타이어의 폭에 따라서 결정되는 타이어의 높이까지 완전히 다르다. 이런 앞뒤가 다른 휠 타이어 셋이 27.5인치와 26인치 두 가지 버전으로 나오니, 총 4개의 각기 다른 휠과 타이어가 ‘크로스맥스 엔듀로’라는 이름 아래 한 집 살이를 하고 있는 셈이다.
크로스맥스 엔듀로의 테스트에 사용한 자전거는 록키마운틴의 알티튜드 750 MSL이다. 26인치와 29인치 휠셋을 쓴 산악자전거를 만들던 록키마운틴이 27.5인치 휠셋을 채용하면서 내놓은 리어 휠 트래블이 150㎜인 올마운틴 자전거다. 자전거의 성격이 크로스맥스 엔듀로와 아주 잘 어울린다.
27.5인치 또는 650b라고 부르는 휠 사이즈의 특징은 26인치 휠을 타다가 바로 바꿔 타도 이질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29인치만큼 장애물 돌파력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휠의 강성을 유지하기가 쉽다. 그리고 약간 더 커진 사이즈지만 분명 26인치보다는 불규칙한 노면을 부드럽게 걸러서 전달한다. 내리막에서 요철 등을 잘 넘는다는 것은 그만큼 컨트롤하는 힘을 아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되고, 안정감이 증가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S자 연속 코너링이나 깊은 코너에서도 무게중심 이동에 따라 신속하게 반응하여 둔한 느낌이 없는 순발력 있는 라이딩을 할 수 있었다. 크로스맥스 엔듀로의 앞 휠에 기본 장착된 크로스맥스 차지 타이어는 소프트한 컴파운드와 다운힐에 적합한 트레드 패턴을 써서 안정적인 제동력과 끈끈한 그립을 제공했는데, 빠른 속도로 달리다가 최대 브레이킹을 해도 미끄러지는 현상이 적게 나타났다. 뒤 타이어인 롬 XL은 앞 타이어와 달리 타이어의 중앙부분과 옆 부분에 다른 컴파운드를 썼다. 페달링을 할 때 힘을 전달하는 것은 뒤 타이어 중에서도 중앙 부분이다. 이 부분을 옆보다 강한 컴파운드로 만들어서 마모를 줄이고, 페달링 시 타이어가 변형되는 정도를 줄여 효율을 높인 것이다. 옆 부분은 여전히 부드럽고 끈끈한 컴파운드를 써서 안정적인 코너링이 가능했다.
마빅 크로스맥스 엔듀로는 새로운 레이스인 엔듀로 레이스와 새로운 휠 규격인 27.5인치를 마빅의 방식대로 해석해 만든 새로운 휠 타이어 시스템이다. 과거의 월드컵 다운힐 서킷에서 활약하던 노란 휠의 무대가 엔듀로 레이스로 확장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