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것들의 전동화에 가속이 붙었다. 자동차는 환경적인 측면에서 배기가스 제로인 전기차로의 전환이 시작되었고, 작은 모터와 배터리를 이용한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도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다. 산악자전거에 전기모터를 단 E-MTB는 유럽을 위주로 폭발적인 성장 중인데, 국내에서는 불합리한 인증 절차에 가로막혀 도입이 지연되고 있다.
자동차나 모터사이클과는 달리 원래 탄소 배출이 없던 자전거에 모터를 달았을 때의 장점은 무엇일까? 출퇴근 등 생활에 밀접한 전기자전거는 페달링에 힘이 들지 않아서, 땀을 덜 흘릴 수 있어 쾌적함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자전거를 타면서 땀을 흘리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냐고 물을 수 있지만 모든 사람들이 운동을 위해 자전거를 타는 것은 아니다. 그저 자전거가 다른 교통수단보다 주차나 유지 면에서 편하기 때문에 타는 경우도 있고, 무거운 짐을 자주 실어야 하거나, 도로에 언덕이 많아서 일반 자전거가 불편한 사람들이 선택한다.
메리다 eONE-SIXTY 900E는 즐거움이 가득한 E-MTB다. 강력한 모터의 도움으로 언덕을 편하고 빠르게 오른 후 신나는 다운힐을 즐길 수 있다.
E-MTB는 완전히 다른 측면에서 접근한 전기자전거다. 산악자전거는 운동과 재미를 위한 자전거인데, 모터를 더해서 재미라는 부분을 더 쉽고 오래 느낄 수 있게 한 것이다. 우리 주위에는 긴 오르막을 빠르게 오르는 것 자체에서 성취감을 느끼는 라이더가 많다. 반대로 오르막은 내리막을 달리기 위해 올라야만 하는 지루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라이더도 적지 않다. E-MTB는 후자에게 더 많은 라이딩 기회를 제공한다. 같은 시간 동안 라이딩을 한다면, 무대가 바이크파크가 아닌 이상 E-MTB를 탄 라이더가 더 많은 거리를 달릴 수 있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시간도 길어진다는 의미다. 게다가 평소 고전하던 언덕을 쉽게 오르는 것 자체에서도 재미를 찾을 수 있다.
e원식스티-900E
독일은 유럽 전기자전거 시장의 핵심이다. 메리다는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R&D 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생활형 전기자전거 뿐만 아니라 재미를 위해서 타는 스포츠용 전기자전거의 판매가 상당하기 때문에 이곳에서 주도적으로 전기자전거를 개발하고 있다.
메리다의 E-MTB 라인업을 보면 놀라움이 앞선다. 우리에겐 경량 크로스컨트리 레이스용으로만 알려진 나인티식스의 전기자전거 버전이 있고, 하드테일인 빅나인과 빅세븐, 27.5 플러스 타이어를 쓰는 빅트레일 그리고 풀 서스펜션인 원트웬티와 원식스티가 e바이크로 준비되어 있다. 사실상 메리다 산악자전거 대부분이 전동화되어 있다는 것을 뜻한다.
메리다의 다양한 E-MTB 중 가장 긴 트래블을 가진 이원식스티 900E. 엔듀로/올마운틴용인 원식스티를 기본으로 전동 유닛을 달 수 있도록 설계를 변경하고 프레임을 강화했다.
테스트한 eONE-SIXTY(이원식스티) 900E는 메리다의 E-MTB 중 가장 휠 트래블이 긴 모델인데, 160㎜ 트래블을 가진 엔듀로/올마운틴 자전거, 원식스티(ONE-SIXTY)의 전동화 버전이라고 보면 된다. 모델명 앞의 알파벳 소문자 e는 전기자전거를 의미하고, 900 뒤에 붙은 대문자 E는 시마노 전동변속 시스템인 Di2를 사용했다는 것을 뜻한다.
체인스테이 길이가 늘어나는 것을 최대한 억제해서, 다루기 쉽고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무게보다 가벼운 느낌으로 자전거를 다룰 수 있다.
이원식티 900E는 원식스티로부터 골격을 물려받았지만, 시마노 스텝스 전동 드라이브유닛을 설치하면서 지오메트리를 살짝 변경했다. 변경 정도는 M이나 L 사이즈보다는 S 사이즈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스텝스 드라이브 유닛과 배터리 장착 그리고 플러스 타이어를 장착하기 위한 최소 공간 확보 때문이다. 탑튜브가 일반 원식스티보다 S 사이즈는 2㎝, M은 1㎝가 길고, 시트튜브는 S만 1㎝가 더 길다. 체인스테이는 439.5㎜로 동일한데, 일반 원식스티보다 9.5㎜ 길다. 이렇게만 보면 자전거가 제법 길어져야 할 것 같지만, 휠베이스는 비슷하다. S 사이즈만 8㎜가 더 길고, M은 1㎜ 차이 그리고 L은 오히려 7㎜가 짧다. 주행 성격이 기존 원식스티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파워!!! 스텝스 E8000
작년 5월, 시마노는 스텝스 E8000이라는 E-MTB 그룹셋을 발표했고 이 부품들은 2017년형 모델에 처음 장착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원식스티 900E는 시마노의 최신 전동 그룹셋인 스텝스 E8000을 탑재한 메리다의 첫 제품군이기도 하다.
BB셸 부분에 시마노 스텝스 드라이브 유닛이 위치한다.
스텝스 E8000은 250와트의 강력한 모터와 36V 504Wh의 대용량 배터리를 바탕으로 크로스컨트리부터 올마운틴 자전거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시속 25㎞에 도달할 때까지 강력하게 주행을 보조해 준다.
서포트 모드는 에코/트레일/부스트 3가지가 있다. 라이더가 페달을 밟는 토크를 감지해서 모터가 얼마만큼을 도와줄지 결정을 하게 되는데, 에코 모드는 평지에서 이동할 때 유용하고, 에코보다 페달링 보조가 강한 트레일 모드를 언덕에서 사용하면 전기자전거지만 라이더가 페달링을 통해서 운동을 하고 있는 느낌을 충분히 주고, 테크닉이 필요한 험한 오르막에서 자전거를 미세하게 컨트롤하기 유리하다.
부스트 모드는 가벼운 크로스컨트리 자전거로 아주 잠깐 오를 수 있는 최대 경사의 오프로드를 평지처럼 만들어버리는 마법의 모드다. 배터리 소모가 크지만, E-MTB의 실력을 가장 확실하게 체험할 수 있는 모드다.
전동 어시스트는 크랭크에 실제로 자전거를 앞으로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힘이 전해져야만 작동을 한다. 예를 들면 페달이 헛돌 정도로 속도에 비해 낮은 힘이 들어가면 모터가 개입하지 않는다. PAS 방식이기 때문이고, 내리막에서 페달의 위치를 바로 잡는 정도로는 모터가 작동하지 않아 안전하다.
각 모드에서의 주행가능 거리 표시. 배터리를 아주 약간 사용한 후인데, 에코 모드에서 97㎞, 트레일 72, 부스트에서는 48㎞ 주행이 가능하다고 표시된다. 100% 상태에서는 각각 100, 75, 50㎞다. 모드 옆의 그래프에는 실 주행시 어느 정도 모터가 서포트를 해주고 있는지 표시가 된다. 숫자 5는 체인이 5단 스프라켓에 걸린 것을 의미하는데, Di2 변속 시스템에서만 활성화되는 부분이다.
파워가 넘치는 부스트 모드가 최고일 것 같지만, 실제 라이딩을 해보면 부스트 모드가 부담스러운 상황도 있다. 예를 들면 경사가 심하지 않은 언덕에서 부스트 모드를 쓰고 오르다가 코너를 돌 때 예상보다 모터의 서포트가 강해서 언덕을 오르면서도 브레이크를 잡아야 하는 일이 생기곤 한다. 물론 부스트 모드에 적응하면 할수록 이런 일이 적어지긴 하겠지만, 경사가 아주 심하지 않다면 언덕에서는 트레일 모드를 기본으로 쓰고 가끔씩 만나는 급경사에서 부스트 모드를 활용하는 편이 좋겠다.
배터리 잔량 인디케이터. 바로 위에 있는 전원 스위치를 누르면 스텝스 E8000과 Di2 시스템이 잠에서 깨어난다. Di2 구동계는 별도의 배터리 없이 스텝스의 배터리를 공유한다.
전기자동차 보급에서 가장 중요시 여기는 부분이 바로 주행가능 거리와 충전 시간이다. 전기자전거에게도 주행거리는 무척 중요한 요소로, 서포트 모드에 따라서 주행가능 거리가 크게 달라진다. 이원식스티 900E의 경우 배터리를 완전 충전했을 때, 에코 모드에서 100㎞, 트레일 75㎞, 부스트 모드에서는 50㎞가 주행가능하다고 표시된다. 실제 라이딩을 하다보면 내리막에서는 모터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주행거리는 좀 더 늘어날 수 있고, 반대로 오르막이 길어서 줄어들 수도 있다. 혹시나 라이딩 도중에 배터리가 다 떨어지면 어쩌나 라는 걱정이 든다면 여분으로 배터리를 휴대하는 것도 괜찮다. 2.62㎏으로 묵직하지만, 모터의 지원을 받는 이원식스티 900E를 탄 상태에서는 배낭에 이것저것 여러 가지를 넣고도 부담이 적다. 이원식스티 900E는 배터리가 공간을 차지해서 물통을 꽂을 수 없는 만큼 배낭이 필수이기도 하다. 라이딩 코스를 숙지하고 주행 거리를 미리 계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배터리 충전 시간은 80%까지 2시간 30분 그리고 100%까지는 총 5시간이 걸린다. 배터리의 수명은 총 1000회 충전을 했을 때까지이고, 이때 신품 상태의 60% 성능을 보인다고.
이원식스티는 출동 기회가 무척 잦은 자전거다. 보통 엔듀로/올마운틴 자전거라고 하면 주말에 차량을 이용한 셔틀 라이딩이나 고창이나 용평 같은 바이크파크에서의 라이딩을 떠올리는데, 이동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다른 라이더와 차량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E-MTB인 이원식스티는 좋은 라이트만 준비한다면, 평일 퇴근 후에도 집 부근의 싱글트랙을 셔틀 차량이나 리프트의 도움 없이 쉽게 올라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이원식스티 900E의 업힐 능력은 대단하다. 강력한 모터와 접지력 높은 타이어 덕분에 평지를 달리는 정도의 페달링만 유지하면 어느새 정상에 도달한다. 배터리가 다 떨어질 때까지 즐거운 라이딩을 반복할 수 있다.
강력한 모터의 지원이 있다 하더라도 안장에서 내려 자전거를 끌어야 할 때가 있다. 이때 20㎏이 넘는 자전거의 무게가 부담이 되는데, 이런 상황을 대비한 보행 모드가 있다. 모드 변환 스위치를 에코에서 한 번 더 누르면 OFF가 되는데, 여기서 스위치를 1초 간 꾹 누르면 액정에 파란색으로 ‘WALK’모드가 뜬다. 걸으면서 스위치를 계속 누르고 있으면 페달이 돌면서 자전거가 스스로 무게를 책임지는 정도로 앞으로 움직인다. 스위치를 누르고 있을 때만 작동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자전거 혼자 어디론가 도망가는 걸 막기 위해서다.
스텝스 M8000의 디스플레이인 SC-E8000은 블루투스와 ANT 통신 기능을 가지고 있어서, 스마트폰 또는 태블릿 PC와 연결하여 스텝스는 물론 Di2 부품의 펌웨어 업데이트와 커스텀 세팅이 가능하다. 8월 중으로는 스텝스 펌웨어 업데이트가 예정되어 있는데, 각 서포트 모드의 지원 정도를 조절할 수 있고, 새로운 익스플로러 모드가 추가된다고 하니 기대해 보자.
시마노의 앱인 이튜브 프로젝트를 스마트폰 또는 태블릿에 설치한 후 블루투스를 통해 스텝스 디스플레이인 SC-E8000과 연결할 수 있다. 각 부품의 펌웨어 업데이트는 물론 커스터마이징도 가능하다.
전동 드라이브 유닛에서 나온 출력은 시마노 XT Di2 뒤 변속기와 11-46T 11단 카세트스프라켓을 통해 뒷바퀴로 전달된다. 체인링은 34T 한 장이고, 브레이크 시스템은 시마노 산악자전거용 브레이크 중 가장 강력한 세인트를 썼다. 체중이 20㎏을 넘는 전기자전거를 제대로 세우기 위해서다.
휠셋은 40㎜ 와이드 림을 쓴 DT스위스 XM1501이고, 여기에 폭이 2.8인치에 달하는 맥시스 미니온 DHR 2 타이어가 달린다. 보통 27.5 플러스 타이어가 달린 자전거는 20PSI 전후의 매우 낮은 공기압을 쓰는데, 테스트 중에는 헤비급인 전기자전거의 특성을 고려해서 공기압을 더 올려서 사용했다. 폭이 넓고 볼륨이 큰 플러스 타이어는 승차감이 좋고, 업힐과 다운힐에서 모두 접지력이 뛰어나며 코너링 또한 훌륭하지만, 일반 산악자전거에서는 페달링 시 힘이 더 든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E-MTB에서는 그런 단점이 사라지고 장점만 남게 되니, 긴 트래블을 가진 이원식스티와 궁합이 좋다.
이원식스티 900E의 무게는 배터리를 포함한 완성차(S 사이즈, 페달 제외)가 21.4㎏이고, 배터리를 빼면 18.8㎏이다. 캐리어에 얹거나 차 안에 넣을 때는 배터리를 분리하는 편이 좋겠다. 사이즈는 S, M. L 세 가지가 있고, 가격은 750만 원, 빠르면 2018년 3월부터 판매한다.
대용량 배터리는 다운튜브의 위에 장착된다. 험한 라이딩을 해도 전혀 유격이 없을 정도로 견고히 고정된다. 리어쇽과 배터리가 프레임의 앞 삼각 안쪽을 모두 차지하기 때문에 물통을 달 수 없는 것이 단점.
배터리 분리를 위해서는 열쇠가 필요하다.
스텝스 E8000용 스위치인 SW-E8000. 변속기처럼 위아래 버튼을 눌러서 서포트 모드를 변경할 수 있다. 스위치는 꽤 깊게 눌러야 한다. 진동이 있는 오프로드에서 확실한 버튼 클릭 느낌을 만들기 위해서다. 각 스위치를 누를 때 나는 알림음도 제법 큰 편.
eONE-SIXTY 900E의 지오메트리
메리다 이원식스티-900E는 비교적 짧은 439.5㎜ 체인스테이를 가지고 있어서, 일반 MTB보다 무겁고 플러스 규격의 타이어를 장착했음에도 반응성이 둔하지 않았다. 베이스 모델인 원식스티와 비교할 때 9.5㎜가 더 길 뿐이다.
서스펜션 포크인 36 플롯과 팩토리 플롯 X2 리어쇽은 둘 다 폭스 제품인데, 앞뒤 모두 일관된 반응성을 보여주었다. 좋은 기능을 가진 쇽과 메리다 링크 시스템의 만남은 서스펜션이 작동하는 동안 일정한 움직임을 만들어 냈는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느낌이기 때문에 라이딩 내내 즐거웠다. 트래블 후반으로 갈수록 점진적으로 강해지는 느낌을 원한다면 서스펜션의 에어볼륨을 조절해 얼마든지 특성을 변화시킬 수 있는데, 이런 점도 폭스 서스펜션의 장점이다.
시마노 XT Di2 드라이브 트레인의 정확한 변속은 전기자전거의 효율을 한층 더 높여줬다. 맥시스 미니온 2.8 타이어는 일정하고 부드러운 접지력을 보여주었지만, 테스트한 코스에서는 노브가 높게 솟은 타이어가 더 좋은 제동성능을 보여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원식스티 900E는 재미로 가득한 자전거다. 다운힐에서 느껴지는 무게는 접지력이 높은 27.5 플러스 타이어가 받아낸다. 평소보다 조금 빨리 부드러운 브레이킹을 시작하는 것이 원활한 라이딩을 위한 포인트다.
다음은 테스트라이드 후 정원준 선수에게 이원식티 900E와 E-MTB에 대해 질문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정원준 선수도 마찬가지겠지만, 대부분의 라이더에게 아직 E-MTB는 생소한 분야다. 시승 전에 선입견 같은 것이 있었는지?
“무거운 배터리가 프레임에 장착되었는데, 이 부분이 견고한지 그리고 무게가 불편함을 주지 않을지 걱정됐다. 무엇보다 일반 MTB를 대체할 만한 장르인지 궁금했다.”
-전동 어시스트의 힘이 어느 정도라고 느껴지나?
“사람 한명이 내 대신 끊임없이 인터벌해주는 정도라고 생각한다. 경사도가 심하고 미끄러운 오르막도 약간의 업힐 테크닉만 있다면 자전거가 힘차게 밀어 올려준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모터사이클 같이 엄청난 출력은 아니다. 다만 같은 출력이라고 가정하면, 내연기관보다 응답성, 토크, 에너지 효율, 관리, 무게, 발열, 컨트롤 등 모든 부분에서 뛰어나다. 이정도 무게에 이런 출력이라니 굉장한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적응하는데 걸린 시간은?
“1시간 정도 걸렸다. 완벽하게 내 몸처럼 움직일 정도는 아니었지만 무게와 플러스 규격 타이어, 페달링으로 인한 모터의 개입까지, 라이더가 원리만 잘 이해한다면 쉽게 적응할 수 있다.”
-20㎏이 넘는 무게가 라이딩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20킬로그램이 넘는 자전거는 둔할 수밖에 없다. 내가 타고 있는 12㎏대의 카본 올마운틴 자전거의 날카로움과 정교함에 비해 조금 떨어지지만 큰 손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플러스 사이즈 타이어를 채용한 덕분에 절대적인 접지력이 증가했기 때문에 적정 타이어 공기압과 라이더에게 맞는 세팅만 찾는다면 내리막에서 부족하지 않다. 그리고 무게가 그 어느 때보다 영향을 미치는 업힐에서는 모터가 강력하게 도와주기 때문에 타이어의 접지력을 믿고 부드럽게 페달링을 하면 금세 정상에 도착한다.”
-특별한 조작법이 필요했나?
“전동 어시스트의 출력을 핸들바 왼쪽의 스위치로 3단계로 조절해 사용할 수 있다. 방법이 무척 간단하다. 내리막에서는 모터의 개입을 없애기 위해 전동 어시스트를 OFF로 놓으면 되는데, 여러 번 테스트를 해보니 모터가 약간 개입을 해주는 에코 모드가 편했다. 내리막을 달리더라도 페달링 구간이 있기 때문이다. 낮은 오르막이나 기술을 요구하는 구간에서는 트레일 모드, 편하고 빠르게 오르려면 부스트 모드를 사용하면 된다. 각 모드의 차이는 체험해 보면 금방 이해할 수 있다. 부스트 모드는 정말 강력하다.”
-디레일러는 XT인데, 브레이크는 세인트다. 브레이크는 어땠나?
“자전거가 무거운 만큼 제어를 할 땐 힘이 더 필요한데, 자전거 위에서 중립자세를 잘 잡아준다면 큰 부담은 없다. 플러스 규격 타이어가 달린 자전거를 탈 때는 일반 자전거에 비해 더 늦고 강한 브레이킹을 짧게 한다. 접지력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E-MTB는 플러스 타이어를 쓴다고 해도 자전거 자체의 무게가 있다 보니 평소보다 일찍 제동을 해야 하고, ‘강하고 짧게’가 아닌 ‘부드럽고 길게’ 제동을 하는 편이 안전했다. 무거운 무게 덕분에 바퀴가 쉽게 튀지 않아서 안정감을 줄 수 있으나 운동에너지가 큰 만큼 급제동을 줄여 라이딩하는 편이 피로도가 적었다. 코너링 시 코너의 정점에서 라이더가 자전거를 제어하는 힘을 잃으면, 일반 MTB보다 반대로 넘어가려는 힘이 크기 때문에 넘어질 수 있는데, 나도 시승 중 두어 차례 코스를 이탈한 적이 있다. 무게가 라이딩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시마노의 MTB용 브레이크 중 가장 강력한 세인트를 썼다.
-특히 마음에 드는 점이 있다면?
“이원식스티-900E를 타는 내내 업힐에서 체력을 소모한다는 느낌이 없었다. 그저 편안하게 페달링을 하다 보면 어느새 코스 정상이다. 업힐 속도가 빠르고, 업힐 후 쉬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일반 올마운틴 자전거를 탈 때보다 같은 시간동안 라이딩 거리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길어진다. 많이 타는 만큼 라이딩 실력 또한 늘고, 더 많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 당연하다. 또한 체력 소모 없이 언덕을 오른 후 다운힐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라이더들에게 사고의 부담을 줄여줄 수도 있다. 만약 페달링만으로 힘들게 언덕을 올라와 다운힐을 한다면, 다운힐할 때의 체력이 온전치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에 안 드는 점은?
“역시 무게다. 시승한 이원식스티-900E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E-MTB에 해당하는 것이다. 무거운만큼 민첩하게 다루기 어려웠다. Di2 레버가 일반 변속레버와 반대로 되어 있었는데, 이 부분은 스마트폰 앱으로 간단하게 바꿀 수 있다니 단점이라고 할 수 없겠다.”
-어떤 라이더에게 적합한 자전거라고 생각하나.
“산악자전거를 즐기는 동호인 모두 아닐까? 내가 다운힐 선수가 아니었다면, 오르막과 내리막 모두 만능인 E-MTB를 애용했을 것이다. 오르막에서 체력을 전부 소모하지 않고 내리막 또한 즐겁게 즐길 수 있는 혁신적인 장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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