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캇 스케일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27.5인치 휠셋’의 선구자라는 내용을 빼놓을 수 없다. 산악자전거의 바퀴가 30년 가까이 26인치로 고정이 되었다가, 29인치 휠셋이 등장하면서 크로스컨트리 위주로 성장을 했는데, 수 년 전부터 중간 사이즈라고 할 수 있는 27.5인치가 등장한 것이다.
등장 이유는 이렇다. 29인치 휠셋은 거대한 크기 덕분에 장애물을 쉽게 넘을 수 있고, 타이어가 지면과 맞닿는 면적이 넓어져서 더 나은 접지력을 보여줬다. 초기 가속이 조금 느리긴 하지만 일단 속도를 올리면 빠른 속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그래서 크로스컨트리 레이스를 중심으로 26인치 휠셋을 사용하는 자전거가 급속히 줄어들었고, 29인치가 미래 산악자전거 휠셋의 표준이 되는 듯 했다. 그러던 중 스위스의 스캇 스포츠의 후원을 받는 올림픽 메달리스트이자 월드챔피언인 니노 슈터가 자신에게는 29인치 휠셋이 지나치게 크니, 26인치보다 크고 29인치보다는 작은 휠셋을 단 자전거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27.5인치 휠셋을 쓴 스케일이다. 27.5인치를 650B라고도 부르는데, 29인치 휠셋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무거운 휠셋 무게와 신장이 작은 사람에게 부담스러운 지오메트리 등을 해결하는 동시에 26인치보다 좋은 돌파력을 지니게 되었다.
스케일 710은 27.5인치 휠셋과 2×10 구동계, 튜브리스 레디 타이어와 림 등 몇 년 사이 변화된 하드테일 MTB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이미 26인치의 대안으로 29인치를 선택한 자전거 업체들이 많았고, 이들은 27.5인치의 등장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29인치 휠셋을 단 자전거를 개발하고, 가장 좋다며 홍보를 마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29인치로 많이 전환을 한 회사일수록 27.5인치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하지만 27.5인치 휠셋의 확산은 대단히 빠른 속도로 진행이 되었다. 니노 슈터와 비슷한 신장인 선수들이 27.5인치 휠셋을 테스트하기 시작했고, 29인치 휠셋으로는 만들 수 없는 긴 트래블의 풀 서스펜션이 필요한 엔듀로 레이스에서는 27.5인치 휠셋이 순식간에 표준으로 정착됐다. 2013년에는 27.5인치 휠셋을 단 프로토타입을 탄 스티브 스미스가 다운힐 세계챔피언에 올랐고, 2014년 UCI 마운틴바이크 월드컵 종합 챔피언인 조쉬 브라이스랜드도 27.5인치 휠 버전의 산타크루즈 V10을 타면서 성적이 급상승했다.
속속 공개되고 있는 각 브랜드들의 2015년 자전거 라인업을 살펴보자. 겨우 1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29인치가 최고라고 주장하던, 대형 업체들 대부분이 다운힐부터 올마운틴, 트레일바이크까지 27.5인치를 적용하고 있다.
29인치보다는 작지만 26인치 휠보다는 확실히 큰 만큼 장애물을 타고 넘는 능력이 뛰어나다.
휠셋의 사이즈는 대륙별 자전거 시장에 따라서 큰 차이가 난다. 북미에서는 크로스컨트리와 트래블이 120㎜ 이내로 짧은 풀 서스펜션 자전거와 하드테일은 여전히 29인치 휠셋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에 비해 유럽은 27.5인치가 우세한 편이고, 아시아는 26인치에서 큰 휠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29인치보다는 27.5인치를 선택하는 경우가 훨씬 더 높다.
현재 시장에서 스포츠용 산악자전거를 살 때 선택할 수 있는 휠 사이즈는 27.5인치와 29인치가 주를 이룬다. 하드테일은 두 휠 사이즈가 고루 섞여 있고, 트래블이 길어질수록 27.5인치가 우세하다. 자신의 취향과 신장, 용도에 따라서 휠 사이즈를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스캇은 여러 모델의 휠 사이즈를 27.5인치와 29인치 모두 생산하고 있는데, 그 대상은 하드테일인 스케일과 크로스컨트리/마라톤용 풀 서스펜션인 스파크 그리고 트레일바이크인 지니어스가 있다. 국내에 스캇 제품을 공급하는 스캇노스아시아는 동양인의 체형에는 27.5인치가 더 적합하다는 판단에 따라, 27.5인치를 주로 공급하고 있다. 오늘 테스트한 자전거는 27.5인치 휠셋의 창시자이자 전도자, 스케일이다.
스케일 710
스케일 710의 앞뒤 바퀴는 모두 스루 액슬로 고정된다. 앞은 15㎜, 뒤 12㎜인데 앞뒤 바퀴가 일반 QR 타입보다 훨씬 더 강하게 고정이 되기 때문에 안정감이 높다.
월드컵 서킷에서 체력을 단련해 온 하드테일인 스케일의 인지도는 상당하다. 경제적인 가격의 알루미늄 버전부터 경량을 자랑하는 카본 버전까지 프레임만 해도 소재와 등급이 여러 가지다. 2014년 모델보다 가격을 20만원 낮춘 2015 스케일 710(420만원)은 스케일에 적용된 카본 프레임 중 두 번째로 가볍고 강한 등급인 HMF 카본을 썼다. HMF 카본 프레임은 스케일 시리즈 중 710과 720 그리고 730에 쓰였으며, 스케일 710이 HMF 카본을 쓴 모델 중 가장 상위 등급이다. 스케일 710은 시마노 XT 그룹셋 풀셋를 사용했고, 720(365만원)은 XT와 SLX를 혼합해 사용했으며, 730(315만원)은 XT와 SLX 그리고 데오레까지 고루 사용해 가격을 낮춘 모델이다.
상단 1.125 인치, 하단 1.5인치인 테이퍼드 헤드튜브. 바퀴가 큰 만큼 헤드튜브의 높이는 낮다. 앞뒤 변속케이블은 프레임 안을 지나고, 뒤 브레이크 유압 호스는 다운튜브를 아래를 지난다. 빨간 케이블은 서스펜션 조작용 케이블이다.
2015년형 스케일이 2014년형과 다른 점은 크게 4가지다. 드롭아웃, 안장, 리모트레버 통합형 락그립 그리고 컬러다.
프레임 끝에 위치해 바퀴를 고정하는 역할을 하는 드롭아웃은 IDS(교체 가능한 드롭아웃 시스템) SL을 썼는데, 142×12㎜ 액슬과 135×12㎜ 액슬 또는 135×5㎜ QR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 각각의 액슬 타입에 맞게 드롭아웃의 어댑터를 교체하는 방식이다. 테스트한 스케일 710에는 IDS-SL 드롭아웃에 다이렉트 마운트까지 달려 있어서, 다이렉트 마운트 방식의 시마노 뒤 디레일러가 장착되어 있다.
안장은 싱크로스 XR1.5인데, 티타늄 레일이 쓰였다. 싱크로스는 2015년형 안장의 디자인을 완전히 변경했는데, XR은 산악자전거 레이스에 적합한 모델이고 1.5는 시리즈 중 중간 등급의 모델임을 의미한다. 참고로 최고 등급은 카본 레일이 적용된 XR 1.0이다. XR시리즈는 안장의 폭이 143㎜인 와이드와 132㎜인 내로우 두 가지가 있는데, 테스트바이크에는 폭이 내로우가 달려있다.
디스크 로터는 앞 180㎜, 뒤 160㎜다. 드롭아웃은 교체를 통해 142×12㎜ 액슬과 135×12㎜ 액슬 또는 135×5㎜ QR을 사용할 수 있다.
산악자전거 레이스용 안장인 싱크로스 XR1.5. 안장의 폭이 143㎜인 와이드와 132㎜인 내로우가 있는데, 골반의 사이즈에 따라 선택한다. 완성차에는 132㎜ 내로우 제품이 달린다.
핸들바의 그립은 T10 톡스렌치(별렌치)로 고정하는데, 서스펜션 포크를 조절하는 라이드락 리모트 레버도 함께 고정한다. 정확히 말하면 라이드락 리모트 레버의 고정 장치가 그립을 함께 고정하는 것. 그립의 끝부분을 고정 장치가 바깥쪽에서 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작은 차이지만 약간의 무게를 절감할 수 있는 구조다.
컬러는 스위스의 프로 컨티넨털 팀인 IAM 사이클링의 상징색을 입혔다. 스케일 710과 910외에도 스파크 710과 910 그리고 로드바이크인 포일 팀 이슈와 에딕트 팀 이슈 등이 같은 컬러를 입고 있다.
그립에 리모트 레버의 클램프가 감싸 고정한다. 각도조절을 위해서는 육각렌치가 아닌 톡스렌치가 필요하다.
라이드락 레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라이딩을 해보자.
서스펜션 포크는 폭스 팩토리 시리즈 32 플롯 27.5 CTD다. 라이드락 리모트 레버를 통해서 클라임과 트레일, 디센드 3가지 모드로 전환이 가능하다. 클라임은 저속 압축 댐핑의 속도를 극도로 제어해서 서스펜션이 거의 작동을 하지 않게 만들어 업힐이나 평지에서 페달링 효율을 높이는 모드다. 반대로 디센드는 서스펜션이 완전히 작동하기 때문에 다운힐에서 사용하는 모드이고, 트레일은 이 둘의 중간 단계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기능을 조작하는 레버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폭스 레이싱쇽의 순정부품이고, 다른 하나는 스캇이 직접 만든 라이드락 레버다. 라이드락 레버는 하나의 레버로 서스펜션 포크와 리어쇽을 동시에 제어하는 트윈락 레버를 기본으로 구조를 간략화한 제품이다. 리어쇽을 함께 다룰 필요 없이 서스펜션 포크만 컨트롤 하면 되기 때문이다. 왼손 엄지로만 조작하는데, 조작이 매우 쉽고 절도 있게 동작한다.
하드테일의 승차감을 향상시키려면 바로 이 부분, 시트스테이를 잘 설계해야 한다. SDS(쇽 댐핑 시스템)이라고 이름 붙인 진동감쇠 시스템은 라이더가 안장에서 앉았을 때, 상하로 최대 4.6㎜ 움직이며 진동을 흡수한다.
싱크로스 XR 2.0 튜브리스 레디 휠셋과 슈발베 로켓 론 2.1 튜브리스 레디 타이어. 밸브를 변경하고, 실런트를 주입하면 튜브리스타이어로 변신한다.
BB셸은 폭이 92㎜인 프레스핏 BB92 타입이다. 강한 페달링에도 뒤틀리지 않도록 폭을 넓힌 것.
휠셋은 싱크로스 XR 2.0 튜브리스 레디이고, 타이어는 슈발베 로켓 론 튜브리스 레디여서 밸브를 변경하고, 실런트만 주입하면 튜브리스타이어로 전환이 가능하다. 튜브리스용 밸브는 완성차에 포함되어 있고, 실런트는 별도로 구입해야 한다.
그룹셋은 시마노 XT가 전체적으로 쓰였다. 브레이크부터 시프터, 디레일러, 크랭크 셋까지 모두 시마노 XT다. 크랭크는 38-24T 더블 체인링이고, 카세트스프라켓은 11-36T인 2×10 구동계다.
스케일 710의 가격은 420만원이고, 무게는 M사이즈가 10㎏이다. 사이즈는 S, M, L, XL 4가지.
스캇 스케일 710의 지오메트리
27.5인치 휠셋이 달린 스케일을 어느새 2대 째 타고 있다. 첫 스케일은 니노 슈터의 월드컵 우승을 기념한 페인팅이 적용된 스케일 710이었고, 현재 타고 있는 모델은 2014년형 스케일 700RC다. 처음 스케일을 선택하기 전에는 27.5인치와 29인치 사이에서 많은 갈등이 있었다. 그래서 29인치 휠이 달린 스케일 900RC를 세 달 간 다양한 환경에서 테스트를 했다. 대회에도 여러 차례 출전했고, 각기 다른 여러 코스에서 주행특성을 파악해 봤다. 29인치 고유의 뛰어난 돌파력과 안정감은 높게 평가하고 싶으나, 레이스에서 순간적인 민첩함이나 지속적인 업힐에서 휠의 무거운 무게 때문에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나는 크로스컨트리 레이스에 출전하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근육이 큰 편이서, 긴 업힐이나 지구력면에서 약하다는 핸디캡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택한 것이 27.5인치 휠셋이다. 26인치의 민첩함과 반응성 그리고 29인치만큼은 아니지만 큰 휠의 안정감과 돌파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테스트한 2015년형 스케일 710은 현재 사용 중인 스케일 700 RC와는 카본 소재가 다르고, 사용된 부품이 달라서 무게의 차이가 있었지만, 사이즈와 지오메트리는 동일하기 때문에 아주 편안한 기분으로 테스트를 할 수 있었다. 스케일 710은 출시 초기부터 멋진 페인팅으로 이슈가 된 적 있다. 프로 컨티넨털 팀인 IAM 사이클링의 팀 컬러를 적용한 것이다.
스케일 710은 장착된 부품 그대로 레이스에 출전해도 될 정도로 밸런스가 뛰어나다. 신뢰도 높은 시마노 XT 그룹셋이 풀셋으로 적용되어 있고, 서스펜션 포크의 성능도 훌륭하다.
핸들바와 스템, 시트포스트 등은 모두 스캇의 브랜드인 싱크로스 제품이다. 핸들바의 폭은 700㎜.
스케일 710은 부품 혼합 없이 시마노 XT 그룹셋을 전체적으로 사용해 신뢰도가 높으며, 서스펜션 포크는 폭스 팩토리 시리즈 플롯 CTD를 썼는데, 충격흡수 능력과 안정감이 뛰어나다. 특히 핸들바의 왼쪽에 달린 리모트 레버를 통해 CTD 3가지 모드(클라임, 트레일, 디센드)를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은 레이스에서 매우 유용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다.
싱크로스 안장은 형태가 완전히 변경되었는데, 좀 더 샤프한 디자인이며 골반을 잡아주는 느낌이 향상되어 이전 모델보다 안락하게 느껴져 만족스럽다.
스케일 710은 매우 강한 하드테일인 동시에 부드러운 승차감을 지녔다. 여기에 27.5인치 휠셋이 더해져서 어떤 산악구간도 쉽게 넘어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다. 스케일 710에 쓰인 부품들은 숍에서 출고와 동시에 바로 실전 경기에 투입해도 될 만큼의 탄탄한 구성이 매력적이다. 탄생 직후 휠 사이즈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스케일 700시리즈, 지금은 새로운 규격의 휠 사이즈의 선구자로 인정받고 있다. 월드컵 레이스를 통해 충분히 입증된 프레임과 멋진 페인팅, 레이스에 투입하여도 손색없는 성능을 생각한다면 스케일 710은 이런 요구 대부분을 만족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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