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형 지니어스는 하나의 프레임으로 27.5인치와 29인치 휠을 모두 쓸 수 있는 트레일 자전거다. 1년 먼저 데뷔한 크로스컨트리용 풀 서스펜션인 스파크의 프레임 구조를 따르면서, 더 긴 트래블과 터프한 라이딩에 대응할 수 있도록 프레임을 강화했다.
새 지니어스는 프레임을 27.5인치, 29인치 휠과 공유한다. 테스트한 자전거는 지니어스 720인데, 완전히 같은 색상의 프레임에 휠 크기만 다른 29인치 모델 지니어스 920도 있다.
2013년형으로 등장한 3세대 지니어스는 27.5인치 휠셋을 최초로 쓴 산악자전거였다. 29인치가 크로스컨트리 월드컵에서 활약할 때, 스캇은 27.5인치 휠의 가능성에 베팅하면서 트레일 자전거인 지니어스를 시작으로 크로스컨트리용인 스파크와 스케일 그리고 다운힐 머신인 갬블러까지 27.5인치화했다. 그리고 갬블러를 제외한 나머지 모델은 29인치 버전도 만들어서 소비자에게 바퀴 사이즈 선택권을 남겼고, 리모트 레버 하나로 앞뒤 서스펜션을 ‘풀 트래블-트랙션-락아웃’ 3단계로 조작할 수 있는 점은 지니어스의 특징으로 자리 잡았다.
폭이 넓은 림에 3인치 정도의 두툼한 타이어를 쓰는 27.5 플러스 규격이 등장하자 제품 리스트에 추가시켰고, 2016년 지니어스의 라인업은 최대치에 도달했다. 27.5인치와 29인치 버전 그리고 27.5 플러스와 롱 트래블 버전인 LT까지 각각 다른 타이어를 단 지니어스 형제들이 대가족을 이뤘는데, 스캇은 2018년형 지니어스를 선보이면서 라인업을 단순화하기로 결정했다.
지니어스는 지형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면서 라이딩을 지속할 수 있다.
리어쇽의 위치가 변경되었는데, BB셸 위에 고정되기 때문에 무게 중심이 낮을뿐더러 서스펜션 시스템의 부피가 줄어서 작은 사이즈의 프레임을 만들기에 유리해졌다.
신형 지니어스에도 변신이라는 공식이 여전히 적용됐다. 트윈락 레버를 통해서 주행 모드를 바꾸는 것은 여전하고, 이번에는 바퀴 사이즈의 변신을 시도했다. 트윈락 레버처럼 손가락을 튕기는 것만으로는 바퀴 사이즈가 변경되는 것은 아니지만, 펑크 수리보다도 쉬운 것이 바퀴 교체 아니던가. 휠 교체 전에 리어쇽을 고정하는 칩을 풀고 위아래 방향만 바꿔주면 변신 준비 끝. 그리고 이 점이 4세대 지니어스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하나의 프레임으로 27.5인치와 29인치 바퀴를 모두 소화한다는 점.
완성차는 여전히 27.5인치 모델과 29인치 모델로 구분되어 판매되지만, 휠과 타이어를 제외하면 프레임을 포함한 나머지 부품은 동일하다. 이전에는 프레임에 사용된 기술과 서스펜션 구조가 동일할 뿐, 프레임 각 부분의 형태와 수치가 달랐고 서스펜션의 트래블까지 차이가 났다. 4세대 지니어스는 3세대 지니어스 프레임이 27.5인치와 29인치 그리고 27.5 플러스 모델까지 각각 존재하던 것을 하나로 통합했다. 서스펜션 포크는 폭스 34 플로트 퍼포먼스 에어인데 27.5인치와 29인치 휠타이어를 모두 사용할 수 있다. 하나의 프레임에 27.5인치 휠과 29인치 휠을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프레임 안을 지난 케이블은 다운튜브 하단의 프로텍터 가운데서 밖으로 다시 나온다. BB셸 윗부분의 구멍은 우중 라이딩 또는 세차 등의 이유로 리어쇽이 고정되는 부분에 고일 수 있는 물을 빼기 위한 배수구다.
신형 지니어스의 디자인은 한발 먼저 새롭게 태어난 스파크에서 따왔다. 스파크의 프레임을 강화하고 트래블을 늘린 후 뒤쪽 피봇을 하나 더 만들었다.
27.5인치 휠을 쓸 경우 최대 2.8인치 타이어까지 쓸 수 있어서, 이전 지니어스 플러스의 3인치까지는 아니지만 충분히 넓은 접촉면과 낮은 공기압을 통한 높은 접지력을 체험할 수 있다. 29인치 휠은 폭 2.4인치에서 2.6인치 사이의 타이어를 쓸 수 있는데, 완성차에는 2.6인치가 달린다.
휠 크기를 바꾸려면 먼저 리어쇽과 연결되는 링크 안쪽의 칩을 돌려 끼워야 한다. 휠 교환을 포함해 5분도 걸리지 않을 정도로 간단하다.
휠 사이즈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리어쇽 상단과 연결되는 로커링크의 바깥에 있는 칩을 위아래로 돌려 끼우면 된다. 29인치 세팅일 때 BB가 6㎜ 전후(프레임 사이즈에 따라서 약간씩 차이 있음)로 약간 더 높고, 헤드튜브와 시트튜브 각도 그리고 휠베이스 또한 살짝 변경된다.
지니어스는 휠 사이즈에 따라서 모델명이 구분되는데, 27.5인치는 7로 시작하는 세 자리수의 모델명을 갖고 29인치는 9로 시작한다. 시승한 지니어스 720의 29인치 버전이 지니어스 920이고, 휠과 타이어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것이 동일하다.
스캇 풀 서스펜션의 상징인 트윈락 레버. 지니어스는 최대 트래블인 150㎜를 모두 사용하는 풀 트래블 모드와 앞뒤 트래블을 110㎜로 제한하는 동시에 힐 클라임에 적합하도록 시트튜브의 각도가 조정되는 트랙션 모드 그리고 앞뒤 서스펜션을 완전히 잠그는 락아웃 모드가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트래블이 150-110-0㎜ 3단계로 조절된다.
스캇이 개발한 싱크로스 트레일 펜더. 볼트 2개로 간단히 고정할 수 있는데, 일체감이 높을 뿐만 아니라 프레임과 라이더를 진흙 그리고 돌, 모래 등으로부터 보호한다. 폭스 34 또는 36 부스트 포크에 쓸 수 있다.
지니어스의 여러 모델을 하나로 합쳤다는 것은 지니어스가 발 담고 있던 여러 장르 또한 하나로 합쳤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캇은 지니어스를 트레일 자전거라고 말하는데, 실제로는 트레일에서 올마운틴까지 살짝 발을 딛고 있다. 기존의 지니어스 700 시리즈와 트래블은 같지만 타이어의 폭이 상당히 넓어져서 주행감에서 상당이 바뀌었고, 지니어스 900 시리즈는 휠 트래블이 130㎜에서 150㎜로 늘어나서 차이가 더 크다.
신형 지니어스는 역대 모델 중 가장 가벼운 프레임 무게를 자랑한다. 최상급 모델인 지니어스 얼티밋의 프레임 무게는 2249g, 리어쇽 뿐만 아니라 각종 볼트 그리고 디레일러 행어까지 모든 부품이 포함된 무게다. 이를 근거로 스캇은 지니어스가 150㎜ 트래블의 트레일 자전거 중 가장 가볍다고 주장한다.
지니어스가 이렇게 가벼워진 데는 1년 전 선보인 신형 스파크가 큰 역할을 했다. 지니어스와 스파크의 모양이 상당히 닮았는데, 무게 중심을 낮추는 동시에 프레임 강성을 높이기 위해서 리어쇽의 위치를 BB쪽으로 옮긴 서스펜션 구조가 비슷하고 프레임을 만드는 과정에서 카본을 적층하는 방법 또한 비슷하다. 모두 가볍고 강하게 만들기 위한 선택이다.
스파크에 쓰인 경량 체인가이드가 이번에도 실력을 발휘한다. 스캇-스램 레이싱 팀 선수들의 요구로 개발된 부품이다.
브레이크 호스와 시트포스트 조절용 유압 호스 그리고 리어쇽 케이블이 프레임 속을 지난다.
신형 지니어스의 구조상 구형과 뚜렷하게 구분되는 부분이 바로 드롭아웃 피봇의 위치다. 그동안 지니어스는 드롭아웃 피봇이 시트스테이에 달리는 방식을 썼는데, 이번 지니어스는 피봇의 위치가 체인스테이에 달리는 호스트 링크 방식을 사용했다. 스캇은 이를 버추얼 4 링크라고 부른다. 리어쇽의 고정 위치 변경, 타이어 폭의 확대와 함께 지니어스의 주행 감각을 바꾼 핵심 요소다.
프레임 강성이 크게 높아졌다. 특히 링크와 피봇의 견고함이 눈에 띌 정도다.
지니어스 720은 카본 프레임 지니어스 중 가장 낮은 가격표를 달고 있다. 720이 550만원, 같은 스펙이지만 바퀴와 타이어가 큰 920은 10만원이 더 비싼 560만원. 지니어스 720은 710과 같은 프레임을 쓰는데 앞삼각은 HMF 카본, 뒤는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들었다. 상위 모델인 지니어스 700튠드(950만원)와 900튠드는 HMF보다 가볍고 강한 HMX 카본 앞삼각과 카본 스윙암 그리고 카본 로커링크를 쓰는 것이 차이점이다.
구형 지니어스와의 차이점 중 하나가 드롭아웃 피봇의 위치다. 구형은 피봇이 시트스테이에 달렸고, 신형은 체인스테이에 달린다.
구동계는 스램의 새로운 그룹셋인 GX 이글 1×12다. 서스펜션 포크는 폭스 34 플로트 퍼포먼스 에어인데 27.5인치와 29인치 휠타이어를 모두 쓸 수 있다.
스캇은 스파크를 통해서 새 지니어스가 어떻게 변화될지 힌트를 줬고, 예상대로 지니어스는 더 가볍고, 재미있어졌으며 더 강해졌다. 트윈락 레버를 통해서 모드를 바꿔 다른 주행감을 주던 지니어스가 이제는 바퀴 사이즈까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영재가 더 똑똑해졌다.
지니어스 700 / 900의 지오메트리
새로 출시될 자전거를 한발 먼저 타본다는 것은 언제나 설레는 일이다. ‘어떤 자전거일까?’ 최신 기술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가 크다. 자전거 박스를 열자 낯선 색상의 프레임이 나를 반긴다. 조립을 마칠 즈음에는 볼수록 멋지다는 생각으로 바뀌어 있다. 자전거를 실제로 본 어르신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일명 ‘공구리색’이다. 자동차에 페인트를 칠하기 전에 바르는 프라이머 같다는 의견도 있는데, 실제로 보면 제법 세련됐다. 2018년 유행할 컬러라고 하니 다른 자전거 브랜드에서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트윈락 레버와 친해지는 것이 스캇의 풀 서스펜션 자전거를 제대로 사용하는 지름길이다.
신형 지니어스는 부스트 규격이 적용된 카본 프레임에 리어휠 트래블이 150㎜인 트레일 바이크다. 스램 GX-X1 이글 12단 구동계에 시마노 SLX 브레이크를 조합했고, 스캇의 컴포넌트 브랜드인 싱크로스 휠셋에 맥시스 리콘 2.8 광폭 타이어를 끼웠다. 프레임 지오메트리와 부품 구성이 최신 트렌드다.
트레일 바이크이기 때문에 타이어 폭이 2.5인치면 충분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지만, 새로운 지니어스는 하나의 프레임으로 27.5인치와 29인치 휠을 다 소화해내는 모델임을 상기했다. 휠 사이즈에 따라서 타이어가 달라지는데, 29인치는 슈발베 노비 닉 2.6이고 27.5인치는 맥시스 리콘 2.8인치다. 27.5인치는 풍성한 타이어 볼륨을 바탕으로 낮은 공기압을 유지하면서 끈끈한 접지력으로 탈 수 있고, 29인치는 상대적으로 좁은 타이어 폭과 큰 휠을 통해서, 크로스컨트리 자전거 정도는 아니지만 제법 괜찮은 업힐 능력과 속도 유지가 가능하다. 단순히 보자면 27.5는 내리막을 즐기기 좋고, 29인치는 오르막 능력이 좋으면서 다운힐에서는 타이어의 폭을 휠 사이즈로 극복하는 효과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휠을 바꿔 쓰기 위해서는 리어쇽 링크에 있는 칩을 돌려 끼워야 하는데, 트윈락 시스템과 함께 지니어스의 영리한 기능 중 하나다.
스캇은 지니어스를 트레일바이크로 구분하는데, 가끔씩 용도를 살짝 넘어도 모르는 척 해주는 여유를 지녔다.
올마운틴 자전거는 본격적인 엔듀로와 공격적인 트레일 자전거로 나뉘는 추세이다. 엔듀로 자전거였던 지니어스 LT(롱 트래블) 버전은 단종되었고, 신형 지니어스는 엔듀로는 아니지만 넓은 범위를 커버하는 트레일 자전거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이제는 27.5 플러스도 새로운 규격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익숙하다. 따라서 2.8 ×27.5는 27.5인치의 광폭타이어 정도로 보게 된다. 따라서 29인치 레디(ready) 프레임이 포인트다. 29인치 휠이 달린 지니어스 900시리즈를 구입한 뒤 칩의 방향을 바꾸고 여분의 27.5인치 휠셋을 끼워 쓸 수도 있으니 27.5 레디라고도 할 수 있겠다.
지니어스는 다루기 쉽고 효율적인 자전거다. 올마운틴에 비해 폭이 좁은 핸들바는 좁은 싱글트랙에서 장점을 보인다.
27.5인치 규격이 처음 나왔을 때 라이더들은 26인치 프레임에 27.5인치 휠이 호환되는지 궁금해 했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27.5인치와 29인치 휠을 하나로 쓸 수 있는 프레임이 나오기 시작했고, 이제는 27.5 플러스까지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지니어스는 프레임의 지오메트리를 살짝 바꿔서 어느 쪽 휠을 쓰더라도 완벽한 핏을 만들어 준다.
지니어스 720은 폭 2.8인치 타이어에 트래블이 150㎜이기 때문에 주행감이 부드러울 것 같다. 하지만 실제 라이딩을 해보니 전혀 다른 느낌이다.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아주 단단한 프레임과 간결한 서스펜션의 움직임이랄까. 그렇다고 서스펜션이 조금씩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풍성한 느낌의 느슨함이 아니라 필요한 만큼만 정확하게 움직인다.
평균보다 짧은 크랭크암을 사용했는지 안장에서 내려서 확인을 해봤을 정도로 페달링을 할 때 단단한 느낌을 준다. 특히 각 링크 매우 단단한 구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피봇과 피봇 간의 거리가 짧고, 카트리지 베어링이 아니라 부싱을 써서 가볍고 빠른 반응을 얻어냈다. 여기에 트윈락 리모트를 적시에 사용하면 지형 변화에 빠르고 정확하게 대비하면서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프레임이 강해진 데는 리어쇽의 고정 위치 변경이 크게 작용했다. 트러니온 마운트라는 새로운 고정 방식 덕분에 리어쇽을 낮게 고정할 수 있었는데, 무게 중심이 낮아지는 효과뿐만 아니라 강성을 높이면서 무게까지 낮아지는 결과를 얻었다. 리어쇽이 프레임에 고정되는 부분은 보강을 해야 하는데, 탑튜브 아래를 보강하는 것보다는 프레임 중 가장 강한 부분인 BB셸 바로 위에 리어쇽을 고정하는 것이 무게 증가를 최소화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지니어스의 폭 760㎜의 핸들바와 150㎜의 서스펜션 트래블은 엔듀로 자전거와 비교했을 때 좁고 짧은 편이어서, 마치 ‘이만큼만 타야해’라고 제한을 두는 것 같다. 최고속도가 높고 거친 지형에서 빠른 감속이 가능한 엔듀로 자전거에 비해서 절대적인 속도 자체는 느릴 수 있지만, 좁은 싱글트랙에서 다루기 좋은 폭이 조금 좁은 핸들바와 효율적으로 노면을 따라가는 서스펜션 덕분에, 지니어스는 일정속도 이상으로 꾸준하게 그리고 실수하는 횟수를 낮추면서 라이딩을 할 수 있었다. 이렇게 꾸준히 달릴 수 있는 점이 오히려 빠른 라이딩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엔듀로 자전거를 타고 있는 비슷한 실력의 동료보다 앞서 있을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이것이 이번 시승의 핵심이기도 하다.
타이어 폭이 2.8인치인 만큼 풍성한 타이어 볼륨을 바탕으로 낮은 공기압을 유지하면서 끈끈한 접지력으로 탈 수 있다.
더 가볍고 긴 서스펜션 트래블을 지닌 ‘스펙’ 좋은 자전거도 얼마든지 있지만, 지니어스 720은 라이더가 기초 실력 이상만 가지고 있다면 라이딩에 심취하여 즐길 수 있도록 아주 자연스럽게 도와주는 자전거다. 타사보다 우위인 진보적인 마감, 효율적인 케이블 라우팅, 그립과 각종 레버들과의 일체감, 유니크한 컬러 적용 등 곳곳에 스캇의 섬세함이 담겨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라면 시마노와 스램의 동시 적용이랄까? 마치 기아자동차에 쉐보레의 브레이크 페달이 장착된 것처럼 말이다. 소비자의 브레이크 선호도 또는 부품 공급 단가 같은 이유가 있겠지만, 일체감이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