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로 프레임처럼 보이지 않는 에어로다이내믹 바이크. 견고하고 가벼운 프레임에 높은 공기역학 성능이라는 무기를 더한 포일은, 스캇이 제시하는 미래형 로드바이크다.
경량, 높은 강성 + 에어로다이내믹
치열한 레이싱 세계의 주인공은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이다. 하지만 팀과 스폰서들도 구경만 하는 것은 아니다. 타이틀 스폰서는 팀의 재정을, 자전거 업체의 경우 보다 경쟁력 있는 강력한 성능의 자전거를 준비하게 된다. 2011년 봄, F1 경기가 열리는 영국 실버스톤 서킷에서 스캇이 선보인 포일은 로드 레이스에서 보다 나은 성적을 내기 위해 새로운 컨셉을 적용해 완성시킨 에어로 로드바이크다.
컨셉은 간단하다. 월드투어 레벨의 레이스에서 더 나은 성적을 위한 높은 공기역학 성능을 갖추는 것. 스캇의 엔지니어들은 에어로다이내믹 퍼포먼스가 뛰어나면서도 언덕을 오르는 성능 또한 뒤지지 않아 산악구간에서도 높은 전투력을 유지시킬 수 있는 자전거를 원했다. 하지만 에어로 프레임에 ‘무게와 강성을 희생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단서를 붙이자 이는 풀기 어려운 난제가 되고 말았다. 에어로바 등을 사용해서 라이더의 자세를 변화시키지 않고, 자전거 자체의 공기역학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프레임을 구성하는 튜브를 비행기 날개와 비슷한 형태로 만들어야 하는데, 이는 폭은 얇고 옆으로 긴 형태가 된다. 자연히 비틀림 강성은 떨어지고 넓은 튜브의 면적 덕분에 무게가 늘어나고 만다. F1 경기차의 에어로다이내믹 엔지니어였던 스캇의 사이먼 스마트(엔비 휠의 디자이너로도 잘 알려져 있다)는 이 어려운 문제를 풀기 위해 독특한 형상의 튜브를 만드는 ‘F01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빨간 부분이 절단된 날개 부분이고 파란색은 그 가상의 날개를 따라 공기가 흘러간다는 포일의 컨셉
UCI는 자전거 프레임을 구성하는 튜브의 길이(튜브의 단면을 봤을 때)와 폭의 비율을 3:1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스캇의 자매 모델로 봤을 대, 원형 튜브를 쓴 에딕트는 이 비율이 1:1을 이루고, 플라즈마 3는 3:1의 전형적인 에어포일 튜브를 사용한다.
전통적인 원형 튜브의 경우 강성을 높이고 무게를 줄이는 데는 유리하지만 공기저항이 크고, 비행기의 날개 형태와 유사한 에어포일 튜브의 경우 타임트라이얼/트라이애슬론용 자전거에 사용했을 때 공기저항을 크게 줄일 수 있지만 튜브의 표면적이 크기 때문에 무겁고 좌우로 좁아 비틀림 강성이 높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포일의 시작은 여기부터였다. 원형 튜브와 에어포일 튜브의 장점만을 합쳐 높은 강성을 가지면서도 공력성능이 좋은 자전거로 완성시킨다는 것이다. 그 방법은 에어포일의 날개 뒷부분을 잘라내는 것. 이렇게 하면 완전한 에어포일만큼은 아니지만, 가상의 날개 부분을 따라 공기가 흐르게 되고 그 결과 원형튜브보다 더 나은 공력성능을 얻는다는 것이다.
작년 4월 영국 실버스톤 서킷에서 공개한 후 기자들을 위해 마련한 테스트 바이크. 프로 선수들이 사용할 때는 ‘F01’이라는 프로젝트 명을 사용했으나, 양산제품을 발표하면서 이름을 포일로 변경했다.
이렇게 포일의 컨셉이 결정된 뒤, 튜브의 형태와 절단 비율을 결정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투자되었다. 스캇의 에어로다이내믹 엔지니어들은 다양한 형상의 튜브를 쓴 프로토타입을 윈드터널에서 테스트했는데, 이 윈드터널의 이름은 드래그2제로(Drag2Zero). 바로 포뮬러원 레이싱 팀인 메르세데스 AMG 페트로나스의 경기차를 개발하는 시설이다. 총 100시간이 넘는 풍동실험을 하는 동안 경쟁사들의 에어로 로드바이크 6대에 대한 실질적인 분석도 함께 이루어졌고, 이는 자연히 초과달성해야 할 목표로 설정되었다. 처음에는 프레임이 아니라 단순한 튜브의 형상에서 테스트가 시작되었다. 이 풍동실험장에서 스캇은 무려 60가지가 넘는 형태로 날개 부분을 절단한 튜브를 테스트 했고, 그 결과 현재의 ‘절단 비율’이 탄생하게 되었다. 풍동실험을 할 때는 물통케이지와 물통 2개를 모두 장착하는 등, 실제 주행 상황을 최대한 재현했다.
위 3가지 그림을 보자. 왼쪽은 경량 로드레이서인 에딕트로 전통적인 원형 구조이고, 트라이애슬론용인 플라즈마(중앙)는 에어포일 형태 그리고 포일(오른쪽)은 에이포일의 날카로운 뒷부분을 절단해 없앤 형태다. 스캇은 뒷부분을 잘라낼 때 완전히 평평하게도 만들어서 실험을 했었는데, 그보다 둥근 현재의 형태가 드래그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포일의 튜브는 플라즈마만큼은 아니지만, 에딕트의 원형튜브보다는 공기저항이 훨씬 더 적게 발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F01’ 프로젝트의 결실, ‘FOIL’
포일의 프레임 무게는 840g. 현재 판매중인 에어로 프레임 중 가장 가벼운 무게를 자랑한다. 애딕트보다 겨우 5% 무거울 뿐이다. 포크와 에어로 시트포스트, 클램프를 합친 프레임 세트의 무게는 1227g. 완성 프레임으로 보면 초경량 로드레이서인 에딕트보다 무겁지만, 이는 에딕트에 비해 큰 튜브의 형상 때문이다. BB 같은 부분은 에딕트보다 오히려 가볍고 강성 또한 높은데, 스트레스를 분산시키는 디자인 개선을 통해 BB셸의 두께를 늘리지 않고도 횡강성을 에딕트에 비해 10% 높였고, 무게는 30g을 줄였다. 그러면서 에어로다이내믹 또한 고려했는데, 공기가 BB셸을 지나 뒷바퀴와 체인스테이를 만날 때 와류를 억제시키도록 했다.
포일 전용 에어로 시트포스트를 고정하는 일체형 시트 클램프. 표면 노출을 줄여 공기저항을 줄이는 구조다. 깔끔한 외관은 덤.
탑튜브 안으로 넣은 일체형 시트 클램프는 가벼울 뿐 아니라 공기저항을 없앤 매끄러운 디자인이다. 덕분에 시트클램프를 쓰는 형식보다 탑튜브의 높이가 낮다. 시트 클램프의 고정 볼트는 티타늄이다.
포일 프리미엄은 프레임과 컴포넌트 모두 라이더의 체력 손실을 최소로 하여 경기력을 극대화하는 효과를 얻었다. 공기저항을 줄인 프레임은 체력을 극한까지 사용하는 힐 클라임 시에도 적은 힘으로 정확하게 변속을 할 수 있는 듀라에이스 Di2와 만나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짚 404 파이어크레스트는 포일보다 1년 먼저 세상에 선보였는데, 404 파이어크레스트 또한 횡풍에 대비한 에어로다이내믹 성능에 비중을 두고 있어 포일과 궁합이 좋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포일 프리미엄의 프레임과 모든 부품은 ‘효율’이라는 단어로 통일된다.
포일은 마법의 자전거가 아니다. 맞바람을 추진력으로 이용한다는 식의 허풍도 없다. 포일은 경량과 고강성이라는 로드바이크의 미덕에 F1 레이싱 팀의 풍동실험실에서 검증된 ‘공기역학’을 더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에어로 프레임처럼 보이지 않지만, 이면에는 공기를 다루는 엔지니어들의 노력이 녹아있다. 반복된 실험과 개량으로 탄생한 것이다. 감성적인 디자인이나 추측적인 형태가 아닌 수치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효율의 추구, 우리는 이것을 과학이라고 부른다.
안장에 오르며 스캇이라는 브랜드에 대해 생각을 해봤다. 많은 사람들이 스캇을 카본 프레임을 대중화시키고, 초경량 프레임들을 만들어낸 브랜드라고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인기가 높았던 HTC 하이로드 팀에 자전거를 공급해 투르 드 프랑스나 스프링 클래식 등에서 많은 우승을 차지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말이다. 나 역시 그렇게 알고 있다. 올해 초 열린, ‘밀란-산레모’ 경기에서 호주의 프로 투어 팀 그린엣지의 사이먼 게렌스가 포일을 타고 우승해서 포일의 성능이 무척 궁금했다.
포일의 외형만을 본다면 좋은 공기역학성능을 부여받은 자전거라는 것을 알아차리기는 어렵다. 애딕트의 원형 튜브와는 완전히 다르지만 일반적인 에어로 모델과는 거리가 먼 튜브 형태이고, 무광 페인트로 마감한 것은 최근 트렌드에 부합한다. 포일의 최고 등급 모델답게 시마노 듀라 에이스 Di2와 짚 404 휠셋 등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고급 제품을 채용했다.
안장에 올라 후드를 잡고 페달링을 시작했다. 첫 느낌은 승차감이 부드럽다 못해, 목재를 사용한 벨로드롬 위를 달리는 듯하다. 에어로다이내믹을 추구한 프레임에도 불구하고 댄싱 시 매우 가벼운 느낌이 들어 놀랐다. 힐클라임 어택, 급가속 등을 시도했을 때 다른 에어로다이내믹 프레임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강성이 곧바로 전해져 왔다. 상당히 가벼운 편임에도 불구하고 고속 다운힐 코너링에서도 높은 안정감을 제공했다. 게다가 포일의 BB셸은 여타 에어로 프레임의 비교대상이 아니었다. 그랜드 투어에서 종합순위를 노리는 레이스바이크란 이런 것인가 생각이 든다.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할 에어로다이내믹 성능을 시승과 동시에 몸으로 바로 느끼는 것은 어렵다.
에어로다이내믹 프레임의 개발은 장거리 라이딩이나 레이스에서 라이더가 공기의 벽과 싸울 때, 그 힘의 손실을 줄여주도록 접근해야 한다. 에어로 바이크를 판매하는 업체들의 테스트도 주행속도에 비해 얼마의 파워를 절감할 수 있는지에 중점을 둔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아껴둔 파워들 경기 후반에 집중시킬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포일은 내가 로드바이크의 성능을 판단하는 요소 대부분에서 높은 만족감을 주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긴 데이트가 된다면 그 호감은 더 커질 거라고 확신한다. 나는 스캇 포일을 모든 지형에서 발군의 실력을 자랑하는 전천후 레이스 바이크라고 평하고 싶다.
스캇은 포일의 발표 무대로 실버스톤 서킷을 선택했다. F1 레이스가 열리는 서킷으로 유명한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포일이 F1 팀인 메르세데스 AMG 페트로나스 팀과의 협업으로 탄생했음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호화사양인 포일 프리미엄에는 시마노 플라이트 데크가 기본 액세서리로 포함되어 있다. 컨트롤 레버의 버튼으로 후드에서 손을 떼지 않고도 플라이트 데크를 조작할 수 있어 편리함과 안전함을 동시에 추구했다. 심박계용 트랜스미터도 기본으로 포함되어 있다. 플라이트 데크는 속도계의 기본 기능 뿐 아니라, 현재 체인이 어느 체인링과 스프라켓에 걸려있는지 인디케이터 역할을 하며 숫자로 몇 T인지 표시해줘 무척 편리하다. 체인이 어느 체인링과 스프라켓에 조합되어 있는지 속도계 스스로 알기 때문에 케이던스도 자동으로 계산된다. Di2와 완벽한 궁합을 이룬다.
포일의 프레임은 케이블 버전과 Di2 버전이 있다. Di2 사양은 다운튜브 하단에 배터리 고정용 마운트가 있고 프레임 왼쪽의 변속 케이블용 구멍이 막혀있다. 포일 시리즈 중 Di2 가 적용되는 것은 듀라 에이스를 쓴 포일 프리미엄과 울테그라 Di2를 쓴 포일 15가 있다.
포일 시리즈의 프레임은 모두 튜브의 뒤쪽의 컬러가 다른 것이 특징이다. 포일 프리미엄에는 기본 무광 블랙에 후면 그레이를 사용했는데, 이 그레이 부분이 날개를 절단한 부분임을 뜻한다.
포일은 레이스바이크 제작 기술이 어디까지 올라왔는지를 확실히 보여준다.
제원
- 프레임
- HMX-Net 카본
- 포크
- HMX-Net 카본, 상단 1 1/8인치 / 하단 1 1/4인치 카본 스티어러
- 프론트 디레일러
- 시마노 듀라 에이스 Di2, FD-7970
- 리어 디레일러
- 시마노 듀라 에이스 Di2, RD-7970
- 시프터
- 시마노 듀라 에이스 Di2, ST-7970
- 브레이크
- 시마노 듀라 에이스, BR-7900
- 크랭그 세트
- 시마노 듀라 에이스, FC-7900, 53 × 39T
- 카세트
- 시마노 듀라 에이스, CS-7900, 11-25T
- 체인
- 시마노 듀라 에이스, CN-7900
- BB
- 시마노 듀라 에이스, SM-BB9141
- 시트포스트
- 리치 포일 에어로 WCS 카본
- 헤드셋
- 리치 WCS 인티그레이티드
- 핸들바
- 리치 WCS 카본
- 스템
- 리치 WCS 카본 120㎜
- 안장
- 피직 아리오네 CX
- 휠세트
- 짚 404 파이어크레스트 클린처
- 타이어
- 컨티넨탈 그랑프리 4000, 700×23
- 가격
- 145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