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곤 18은 캐나다의 사이클 선수 출신인 제르베 리우(Gervais Rioux)가 1989년 세운 스포츠자전거 브랜드다. 제르베는 현역시절 캐나다 로드레이스 챔피언에 올랐고, 북미와 유럽에서 활동하며 월드챔피언십과 각종 투어에 출전해 출중한 실력을 보인 인물이다. 또한 88 서울올림픽에 캐나다 사이클 국가대표로 출전하기도 했다.
변화 속에 변하지 않는 가치를 추구하다
제르베는 1990년 현역에서 은퇴해 몬트리올에 자전거공방 겸 매장을 열고 자신의 경험을 살려 자전거를 만들었다.
1999년 처음으로 미국에서 열리는 국제자전거전시회인 인터바이크에 자신의 자전거를 전시해 브랜드로서 글로벌 시장에 첫 걸음을 내딛는다. 이후 성형자유도가 높은 신소재, 카본 섬유에 눈을 떠 2001년 첫 카본 프레임셋인 ‘헬륨’을 선보였다.
아르곤 18은 캐나다의 사이클 선수 출신인 제르베 리우가 세운 브랜드다.
브랜드명인 ‘아르곤 18’은 화학원소(화학주기율) 18번 아르곤에서 차용한 것이다. 아르곤은 대기 중에 있는 비활성 불연성기체로 강한 전류나 고온으로 공기를 연소시키더라도 남는 성질이 있다. 이런 성질을 이용해 용접 시, 용접부위에 불어넣어 용재가 산소와 결합되어 성질이 변하는 것을 방지하는 용도로 쓰인다. 프레임 빌더였던 제르베는 아르곤의 이런 성질을 잘 알고 있었고, ‘수많은 변화에도 변하지 않는 가치’라는 철학을 ‘아르곤 18’이라는 이름에 담았다.
아르곤 18의 로드바이크에는 캐나다에서 설계되고 기술개발을 한 자전거임이 명시된다.
갈리움 그리고 갈리움 프로
아르곤 18의 로드바이크들은 브랜드명처럼 헬리움, 나이트러전, 크립톤, 라돈 등 화학원소의 이름을 차용하고 있는데 갈리움(갈륨) 프로도 그 중 하나다.
갈리움은 2005년 아르곤 18이 처음으로 내놓은 모노코크 카본 로드바이크였다. 2008년까지 초기의 형태를 유지하다가 2009년 완전히 새로운 모습의 갈리움을 선보였는데 이때부터 갈리움과 갈리움 프로 두 가지 버전으로 라인업을 갖추게 된다. 두 버전 모두 튜빙 형태와 지오메트리는 같았지만 갈리움에 비해 갈리움 프로는 고강성 카본의 비율이 높은 것이 다른 점이었다. 다시 말해 갈리움이 편안함과 퍼포먼스의 균형을 고려한 모델이라면 갈리움 프로는 훨씬 더 퍼포먼스에 집중한 레이스용 버전인 셈이다.
갈리움 프로. 오리지널 갈리움으로부터 3세대 모델이며 더욱 강성을 강화한 레이스바이크다.
2014년 갈리움 프로는 갈리움의 형태에서 벗어나 다시 한 번 새롭게 변신한다. 기존의 보우형 시트스테이에서 탈피해 아주 가늘고 긴 직선형 시트스테이를 채택했고, 탑튜브의 슬로핑 각도도 갈리움에 비해 소폭 줄이는 등 대체로 더욱 날렵한 형태로 바뀌었다. 튜빙의 형태뿐만 아니라 무게도 대폭 줄였다. 프레임에서 150g, 포크에서 15g 감량해 프레임셋 무게가 1140g(M사이즈 기준)이다. 본 기사에서 시승한 갈리움 프로는 이 3세대에 기초한 16년형 모델이다.
이상을 추구한 지오메트리
자전거 지오메트리는 용도와 성격, 시대적인 유행 등으로 그 해석이 분분할 수 있다. 최근 올라운드바이크 지오메트리는 좀 더 과격하고 기민한 컨트롤을 요구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는데 말에 비유하자면 거친 야생마를 기수의 역량으로 길들이는 식이다. 반면 갈리움 프로는 누구나 자기 역량의 평균이상을 표출할 수 있는 잘 길들여진 준마에 비유할 수 있다.
아르곤 18의 창립자 제르베는 선수시절부터 자전거 지오메트리가 라이더의 경기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따라서 프레임 빌더의 길을 걸으면서 최적의 지오메트리를 만드는데 몰두했으며 라이더의 자세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부품과 기구인 피팅세션에 대한 독자적인 개발에도 많은 노력을 쏟았다.
아르곤 18 자전거에는 이런 노력이 그대로 반영됐는데, 갈리움 프로도 예외가 아니다.
안장높이를 기준으로 적정 사이즈를 찾을 수 있는 사이즈 차트. 적절한 콕핏 높이도 제시한다.
아르곤 18은 자사의 지오메트리를 아르곤 핏 시스템 지오메트리(AFS Geometry)라고 부른다. 로드바이크의 경우 XXS부터 XL까지 6가지 사이즈가 있는데 라이더가 사용하는 안장 높이(BB 중심에서 안장 상단까지 시트튜브를 따라 직선 길이)별로 선택할 수 있는 사이즈와 최대·최소 콕핏 드롭(안장에서 핸들바 상단까지의 수직 길이)을 명시한 사이즈 차트가 별도로 제공된다. 이 사이즈 차트는 안장 높이 61~85㎝까지 1㎝단위로 매우 꼼꼼하게 명세 되어 있다.
이를테면 안장높이 75㎝인 라이더는 M사이즈를 선택하면 되고 이 때 콕핏의 드롭은 최소 –5㎝, 최대 –10.5㎝ 사이로 세팅하면 된다는 식이다.
갈리움 프로의 BB 드롭은 모든 사이즈 75㎜로 무게중심이 매우 낮은 편이다.
갈리움 프로의 지오메트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BB 드롭이다. 최근 대다수 로드바이크의 BB 드롭이 67~72㎜인 반면 갈리움 프로의 경우, 모든 사이즈 BB 드롭이 75㎜로 매우 깊은 편이다.
BB 드롭은 바퀴 축에서부터 BB 중심까지의 수직 길이로 자전거 무게중심의 지표다. BB 드롭이 크면 BB 위치가 낮아진 만큼 안장의 위치도 따라 내려가고, 프레임 설계자는 헤드튜브의 길이와 높이(스택)는 물론 경우에 따라 포크의 길이까지 줄일 수 있다. 당연히 전체적인 무게중심이 낮아져 주행안정성이 높아진다. 단, 그에 따라 다운튜브와 앞 타이어와의 거리가 가까워지므로 휠 클리어런스를 확보하기 위해 헤드튜브의 각도가 눕게(수치가 작아짐)되는데 이럴 경우 조향의 선회성이 다소 떨어질 수 있다.
갈리움 프로는 이 부분에서 아주 첨예한 타협을 했다. 대다수의 올라운드 로드바이크가 M(54)사이즈 기준(이하 동일) 헤드튜브 각도, 72.9~73.5도인 반면 갈리움 프로는 BB 드롭의 영향으로 72.7다. 가장 큰 XL 사이즈의 헤드튜브도 73도에 불과하다. 대신 레이크가 짧은 포크를 적용해 기민한 조향성을 유지했는데, 6개 사이즈 모두 포크레이크가 43㎜로 동일하다.
체인스테이가 406㎜로 동력전달성과 변속성을 고려한 충분히 긴 길이인 반면, 휠베이스가 평균이하인 980㎜인 걸 보아도 주행안정성과 조향성,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했던 고민이 보인다.
갈리움 프로의 지오메트리.
※본 기사 본문에서 지오메트리는 특별히 언급하기 않은 경우 편의상 M(54) 사이즈를 기준으로 함.
기성복이지만 맞춤복 같은 자전거
옷 가게에서 바지를 사면 바짓단을 줄이듯이 자전거를 사면 라이더에게 맞게 피팅을 한다. 넓은 의미에서 피팅은 단순히 자전거를 몸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신체 특성을 반영하거나 경기력 향상, 운동손상의 방지 등을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다양한 세팅과 교정행위까지 포함한다.
다만, 기성 자전거를 살 때를 국한해서 보면 주로 시트포스트와 안장 그리고 콕핏 영역을 약간씩 조정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여기서 불편한 부분이 나타나면 스템이나 핸들바, 시트포스트, 안장 등을 교체하는 일도 있다. 시트포스트와 안장은 페달링 자세를, 콕핏은 조향자세를 형성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아르곤 18의 로드바이크는 이런 부분에 번거로움이 없도록 공을 들인 모습이다.
갈리움 프로 프레임셋에 포함되어 있는 ASP-6550 카본 시트포스트. 안장 레일의 상단을 잡는 레일클램프의 앞뒤를 바꿔서 옵셋 –15㎜를 –25㎜로 전환할 수 있다. 사진은 –15㎜ 셋백 타입으로 세팅한 모습.
시트포스트 안에는 Di2용 배터리를 내장할 수 있다.
페달링 자세는 안장 높이 외에 앞뒤 위치를 세팅하게 된다. 갈리움 프로 프레임셋에 포함된 ASP-6550 카본 시트포스트는 셋백스타일 시트포스트로 레일 클램프를 180도 돌려 끼우는 것만으로 옵셋 –15㎜와 –25㎜를 바로 전환할 수 있다. 안장 레일에서 앞뒤 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폭 외에 1㎝가 더 여유 있는 셈이다. 라이더에 따라서 0옵셋 타입 시트포스트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위에 언급한 사이즈 차트를 참조해 사이즈를 고른다면 기본 시트포스트만으로 적절한 피팅을 할 수 있다는 것.
갈리움 프로는 3D 헤드튜브 시스템을 이용해 헤드튜브를 연장할 수 있다.
조향부를 피팅할 때는 라이더의 유연성과 팔 길이에 따라 스템의 길이와 핸들바의 높이를 설정하는데 핸들바의 높이를 올려야 할 경우, 스티어러튜브에 스페이서를 삽입해 세팅하는 게 일반적이다.
갈리움 프로는 헤드셋 위로 스페이서를 끼워 단순히 핸들바만 높이는 것이 아니라 헤드튜브를 구조적으로 연장시키는 방식인 3D 헤드튜브 시스템을 사용한다.
갈리움 프로의 기본 헤드튜브는 139㎜인데, 여기에 15, 25㎜ 연장 헤드튜브가 제공된다. 아르곤 18의 3D 헤드튜브는 프레스핏 BB 같은 방식으로 단단히 끼우는 방식이며 이 연장된 헤드튜브 위에 헤드셋 베어링이 장착된다.
25㎜ 3D 헤드튜브를 설치한 모습.
헤드셋 위, 스티어러튜브에 끼우는 스페이서는 포크와 핸들바를 지지해주는 힘이 없어 그 길이가 높아질수록 전면부 강성이 떨어지는 반면, 3D 헤드셋은 일반 스페이서를 사용할 때와 비교해 15㎜는 5%, 25㎜는 11% 더 높은 강성을 보인다. 게다가 미적으로도 훨씬 깔끔하다.
정리하면 스페이서로 핸들바를 높이는 방식이 기성 양복을 사서 바짓단을 줄이는 것이라면 3D 헤드셋은 침선장인이 손님 몸에 옷을 대고 시침을 하고 다시 바느질을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준마의 편안함이란
프레임의 앞뒤를 대각선으로 나누어 상부인 탑튜브와 시트튜브 상단, 시트스테이는 승차감을 고려한 컴포트 존, 하부인 헤드튜브와 다운튜브, BB셸, 체인스테이는 강성과 동력전달성을 위한 파워 존으로 설계했다.
다운튜브나 체인스테이에 비해 아주 가느다란 시트스테이.
아르곤 18은 최선의 균형(Optimal Balance)이라는 기술철학에 입각해 경량과 강성, 편안함의 균형을 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곤 18의 HDS(Horizontal Dual Syastem)은 이 철학을 실천한 개념이다. 프레임의 앞뒤를 대각선으로 나누어 탑튜브와 시트튜브 상단, 시트스테이는 컴포트 존, 헤드튜브와 다운튜브, BB셸, 체인스테이는 파워 존으로 설정해 프레임을 설계하고 제작한다는 뜻이다.
컴포트 존은 자전거와 라이더의 하중 분산, 주행 진동의 흡수를 담당해 승차감을 높이는 부분이고 파워 존은 강성과 동력전달성 등에 치중해 자전거를 보다 빠르게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부분이다.
듣고 보니 많은 브랜드들이 이 같은 개념을 카본 로드바이크 제작에 적용하고 있는데 아르곤 18은 카본 프레임을 만들기 시작한 초기부터 이 HDS의 개념을 명확히 하고 있다.
시트스테이는 시트튜브를 지나 그대로 탑튜브와 연결시켜 수직변형률을 높여 주행진동을 감소시키고 승차감 좋게 한다. 시트튜브는 BB셸로 갈수록 넓어지는 테이퍼드 타입으로 페달링 강성을 높이는 형태다.
앞서 갈리움과 갈리움 프로가 별도의 시리즈로 나뉜 것을 언급했는데, 깊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갈리움 프로는 레이스바이크에 걸맞게 무게를 줄이고 강성은 강화한 모델이다. 갈리움 프로의 프레임은 카본 나노튜브로 물성을 강화한 고강성 카본을 사용한다.
프레임의 형상을 보면 굵은 헤드튜브와 다운튜브, 튼실한 BB86 타입 BB셸, 체인스테이는 논드라이브사이드가 더 굵은 비대칭형이다. 구동부하에 반응해 리어스테이가 드라이브사이드로 치우치려는 작용을 강화된 논드라이브사이드의 체인스테이가 굳게 잡아주는 형태다. 시트튜브의 위쪽은 가늘고 BB셸로 갈수록 넓어져 페달링에 따른 비틀림 강성을 높이도록 했다.
그에 비해 탑튜브와 시트스테이에 가는 편이고, 시트포스트도 직경 27.2㎜를 쓴다. 특히 시트스테이는 매우 가느다란 사각 튜빙인데 시트튜브 옆을 통과해 탑튜브에 그대로 이어서 수직 변형률을 높게 만들었다.
체인스테이는 논드라이브사이드가 더 굵은 비대칭형. 드라이브사이드의 구동부하에 대해 강성을 보강한 형태다.
본 기사에서 사용한 갈리움 프로. 시승자에 맞추어 XS 사이즈를 사용했다.
이번 기사의 시승자전거는 시승자에 맞추어 XS을 사용했다. 그룹셋은 시마노 듀라 에이스 풀셋을 사용했으며, 휠셋은 콜 C40 라이트다. 본 기사의 시승을 한 연천군청의 이주미 선수는 이미 3대째 갈리움 프로를 사용하고 있는데 “스피드와 승차감 모두 만족스러운 자전거”라는 입장이다. 다만 이번 시승에서는 승차감보다 매우 단단하고 기민한 반응성이 더 돋보였는데 “이보다 더 좋은 승차감을 원한다면 콜 C40 라이트 같은 고강성 휠이 아닌 평범한 휠을 사용하는 편이 좋을 것”이라는 조언도 했다.
시승자전거에는 시마노 듀라 에이스 Di2를 사용했으나 판매되는 완성차에는 9000시리즈인 기계식 듀라 에이스가 장착된다.
시승에 사용한 콜 C40 라이트 휠셋. 40㎜ 카본 림은 열변형에 강한 브레이크 트랙을 갖고 있다. 함께 사용하는 핑크 브레이크 패드 또한 온도 상승을 억제한다.
허브플랜지에 원통형 배럴로 스포크를 고정하는 방식인 DSA2를 사용했는데 일반적인 스포크 고정방식보다 스포크 장력을 더 높일 수 있어 휠의 강성이 대폭 상승한다.
갈리움 프로는 완성차와 프레임셋으로 판매된다. 완성차는 이번 시승차와는 약간 다른 구성이다. 시마노 듀라 에이스 풀셋에 휠셋은 마빅 시리움 원, 타이어는 컨티넨털 그랑프리 4000S 23C, 핸들바는 3T 에르고즘 팀 스텔스, 스템 3T ARXⅡ 팀 스텔스(M 사이즈 기준 90㎜), 안장은 셀레 산마르코 아스피데로 구성된다. 프레임은 전동변속방식과 기계식 변속방식 모두 지원한다. 완성차 가격은 650만원, 프레임셋은 320만원이다.
아르곤 18 갈리움 프로의 시승제의를 받고 ‘인연은 인연인가 보다’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2012년부터 지금까지 줄곧 도로경기용 자전거로 갈리움 프로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엘리트 선수들은 경기와 훈련이 많다보니 자전거를 매년 교체하는데 웬만하면 같은 모델인 갈리움 프로를 선택했다. 도중에 한 번 정비문제로 하위등급인 갈리움을 사용한 적이 있는데 얼마 사용하지 않고 바로 갈리움 프로를 받아 왔을 정도로 내게는 만족도가 높은 자전거다.
2012년부터 갈리움 프로를 탔다. 매년 팀에서 자전거를 교체할 때도 다시 선택할 정도로 만족도가 높은 레이스바이크다.
내 자전거는 2014년 말에 바꾼 모델인데 시승차를 비교해보니 외관상으로는 페인트 외에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구성에서 다른 점이라면 난 시마노 듀라 에이스 기계식 변속기를 사용하는데 시승자전거는 Di2라는 것이고 휠셋이 콜 C40 라이트라는 점 정도다.
Di2는 경기 중 변속 트러블이 적고 열악한 경기상황에서 작은 힘으로도 변속이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에 긍정적인 생각은 있었다. 그런데 전기장치라는 점이 어쩐지 정감이 가지 않아 지금까지 사용하지 않았는데 이번 기회에 사용해 볼 수 있어 좋았다.
새삼스럽게 자전거와 시승에 대한 소감을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지만 우선 내 자전거와의 차이점과 그간 겪은 갈리움 프로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 시승자전거를 타보니 우선 내가 사용하는 핸들바나 휠셋이 아니고 조향부의 세팅도 약간 높아서 다소 어색한 점이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럼에도 내 경기용 자전거보다 무게에서나 순발력에서 훨씬 더 좋았다. 선수들의 자전거 무게는 경기에 출전하려면 6.8㎏미만으로 떨어지면 안 되는데 시승자전거의 무게는 분명 그 이하다.
장착된 휠셋도 내가 경기에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단단한 느낌이다. 40㎜ 카본 휠이던데 클린처 타입인 것을 보고 놀랐다. 선수들은 경기를 제외하고 훈련 시에는 무조건 클린처 타입 휠셋을 쓰기 때문에 클린처 휠을 보면 그냥 입버릇처럼 ‘훈련바퀴’라고 부른다. 그런데 시승자전거의 휠셋(콜 C40 라이트)은 그대로 경기에 사용할 수 있을 정도다.
갈리움 프로가 원래 안정감이 뛰어난 자전거이지만, 시승을 할 때 있는 힘껏 달려보니 휠에서 치우침이 없어 안정성이 훨씬 좋아진 느낌이다.
갈리움 프로는 다루기 쉽고, 반응이 빠르며 힘이 넘치는 자전거다.
몸에 잘 맞는 자전거
내가 갈리움 프로를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는 몸에 잘 맞는 자전거이기 때문이다. 난 여자선수들 중에서도 체구가 작은 편이다. 선수들은 안장의 위치나 핸들바의 위치를 규정에 맞게 세팅해야하는데 모든 자전거가 이렇게 세팅했을 때 자신에게 꼭 맞는다고 할 수 없다. 과거 아시아선수권에 독주경기에 출전했을 때, 자전거 핸들바 세팅이 검차에서 계속 퇴짜를 맞아 규정에 맞추기 위해 익스텐션바를 거꾸로 끼우고 출전한 경험도 있다.
그런데 갈리움 프로는 안장이나 핸들바의 위치를 세팅할 때 아주 쉽고 자세도 편하다. 이런 점이 마음에 들어 올해는 타임트라이얼바이크도 아르곤 18의 E-118로 바꾸었다.
※편집자 주: UCI 검차규정 상 선수들의 안장 위치는 안장코가 BB중심에서 수평거리로 5㎝ 이내에 들어올 수 없으며 드롭바의 맨 앞은 앞바퀴 중심이내로 세팅해야 한다. 신체 특성상 이 세팅으로 경기력을 발휘 할 수 없는 선수는 안장과 핸들바 규정 중 단 하나만 예외로 해야 한다. 또한 안장규정을 예외로 인정받을 경우에도 크랭크 암을 3시 방향에 놓았을 때 무릎의 슬개골이 페달스핀들 앞으로 나오지 않을 정도까지만 안장을 앞으로 당길 수 있다.
이주미 선수는 이런 검차규정의 경계수준에 있는 선수로서 갈리움 프로가 피팅이 편리하다는 점을 피력한 것.
자세가 편하다는 것 외에도 다루기 쉽고 오로지 추진에만 몰두할 수 있게 해주며, 반응이 빠르고 힘이 넘치는 자전거다. 갈리움 프로에 올라 페달링을 해보면 바로 느낄 수 있다. 내 생각에 코너링이나 클라이밍은 자전거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선수의 라이딩 기술에 더 많은 주안점이 있다. 그래도 굳이 묻는다면 갈리움 프로는 그런 역량을 펼치는데 부족함이 없다.
시승 때문에 처음 사용해본 Di2는 변속트러블이 적고, 작은 동작으로 가볍게 변속을 할 수 있는 점이 좋았다.
난 달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자전거가 좋다. 갈리움 프로는 내게 그런 자전거다.
선수들도 자전거에 대한 취향이 모두 제각각이다. 내 경우는 달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자전거가 좋다. 갈리움 프로가 나에게는 그런 자전거다.
참고로 시승자전거는 내가 사용하는 자전거보다 더 빠른 반응성을 보인 대신 승차감 면에서는 다소 떨어지는 편이었는데 이는 휠의 강성이 높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경기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라이더라면 평범한 강성의 휠셋을 선택하는 게 더 적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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