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비대칭, 피나렐로 도그마2 / PINARELLO DOGMA 2

테스트라이드아름다운 비대칭, 피나렐로 도그마2 / PINARELLO DOGMA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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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신용윤 사진: 한동옥

피나렐로가 도그마라는 이름의 로드바이크를 선보인지도 벌써 10년 세월이 지났다. 첫 번째 도그마는 경량화에 초점을 맞추어 마그네슘이라는 소재를 사용한 과감한 시도를 했다. 두 번째는 자전거를 탈 때 드라이브사이드에 미치는 힘이 논 드라이브사이드보다 크다는 것에 착안, 탄소섬유를 사용한 비대칭형 프레임의 성형이 이슈였다. 이번에 소개할 도그마2는 그 도그마의 세 번째 버전이다.

도그마2 지로 디탈리아 컬러
도그마2는 전작에 비해 더 가벼워졌을 뿐 아니라 더 뛰어난 강성과 공기역학적 외관으로 다시 태어났다.
 

도그마2 무엇이 달라졌나

도그마2의 달라진 점을 말하라면 한 마디로 더 가볍고, 더 강하고, 더 공기역학적이다. 피나렐로 로드바이크에 적용되는 포크와 시트스테이에 적용된 특유의 온다(Onda) 시스템은 온다2로 업그레이드되어 주행 시 노면진동을 효과적으로 걸러준다.
무게는 54㎝사이즈 기준으로 950g에서 920g으로 30g이 가벼워졌다. 경량 프레임이 수두룩한 시대에 900g대가 무슨 대수냐고 할 수도 있지만 하이엔드 로드레이서에 있어서 경량화란 전술적인 선택이다.
제조사의 자료에 따르면 도그마2는 그 전작에 비해 비틀림 강성 14%, 전면부 강성 19% 각각 향상되었다고 한다. 강성(rigidity, 剛性)은 어떤 재료가 힘을 받아 견디는 정도를 뜻한다. 여기서 말하는 강성은 프레임의 구조강성을 말하는 것으로 프레임이 외력을 받아서 견뎌내는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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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부 강성이 19%, 비틀림 강성은 14% 향상되었으며 무게는 30g 줄어든 920g(54㎝기준)이다.
 

전면부 강성을 요약하면 주행 시 앞바퀴 쪽에서 받는 수직, 수평외력을 버티는 정도. 비틀림 강성은 페달링에 의해 프레임의 앞뒤가 서로 반대쪽으로 비틀어지는 것을 견디는 정도다. 전면부 강성은 헤드튜브는 물론 탑튜브와 다운튜브의 전면형태, 헤드튜브와 탑튜브, 다운튜브가 만나는 부분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비틀림 강성은 BB셸, 다운튜브, 탑튜브, 리어스테이의 총체적인 사항이다.

그럼, 강성을 높이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간단하게 튜브의 두께를 두껍게 하면 된다. 하지만 이러면 무게가 늘어나서 경량화의 의미는 사라지고 만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량 자전거들이 두께가 얇으면서도 굵기가 굵은 튜브를 사용하는 것이다.
헌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굵은 튜브는 부피가 커져서 외관상으로는 곰처럼 미련해 보이고 실제로 움직임이 둔해지기도 한다. 공기역학적인 면에서도 저항면적이 넓어지므로 손해를 보는 건 당연하다.

헤드튜브와 포크의 일체형 디자인
헤드튜브의 하단이 더 넓어져서 헤드셋 하단 베어링은 1.25인치에서 1.5인치를 사용한다. 또한 포크와 일체형 디자인으로 강성뿐 아니라 공기역학적인 효율도 높였다.
 

근육질의 남성과 풍만한 여성이 공존

그럼 이런 난국을 도그마2는 어떻게 헤쳐 났을까? 바로 튜빙의 형태다. 사실 프레임은 튜빙의 두께보다 그 형태와 디테일(구조물을 이루는 각 요소들이 만나는 곳, 자전거 프레임의 경우 각 튜브들이 만나는 부분) 따라 강성이 달라진다.
우선 눈에 띄게 달라진 헤드튜브를 보자. 헤드튜브의 아래쪽이 더 넉넉해지고 꽉 찬 모습이다. 그러면서 포크와의 일체감은 높였다. 덕분에 하단 헤드셋 베어링이 1.25인치(3.175㎝)에서 1.5인치(3.81㎝)로 늘어났고 전면부 강성이 높아졌다. 그리고 높아진 강성만큼 헤드튜브와 탑튜브, 다운튜브가 만나는 곳에 패여 있던 골(주름)은 매끈하게 없애서 공기역학적으로 향상된 모습이다. 아울러 헤드튜브와 포크의 일체형 모델링도 강성뿐아니라 공기역학적으로도 도움이 된다.

드라이브사이드 다운튜브
도그마2의 다운튜브 오른쪽을 헤드튜브에서 바라 본 모습이다. 깊이 파인 넓은 골 때문에 피나렐로의 로고가 울퉁불퉁하게 보인다. 이는 오른쪽 강성을 더 높이는 효과가 있다.
 
논드라이브사이드 다운튜브
마찬가지로 도그마2의 다운튜브 왼쪽을 헤드튜브에서 바라 본 모습. 도그마 로고가 매끈하게 보인다.
 

그리고 이제 다운튜브를 보면 본격적인 비대칭 튜빙의 세계에 발을 디딘 것이다. 오른쪽(드라이브사이드)과 왼쪽(논드라이브사이드)을 비교해보라. 오른쪽은 넓고 깊게 골이 파여 있어 울근불근 힘줄이 솟은 강인한 남성의 팔뚝을 연상케 한다. 그리고 이 골은 BB셸 상단에 까지 이어진다. 반면 왼쪽은 BB셸까지 그저 매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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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사이드의 탑튜브를 보면 헤드튜브 쪽에서 시작한 골이 시트스테이까지 이어진 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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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탑튜브의 왼쪽 골은 오른쪽에 비해 깊지 않고 헤드튜브에서 시작해 탑튜브 중간을 지나며 밋밋해진다.
 

탑튜브 역시 오른쪽은 골이 깊게 패여 시트스테이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왼쪽은 오른쪽에 비해 골도 깊지 않을뿐더러 탑튜브 중간을 지나며 골이 사라진다. 이런 차이는 시트스테이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포크의 경우 오른쪽이 넓고 깊은 골이 두 줄, 얇은 골이 한 줄인데 왼쪽은 넓은 골과 골이 각각 한 줄 뿐이다.
심지어 체인스테이는 왼쪽에 비해 오른쪽 튜브의 수평너비가 5㎜이상 넓다. 이는 페달링 시 체인이 뒷바퀴를 잡아당기며 체인스테이가 오른쪽으로 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설계의도다.

온다포크
피나렐로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온다포크도 온다2로 업그레이드되었다. 드라이브사이드(오른쪽 사진)와 논 드라이브사이드의 골의 깊이와 넓이가 확연히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아울러 헤드튜브하단과 포크크라운, 다운튜브가 만나는 곳을 일체화시켜 강성과 공기역학 효율을 높였다. 

골이 깊고 길수록 그 방향으로 휘는 성질이 줄고 당기고 미는 힘에 대한 저항이 커진다. 즉, 프레임의 단단한 정도가 높아진다는 뜻이다. 자동차의 강판에 곡률을 주어 강성을 높인다는 것은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도그마2도 이와 같은 원리를 적용한 것이다. 아울러 각 튜브가 만나는 곳의 면적을 넓히고 오버사이즈 BB를 사용해서 프레임이 비틀리는 것에 대해서도 한 번 더 보강했다. 이렇게 강화된 헤드튜브와 프레임에 패인 골 때문에 도그마2는 강한 근육질의 남성미를 갖췄다. 반면 논 드라이브사이드만 보면 마치 유럽회화에 나오는 풍만한 여성을 보는 것도 같다. 한편, 각 튜브는 비행기 날개처럼 앞이 둥글고 뒤가 꼬리처럼 얇게 설계해 공기역학적인 성능도 강화했다.

설계와 동시에 효율을 증명하라

CFD
도그마2는 사실상 다시 설계했다고 보면 된다. 설계를 마치면 바로 컴퓨터로 공기역학 효율을 증명해보는 시스템(CFD)을 도입했다. 아울러 고온에서 녹아 없어지는 모형에 카본을 적층하여 금형에 넣어 성형하는 EPS공법을 사용해 프레임 내부의 표면이 균일하고 기포 등의 유해요소도 적어졌다.

앞서 살펴봤듯이 도그마2는 전작인 도그마와 비슷하지만 전반적인 설계를 완전히 다시 했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설계를 위해 전산화에 의한 유체역학해석법(CFD, Computational fluid dynamics)을 사용했다. 설계 당시부터 설계에 대한 효율과 역학적 증명을 동시에 추구했기 때문이다.

이제 어느 정도 900g대의 무게가 이해될 법하다. 정리하자면 강성을 높이기 위해 튜브에 굴곡을 주고 동시에 접합면적도 높였다. 튜브 두께를 두껍게 하는 것 보다 무게는 줄이면서 강성은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좌우의 카본 적층 두께와 굴곡의 정도를 달리해 드라이브사이드와 논 드라이브사이드에 미치는 힘의 배분을 고르게 했다. 이 때문에 경량화에만 힘쓴 프레임들 보다는 무게가 더 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가벼운 무게와 바꿀 수 없는 강력한 강성, 좌우 비대칭 설계로 아주 예리하게 잡힌 힘의 균형을 얻었다.
그럼, 도그마2가 700g대의 경량 프레임들이 나오는 요즘, 우람한 근육을 뽐내며 강인함(강성)에 집착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강성이야말로 강력한 라이더가 스프린트 시에 뿜어내는 힘을 모두 받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프린터 스타일의 라이더라면 전술병기로서 도그마2를 눈여겨 볼만 하다.

도그마2는 국내에는 프레임 셋으로만 판매되며 색상은 무비스타 팀 컬러인 무비비안코, 지로디탈리아, 아주로 등 총 13가지에 이르며 가격은 컬러와 적용 가능한 부품에 따라 다르다. 일반 Sky, Movi, ArgRed는 880만원, 일반 WRC, Giro d’ Italia, BOB는 920만원, Di2전용 AtgRed와 Movi는 940만원이다. 최고가 모델인 Giro d’ Italia Di2전용 프레임은 998만원이다.

■㈜네오플라이 www.neofly.co.kr ☎(02)421-0552

시승 : 박성백(국민체육진흥공단 스포츠단)

한계치를 넘는 엄청난 강성

시승 : 박성백 선수

“처음엔 묵직하고 중저속에는 중후했다. 그리고 고속에선 ‘네가 죽나 내가 죽나 해보자’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마치 내가 도그마2를 테스트하는 것이 아니라 이 자전거가 나를 테스트하는 느낌! 후~”

도그마2를 시승한다고 했을 때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내심 기대됐다. 올해 스카이 프로사이클링 팀의 주력이고 세계적인 스프린터 마크 카벤디쉬가 타는 로드바이크이기 때문이다. 또한 스페인의 프로팀인 무비스타 팀의 자전거이기도 하니까.
그 때문인지 나는 시승 자전거가 무비스타 팀 컬러나 핑크가 들어간 지로 디탈리아, 그도 아니면 카벤디쉬가 타는 스카이 팀의 그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승 자전거를 확인하니 흰색에 빨강 포인트가 있는 GF······. 하긴 자전거 성능이 색깔 따라 나오는 것도 아니고 스타일리시한 내게 어울리는 컬러는 아니지만 기대에 찬 마음으로 먼저 자전거를 이곳저곳 훑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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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 자전거의 구성
시승 자전거인 도그마2 GF는 Di2 전용 프레임에 시마노 듀라에이스 Di2 풀셋이 장착되었다. 휠셋은 펄크럼 레이싱 제로로 시승자가 평소 훈련용으로 사용하는 제품과 동일하다.
Di2전용 프레임
Di2전용 프레임으로 케이블 루트는 모두 프레임 내부로 배선되며 마무리도 깔끔하다.

사용된 그룹셋은 시마노 듀라에이스 Di2, 휠셋은 펄크럼 레이싱 제로. ‘이런 휠셋이 이런 고급자전거에 어울리지 않는데···’하고 생각이 든 순간 피식 웃음이 났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휠셋은 내가 평소 연습용으로 사용하는 휠셋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잘 됐다. 지금은 캄파뇰로 EPS를 사용하지만 Di2도 작년까지 사용해 본 제품이고 휠셋은 평소 사용하는 것과 같은 것이니까. ‘제대로 느껴주겠어’ 이런 마음이었다.

처음 스타트는 생각보다 묵직한 느낌이다. 지금 내가 경기에 사용하는 자전거 무게는 레이싱 스펙으로 구성했을 때 6.5㎏, 연습용 구성도 6㎏때 후반이다. 사실 내 자전거 보다 가벼우면 도로경기 규정상 경기에 나갈 수 없다. 하지만 시승 자전거는 7㎏ 초반. 모든 구성이 다 똑같다고 해도 프레임에서 200g정도 차이가 있다는 것이고, 레이싱 구성의 내 자전거와는 고기 한 근 정도 무게 차이가 있으니 스타트가 가볍게 느껴질 수는 없으리라. 움직여보니 포크나 헤드튜브각도가 내 자전거 보다 조금 누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서히 속도를 올려 고속질주를 해봤다. 허참, 이상하다. 무게 때문에 스타트 같은 기동성은 떨어진다고 생각해도 괴팍하게 밟아대는 내 페달링에 이 자전거 프레임은 까딱하지 않는다. 내가 쓰는 경량 프레임은 어느 정도 강력한 스프린트를 시도하면 유연하다고 표현해야 할까. 밟는 대로 능청거림이 생긴다. 그런데 이 자전거는 그게 없다. 내친김에 전력질주도 해봤다. 역시 마찬가지. 이리저리 나름 신경질적으로 자전거를 혹사시켜 봤지만 프레임의 단단함만큼은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사이클 선수는 나름의 스타일이 있다. 나는 평지와 오르막과 내리막, 공격과 수비를 가리지 않는 올라운더 스타일이다. 그래서 나는 헤드튜브각도가 서고 포크트레일이 짧은 편인 자전거를 선호하다보니 도그마2의 느낌이 사뭇 생소하다.
어쩌면 나보다 더 큰 파워를 내는 강력한 스프린터 스타일의 선수가 시승을 했더라면 이 자전거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시승종반에 나는 문뜩 내가 자전거를 테스트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자전거에게 테스트 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도그마2는 아주 강한 강성을 가지고 있고 힘을 주면 그 힘을 반발하지 않고 고스란히 가져간다. 이건 타임트라이얼이나 짧고 굵은 질주를 무기로 하는 스프린터에게 어울리는 대목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중저속에서 진동이 적고 중후한 느낌이 있다. 사실 경량 프레임은 기동성은 좋은데 이런 중후함은 떨어지는 편이다. 이런 점은 펠러톤에 묻혀 갈 때 주행피로를 줄여서 페이스조절에 이로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내가 경기에 타고 나가는 자전거가 공중전과 요격을 위한 전투기라면 도그마2는 막판 한 방을 노리는 전폭기일 것이다. 그래서인가 어쩌면 정말 이 자전거는 카벤디쉬에게 맞춰진 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난 카벤디쉬가 이 보다는 가벼운 커스텀 모델을 탈 것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마지막으로 긴 오르막과 다운힐 등 다양한 지형에서 주행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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