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 : 신용윤
에포카는 엘파마의 엔트리레벨 로드바이크다. 2005년 첫 판매를 시작한 에포카는 올해로 12년이나 된 장수 모델이자 소비자들이 먼저 인정한 엘파마의 베스트셀러다.
지난해 11월, 2017 엘파마 신제품 세미나에서 에포카의 4세대 모델이 공개됐다. 신형 에포카는 또다시 전작을 넘어 선 모습으로 나타났다. 프레임의 전체적인 외관이 바뀌었으며, 튜빙의 가공, 케이블 루트, 지오메트리까지 모두 손을 본 모습이다.
카본이야, 알루미늄이야?
새로운 에포카를 살펴보기 전에 전작의 특징을 짚어보자. 2013년 12월 발표한 3세대(2014년형)는 경량화를 위해 더블버티드(튜브의 내경을 앞뒤로 2번 깎아내는 가공)된 대구경 튜브를 사용했고, BB셸 부근을 넓은 사각형으로 강화해 비틀림 강성을 높였었다. 그리고 에포카 중 처음으로 곡선형 튜빙을 사용해 외형에서도 그간의 모델을 일신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나 발표한 새로운 에포카는 하이드로포밍에 용접부위를 매끈하게 후가공하는 스무스웰딩 공법까지 더해져 알루미늄 프레임임에도 카본 프레임으로 착각할 만큼의 뛰어난 마무리를 보인다. 또한 전작이 더블버티드 튜브를 사용했던 것과 달리 신형 에포카에는 트리플버티드 튜브를 채용해 튜빙에서도 한층 업그레이드했다.
케이블 루트는 앞뒤 변속 케이블과 뒤 브레이크까지 인터널 루트로 바뀌었다. 종전 에포카는 앞뒤 변속 케이블이 다운튜브 외부를 지났고, 뒤 브레이크 케이블만 케이싱까지 통째로 탑튜브 내부를 통과하는 방식이었다. 반면 신형 에포카는 케이블 속선만 프레임 안을 지나며, 케이블의 꺾임을 줄여 변속과 제동 품질을 향상했다.
최소 사이즈 430㎜ 신설
지오메트리의 수치는 전작과 대동소이하지만 전체적인 변화가 있다. 부분적으로 리치와 스택의 수치가 다소 변하였고, BB 드롭이 소폭 낮아졌다. 그러나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430㎜ 작은 사이즈가 하나 더 늘었다는 점이다.
리치는 BB 중심에서 헤드튜브 상단까지 이르는 수평 거리이고, 스택은 BB 중심에서 헤드튜브 상단까지 수직 거리인데, 라이딩 자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수치다.
전작과 수치만 비교하면 신형 에포카의 리치는 460 사이즈가 5㎜, 480은 4㎜ 짧아졌고 540, 560 사이즈도 1㎜씩 줄었다. 이밖에 스택은 460 사이즈만 10㎜ 낮아지고, 540, 560은 각각 2㎜ 높아졌지만 큰 변화는 아니다.
이렇게 부분적으로 신형 에포카의 지오메트리가 변화된 것에 대해 엘파마의 김종대 개발팀장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에포카는 제가 입사하기 전부터 있던 모델입니다. 부품과 프레임의 소재와 등급이 낮아서 그렇지, 과거 1·2세대 모델만 하더라도 에포카는 입문자들에게 편안한 지오메트리가 아니었습니다. 한 마디로 리치가 길고 스택이 무척 낮아서 여느 레이스바이크 못지않을 정도로 공격적이었으니까요. 그래서 3세대 모델은 스택을 높여 이전보다 조금이나마 편안함을 추구했습니다. 다만 당시에는 사이즈별로 리치의 차이를 명확히 하지 않아서 상대적으로 작은 사이즈를 타는 라이더들이 긴 조향거리 때문에 스택이 높아진 효과를 제대로 느끼지 못했습니다. 4세대에서는 이런 점을 개선해 사이즈별로 리치의 차이를 명확히 하는 한편, 소비자들의 요구에 따라 기존 460㎜보다 작은 430㎜ 사이즈를 신설했습니다.”
정리하면 종전 에포카가 조향부 높이만 높인 것이라면 4세대 에포카는 적절한 조향 높이와 앞뒤 거리를 사이즈에 따라 분명히 구분했다는 것. 참고로 엘파마의 레이스바이크 FR1과 퀀텀의 지오메트리와 비교하면, 이 기함들보다 리치는 여전히 길고, 대신 스택이 평균 10㎜이상 높다.
에포카는 부품등급에 따라 5가지 모델이 있다. 최상급 모델은 본 기사에서 시승한 E5800으로 시마노 105 풀셋을 장착했으며, 휠셋은 DT스위스 R522 스플라인, 안장은 셀레이탈리아 SL 프릭션 프리 플로우를 사용한다. VP-992A 평페달이 포함되며, 색상은 매트 블랙/글로시 레드, 매트 블랙/글로시 화이트, 매트 실버/매트 블랙 3가지가 있다. 완성차 무게는 520 사이즈 기준 9.1㎏(실측치). 가격은 128만원이다.
이밖에 시마노 티아그라 그룹셋을 장착한 E4700은 96만원, 소라 풀셋을 장착한 E3500은 78만원, 시마노 클라리스와 텍트로 브레이크를 혼용한 E2500C은 61만원, E2500은 57만원이다. 참고로 에포카 E5800부터 E2500C까지는 카본 블레이드 포크를 사용하지만 E2500은 알루미늄 포크를 쓴다.
난 지금까지 여러 가지 자전거를 즐겼다. 미니벨로와 하이브리드, 픽스드 기어 바이크, 그리고 지금의 로드바이크까지. 그럼에도 실상 스포츠자전거에 있어서 소위 말하는 엔트리 레벨의 경험이 없다. 하지만 나름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그 시절을 보냈다고 생각한다.
‘입문형’이라는 말을 들으면 학창시절 통학에 이용하던 미니벨로와 하이브리드 자전거를 떠올리곤 했다. 대부분 금속 프레임과 낮은 등급의 부품을 사용한다는 선입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날렵한 몸매, 깔끔한 마무리
에포카는 내가 갖고 있던 ‘입문형’이라는 말의 선입견을 한 방에 날려버렸다.
이런 선입견은 단번에 날려버린 자전거가 바로 엘파마 에포카다. 에포카의 첫 인상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매우 정갈하다고 말하고 싶다. 사전에 알루미늄 프레임이라고 말을 들었는데, 실제로 본 에포카는 페인팅이 은색이라서 금속 느낌이었지, 만듦새에 있어서는 카본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BB셸 부근과 리어스테이 끝단에 용접비드가 보이지 않았다면 날렵한 프레임의 생김새와 깔끔한 마무리에 정말 카본 프레임으로 믿었을지 모른다. 더구나 장착된 부품이 시마노 105 풀셋이다보니 ‘입문’이라는 말보다 ‘고급’이라는 말이 더 어울려 보였다.
에포카를 타고 강화도의 고비고개 인근을 라이딩했다. 시승 전에 손으로 자전거를 들어보니 무게에 있어서는 꽤 묵직하다. 카본 로드바이크와 비교하면 당연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과거 내가 학창시절 탔던 생활형 자전거에 비견할 정도로 무거운 편은 아니다.
라이딩에서는 손으로 들었을 때의 무게감을 그리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노면에 착 가라앉는 기분이랄까, 라이딩 시 안정감이 높다. 평지에서 고속으로 스프린트를 해보면 그 안정감을 몸으로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가격·성능 모두 추천할만해
강한 페달링을 할 때 프레임의 강성도 마음에 든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좀 혼란스러웠다는 표현이 적당하다. 난 강성면에서 내로라하는 카본 프레임을 쓰는데, 평지를 달리는 동안 에포카가 내 카본 로드바이크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 되레 속상할 정도였다. 오르막이 시작되며 에포카의 무게감이 느껴지자 오히려 안심이 됐다고 할까. 하하.
그러나 한편으로는 문뜩 ‘지금의 카본 로드바이크를 타기 전에 에포카를 만났더라면, 이 정도 무게감이 문제가 됐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언덕을 오르며 댄싱할 때도 반응성이 즉각적이고 나무랄 데 없다. 금속 프레임 특유의 딱딱하면서도 단단한 느낌이 라이더에 따라서는 호불호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카본 프레임이라고 해서 모두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고, 가격과 성능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하는 보급형 기종에 바랄 부분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취재가 마무리될 쯤 자전거 가격을 물었다. 부품등급도 있고 해서 내심 130만원 정도 생각했는데, 128만원이라니 생각한 적정 가격과도 비슷하다. 또한 6~70만원 선, 소라나 클라리스 그룹셋 모델까지 폭넓게 라인업을 구성하고 있다니 가격적인 면을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입문자들에게 적극 추천할만한 로드바이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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