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쌔신은 위아위스에서 내놓은 클래식 스타일의 카본 로드바이크로 스틸 튜브를 러그로 이어서 만드는 러그드 프레임을 카본소재로 재해석한 자전거다.
위아위스의 클래식 카본 로드바이크는 리버티와 어쌔신 두 종류인데, 페인팅과 부품구성만 다를 뿐 프레임의 소재와 지오메트리는 모두 같다. 리버티는 더욱 예스러운 컬러와 레터링이 돋보이며 어쌔신은 카본고유의 무늬를 살린 누드톤의 페인팅이 특징이다. 아울러 리버티는 캄파뇰로, 어쌔신은 시마노 그룹셋을 사용한다. 이번 기사의 주인공인 어쌔신 3.1은 어쌔신 라인업 중 막내격인 제품이다(■관련기사: 위아위스 어쌔신 & 리버티).
어쌔신은 위아위스가 내놓은 클래식 스타일의 카본 로드바이크다.
어쌔신, 무엇이 새로운 것인가?
위아위스 어쌔신과 리버티(이하 ‘어쌔신’)가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과거 스틸 러그드 프레임의 형태와 가장 유사한 카본 프레임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런 형태를 유지하고서도 안전한 라이딩을 할 수 있도록 만든 기술이 새롭다고 할 수 있다.
어쌔신은 스틸 프레임을 러그에 끼워 땜질하던 러그드 프레임을 카본소재로 재해석했다.
과거 금속 튜브를 각각의 사이즈로 미리 재단해놓고 러그에 끼워 땜질하던 스틸 러그드 프레임은 알루미늄 합금기술이나 용접기술이 지금과 같지 않았던 시절에 다양한 사이즈의 자전거를 생산하기 편리하게 발달한 제작방식이었다.
합금과 용접기술이 발전하며 튜브끼리 직접 용접하는 형태가 생산효율이 높아지자 스틸 러그드 프레임은 점차 쇠퇴의 길을 걸었다. 그러다 새로운 소재인 카본을 사용하면서 다시 한 번 러그가 사용된다. 초기 카본 프레임들은 생산에 필요한 다양한 사이즈의 금형을 갖추기 어려웠기 때문에 카본 튜브를 러그에 끼워서 만든 제품들이 있었다.
이런 프레임들은 예전의 스틸 러그드 프레임과 달리 튜브가 더 굵었으며 러그도 스틸러그에 비해 상당히 부피가 컸다. 필요한 강성을 위해서 뒤틀림에 견디기 쉽고 접합면적이 넓은 형태로 튜브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어쌔신의 튜브 외경은 29㎜로 과거 스틸 러그드 프레임의 튜브 외경과 똑같이 가늘고 날씬하다.
반면 어쌔신의 튜브는 과거 스틸 러그드 프레임의 튜브 외경과 같은 29㎜로 날렵하고 날씬해 옛 자전거의 감성을 카본으로 재현하고 있다.
물론 첨단소재로 여겨졌던 카본은 이제 저변이 넓어져서 자전거분야에서도 레이스바이크 뿐만 아니라 미니벨로며, 접이식 자전거에도 카본 프레임이 쓰인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어쌔신 같은 형태의 카본 로드바이크가 진즉에 보였어야 하는데 실제는 그렇지 않다.
유명 브랜드들의 카본 바이크들은 대부분 모노코크 방식으로 바뀌었지만 자전거를 공예화한 업체들이나 지금까지 러그드 방식을 고수하는 브랜드들의 프레임을 보면 대부분 오버사이즈 튜빙을 쓴다.
무엇이 독자적인가?
어쌔신은 여타 카본 프레임에 비해 가냘픈 형태이지만 실제로 라이딩을 해보면 상당히 안정적이고 가벼운 주행성을 보인다. 물론 주행이 안정적이라고 해서 안전성의 척도는 될 수 없다.
이 질문에 대해서 위아위스는 “유럽표준이 요구하는 카본 로드바이크의 물성을 모두 만족시키며, 일반적인 스틸 러그드 프레임과 비교하면 2배가량의 내구성과 강성을 보인다”고 대답했다.
어쌔신의 탑튜브, 다운튜브, 시트튜브의 외경은 29㎜로 모두 같으나 필요한 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각각 신택틱 폼의 두께와 카본 적층구조를 달리 설계했다. 사진은 어쌔신의 튜브 단면으로 흰색부분이 신택틱 폼이다.
위아위스는 이런 강도와 강성을 얻기 위해 독자적인 튜빙을 만들었다. 어쌔신의 튜빙은 내충격, 내피로도가 높은 신택틱 폼이라는 합성수지 베이스의 안팎을 카본으로 적층시킨 형태다. 이는 양궁의 활대구조에서 착안한 것으로 위아위스가 양궁개발에서 얻은 노하우를 접목시킨 것이다. 외경에는 변화를 주지 않되 튜브 내부는 부분적으로 신텍틱 폼의 두께와 카본의 적층구조를 달리해 필요한 강성을 확보했다. 여기에 위아위스의 카본나노튜브(CNT) 분산기술(■관련기사: 인터뷰-위아위스 박경래 대표㉻)이 더해져 더욱 튼튼한 프레임을 완성시킨다. CNT는 아직도 일부 해외 브랜드에서 최고급 프레임에나 쓰이는 기술이다.
하나의 튜브 안에서도 기초인 신택틱 폼을 테이퍼드 형태로 만들어 더 높은 강성을 확보하려고 노력했다. 사진은 어쌔신의 BB셸 러그부분으로 다운튜브가 시트튜브보다 튜브의 두께가 더 두껍다. 또한 앞서 헤드튜브 측 다운튜브의 신택틱 폼의 두께와 비교해 보면 튜브의 내경이 원뿔형인 테이퍼드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위아위스가 독자적인 카본튜빙을 개발한 것도 과거 러그드 카본 프레임을 생산하던 브랜드와 차별되는 점이다. 유명 브랜드들은 튜브를 직접 개발하기도 했지만 대다수의 프레임 제작사들이 튜빙 전문업체로부터 구입한 튜브를 조립하는 형식으로 프레임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어쌔신 3.1의 구성
어쌔신 3.1은 시리즈 중 막내격인 모델이다.
어쌔신은 부품구성에 따라 총 4개 모델이 있으며 모두 시마노 그룹셋을 사용한다. 어쌔신 3.1은 이 중 가장 막내격으로 시마노 105 풀셋을 사용하며 휠셋 또한 시마노 RS11이다. 안장은 산마르코의 에라(ERA)이며 핸들바와 스템, 시트포스트는 위아위스의 알루미늄 부품을 사용한다.
사이즈는 430(524), 470(527), 500(540), 530(548), 560(580)㎜이 있는데 일반적인 외산 브랜드 제품과 시트튜브 길이 대비 탑튜브 길이 차가 크므로 사이즈를 고를 때는 꼭 탑튜브 길이(괄호)를 참고하길 바란다. 색상은 블랙/옐로우, 블랙/레드 2가지. 가격은 297만원.
시마노 105 그룹셋이 장착됐다. 브레이크까지 105 풀셋이다.
안장은 산마르코 에라.
크롬몰리처럼 가늘고 날렵해 보이는 포크도 스티어러튜브까지 모두 풀 카본이다.
어쌔신의 지오메트리.
난 오랫동안 자전거 동호인을 자처하고 있지만 본격적인 산악자전거나 로드레이스를 즐기는 취미가 있는 건 아니다. 그저 탈것으로서의 유용함과 자전거가 지닌 특유의 건강함, 감성을 즐기는 정도다. 이런 내가 카본 로드바이크를 시승한다니, 어떤 자전거를 시승할지 기대가 컸다
어쌔신은 로드바이크의 스포티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시티라이프에 잘 어울리는 자전거다.
언젠가 본 듯한, 그러나 신선한
시승일 날 찾아 온 자전거는 어쌔신 3.1로 국산 스포츠 자전거 브랜드 위아위스가 선보인 클래식 스타일의 카본 로드바이크다. 특이하게도 카본러그에 카본튜브를 끼워 만든 자전거다. 선입견이지만 ‘로드바이크’하면 왠지 레이스가 떠오르고 맹렬히 달려야 할 것 같은 중압감이 들었는데 어쌔신은 무서운 이름과는 달리 내가 평소 좋아하는 정감어린 자전거, 바로 그 모습이었다.
어린 시절 스틸 자전거에서 보았던 형태의 자전거인데 모두 카본으로 만들어졌다니 내심 놀라울 뿐이다. 예스러운 형식의 자전거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너무 튀지도 않고 그렇다고 촌스럽지도 않다. 무엇보다 레이스 바이크에서 풍기는 전투기 같은 이미지가 없는 것이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이다.
레이스 바이크와 달리 유난스럽지 않은 외관은 우리 일상 어디에나 잘 어울린다.
주행성과 승차감 모두 나무랄 데 없어
새 자전거를 선물 받은 것 마냥 기분이 좋아졌다. 어쌔신과 함께 여유롭게 도심 라이딩을 즐기며 식사도 하고 커피숍도 들르는 등 이전에 내 자전거로 하던 일상을 함께 해봤다.
라이딩은 매우 가볍고 경쾌하며 안정적이다. 라이딩에 대한 평가를 기술적으로 세련되게 표현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독자들에게 미리 양해를 구한다. 다만 내가 경험했던 미니벨로, 하이브리드, MTB, 로드바이크까지 그 어떤 자전거 보다 주행성에서는 나무랄 데 없으며, 소위 말하는 진동감쇠성도 매우 뛰어나다.
일반인들에게는 수수해 보이는 자전거지만 동호인들은 어쌔신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이것저것 묻는 것은 기본이고 시승을 요구하기도 했다. 어쌔신을 타 본 친구는 신기하고 경외에 찬 표정으로 자전거에서 내린다.
시승을 하며 느낀 건데, 어쌔신은 레이스를 즐기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특이한 자전거지만 일반인들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수수하고 눈에 띄지 않는 자전거다. 대중들에게는 어쌔신이 그저 수수한 모습의 스포츠 바이크로 인식되나 보다. 그 때문에 화려한 스포츠 바이크처럼 대중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부담도 덜하고 어디나 타고 다니며 시티라이프를 즐기기에도 좋았다.
그러나 자전거를 좀 안다는 사람들이 어쌔신을 보면 어김없이 내게 말을 걸거나 눈을 떼지 못하는 걸 쉽게 발견한다. 단골 카페에서 스포츠 사이클링을 즐기는 지인을 만났는데 승차감이며 안정성 등을 소상히 묻고 자전거의 부품까지 꼼꼼히 살피더니 시승을 요구하기도 했다. 어쌔신을 타 본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경외에 찬 표정으로 자전거에서 내렸다. 역시 물건은 쓸 줄 아는 사람이 알아보는가 보다.
취재 후에 어쌔신의 쌍둥이 모델 리버티가 있다고 해서 찾아봤는데, 어쌔신 보다 더 눈에 잘 띄고 스타일리시한 자전거를 원한다면 추천 할만하다.
어쌔신의 주행성은 가볍고 경쾌하며 매우 안정적이다. 그리고 승차감 또한 뛰어나다.
■위아위스 www.wiawis.com ☎1661-85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