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사진 : 신용윤
로드바이크의 디스크브레이크 적용은 그간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현재진행형이다. 우려가 되는 단점보다 얻을 수 있는 이득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시중에도 디스크브레이크가 적용된 로드바이크가 늘었고, 올해는 투르 드 프랑스에 허용이 되어 걸출한 성적을 내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라이더들 중엔 “프로레이서들이야 그렇다고 쳐도 소비자 입장에선 가볍고 유지보수가 간편한 림브레이크만으로 충분하다”는 이들이 많다. 구태여 무겁고, 관리도 힘들 것만 같은 디스크브레이크를 쓰라는 것인지 좀처럼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도 같은 생각이라면 이번 기사가 새로운 사고의 바람이 되었으면 한다. 바로 캐논데일 수퍼식스 에보 하이모드 디스크를 통해서 말이다.
발리스텍 카본 프레임
수퍼식스 에보 하이모드 디스크는 캐논데일의 올라운드 레이스바이크 수퍼식스 에보 하이모드의 디스크브레이크 버전이다.
베이스가 되는 수퍼식스 에보 하이모드는 프레임의 균형미와 기술적 효용성 두 가지 측면에 모두 공을 들인 자전거다. 강인한 앞 삼각, 늘씬한 포크와 리어스테이는 올라운드 바이크가 추구하는 건강미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수퍼식스 에보 하이모드 디스크 역시 이러한 외형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헤드튜브는 상단 1.125인치, 하단 1.25인치 헤드셋을 쓰는 테이퍼드 타입이다. 허리가 잘록한 절구형으로 강성과 경량화, 공기흐름까지 고려했다. 다운튜브 또한 평범한 원형 튜브가 아니라 공기역학적으로 유리한 물방울 형태에서 꼬리부분을 잘라낸 형태로 TAP(Truncated Aero Profile)라고 부르는데, 공기역학적인 이점을 유지하면서 강성을 향상시키고, 무게를 절감할 수 있다. 통상적인 캄테일 튜브보다는 꼬리부분을 짧게 끊어내어 크게 태가 나지 않는다. TAP는 포크 블레이드와 시트튜브, 시트스테이 일부에도 적용됐다.
BB셸은 BB30을 쓰는 프레임보다 5㎜가 더 넓다. 결과적으로 크랭크 스핀들을 넓게 잡아 페달링 시 비틀림과 드라이브사이드에 치우치는 구동부하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때문에 BB는 폭이 73㎜인 BB30A를 쓴다.
시트튜브는 BB셸 쪽으로 내려올수록 앞뒤로는 얇고 좌우로는 넓은 삼각형이 된다. 이런 형태를 캐논데일은 델타시트튜브라고 부르는데, 페달링 시 BB측의 비틀림을 줄이면서 앞뒤, 위아래으로는 변형율을 높여 승차감을 향상시킨다.
승차감 향상을 위한 포석은 리어스테이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시트스테이와 체인스테이 모두 접점 양단이 둥글거나 위아래로 도톰하지만 튜브의 가운데는 좌우로 넓고 위아래로 얇은 판형이다. 이 역시 구동부하에 의한 좌우 치우침을 해소하고 주행 중의 수직진동은 감소시키기 위한 형태다.
튜브의 외형만 굵거나 가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카본을 레이업하는 과정에서 카본의 종류와 적층밀도를 요소요소 최적화해, 무게와 강성, 강도의 균형을 잡는데도 노력을 기울였다. 이렇게 레이업을 최적화하는 기술을 캐논데일은 발리스텍 카본 기술이라고 한다.
포크 또한 발리스텍 카본 기술이 쓰였다. 스티어러튜브부터 포크 블레이드까지 카본을 적층해서 단일구조로 성형했으며, 스티어러튜브에 별도의 크라운레이스를 삽입하지 않도록 제작해 무게를 줄였다. 드롭아웃은 100×12㎜ 스루액슬을 사용하는데, 굵은 액슬이 포크 좌우를 꼭 잡아주므로 전면부 강성이 향상된 효과가 있으며, 주행안정성도 높아진다.
디스크브레이크가 바꾸는 라이딩 패턴
수퍼식스 에보 하이모드 디스크가 림브레이크를 쓰는 수퍼식스 에보 하이모드와 다른 점은 외형적으로는 포크와 논드라이브사이드 체인스테이 정도다.
겉으로는 디스크브레이크 캘리퍼의 장착부가 있는 것이 눈에 띄는 것이지만, 그 이면엔 높은 제동력을 견딜 수 있도록 리어스테이와 포크를 강화하는 작업이 추가됐다. 이 때문에 프레임에서 52g(56사이즈 발표치), 포크는 80g 무게가 늘었다.
물론 무게 증가는 프레임셋에만 그치는 건 아니다. 브레이크 세트 역시 림브레이크보다 무게가 더 나가고, 이 때문에 회의적인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것 또한 사실이다.
림브레이크와 디스크브레이크의 가장 큰 차이는 제동력 그 자체가 아니라 제동의 변화를 쉽게 컨트롤 할 수 있는 능력이다. 디스크브레이크는 림브레이크에 비해 더 작은 힘을 들여 제동의 단계를 더욱 세밀하게 나누어 제어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무거운 브레이크를 쓰기 위해 무거운 프레임을 만드는 수고로움을 엔지니어들은 왜 하는 걸까? 식상한 말로 들릴 수 있지만 바로 안정적인 제동력 때문이다.
보편적으로 디스크브레이크의 제동력이 림브레이크에 비해 높다는 것만을 들어 ‘과도한 제동력’이라고 말하고 높은 제동력이 오히려 낙차를 부른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과도한 제동력은 비단 디스크브레이크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림브레이크에서도 얼마든지 과도한 제동력을 발생시킬 수 있다. 레버를 갑작스럽게 있는 힘껏 ‘콱’ 쥐면 바퀴가 구르지 않고 미끄러지는데, 이런 경험을 라이더들은 왕왕 겪어 보았을 것이다.
어떤 브레이크라도 이런 식으로 컨트롤하면 바퀴는 잠긴다. 게다가 갑작스러운 제동이 필요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구분해 조작하는 것이 브레이킹 컨트롤의 기본이고, 풀브레이킹 또한 필요한 상황이 있음을 상기하면 무척 단편적인 주장인 것이다.
림브레이크와 디스크브레이크의 차이는 바퀴에 걸리는 마찰력의 크고 작음이 아니고, 바퀴가 구르지 않을 때까지의 제동력 변화다. 제동력은 멈추기 위해 들이는 힘(에너지) 대비 바퀴가 구르는 정도(거리)로 나타낼 수 있다. 림브레이크는 레버를 쥐어 브레이크 패드가 림에 닿은 순간의 초반 제동력이 미미하다. 즉, 변화가 거의 없다는 것. 실질적인 제동은 중반부터 이루어지는데 레버를 잡는 힘도 함께 커지고, 강한 제동을 할 때는 레버를 쥐는 악력도 그만큼 세져야한다.
하지만 유압을 사용하는 디스크브레이크는 초반부터 작은 힘으로 실질적인 제동력을 발휘할 수 있고, 풀브레이크까지도 큰 악력이 필요 없다. 제동을 시작하는 초반부터 꾸준한 마찰력이 작용하고, 레버에 들이는 힘을 가중시키지 않아도 된다.
라이더들은 다음과 같은 상황을 종종 경험했을 것이다. 림브레이크를 쓰는 자전거로 미시령을 다운힐 한다. 페달을 구르지 않아도 빠른 가속이 일어나고, 코너링이 잦아 지속적인 제동 컨트롤이 필요했다. 속초 시내에 도착했더니 손이 얼얼하다.
림브레이크로 일관된 제동력을 발휘하는데 힘이 들었던 일례다. 좀 더 힘든 상황을 가장해서 위 사례에 카본 휠과 비가 오는 날씨를 추가해보자.
이런 경우 림브레이크를 쓴다면 가장 현명한 선택은 차량에 자전거를 실고 라이딩을 포기하는 것이다. 알루미늄 휠셋이라면 브레이크 패드와 브레이크 트랙을 대폭 마모시키며, 어떻게든 극복할 수 있겠지만 카본 휠은 제동력을 상실하는 경우가 많다.
유압 디스크브레이크라면 위의 사례에서도 제동력에선 아무런 문제가 없다. 굼뱅이 다운힐을 할 정도로 브레이크 레버를 잡고 있어도 힘껏 악력을 발휘하지 않아도 되고, 따라서 여유 있게 주행상태를 유지하는데 집중할 수 있다. 또한 패드와의 마찰로 림을 마모시키지 않으며, 카본 림의 열변형 문제에서도 자유롭다.
뿐만 아니라 휠셋을 개발하는 입장에서는 브레이크 트랙을 고려하지 않고 림의 내구성과 공기역학성능 같은 주행효율을 높이는 부분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지오메트리와 부품구성
수퍼식스 에보 하이모드 디스크의 지오메트리는 베이스 모델인 수퍼식스 에보 하이모드와 동일하다. 이 지오메트리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무척 ‘안정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자전거를 벽에 기대어 두고 바라보면 조형미가 느껴질 만큼 균형감 있고 편안해 보이는데, 지오메트리에서도 이런 점이 그대로 나타난다.
수퍼식스 에보 하이모드 디스크는 소위 말하는 수평 탑튜브(※실제 슬로핑은 3도) 로드바이크 중에서도 스탠드오버(지면에서 탑튜브 중앙까지의 높이)가 높은 편이다. 슬로핑이 유독 심한 모델들을 제외하고 같은 사이즈의 올라운드 로드바이크 스탠드오버 평균(5개 모델, 54사이즈 기준)을 내보았는데 26.5㎜나 높고, 가장 근소한 차이가 나는 자전거보다도 10㎜ 더 높다.
BB중심에서 헤드튜브 상단까지 수직거리인 스택 또한 평균(10개사 54사이즈 올라운드)이상이기 때문에 탑튜브 전체 높이가 높아졌고, BB드롭 또한 깊은 편이어서 앞 삼각을 이루는 내각이 커졌기 때문에 시각적으로도 한층 편안해 보인다.
이런 형태적 특징은 실제 주행에도 영향을 미친다. 탑튜브와 라이더와의 상체가 가까워 보여 구태여 핸들바의 드롭을 잡지 않아도 라이딩 자세가 껑충해 보이지 않는다. 반면 BB드롭은 낮기 때문에 무게중심 역시 낮아 주행안정성이 높다. 이밖에 리치, 포크레이크, 트레일, 휠베이스, 체인스테이 길이까지 올라운드 바이크의 전형이라고 할 정도로 기민함과 직진성, 반응성과 변속성까지 욕심껏 챙겼다.
아울러 앞서 설명한 발리스텍 프레임의 특징들이 결합해 상당히 정숙하고 안정감 있는 라이딩을 만든다.
수퍼식스 에보 하이모드 디스크는 부품에 따라 시마노 울테그라와 울테그라 Di2가 있으며, 프레임 색상은 팀 레플리카와 무채색 계열인 CAS(화이트/블랙)이 있는데, 국내에는 Di2 모델이 출시되지 않았다.
크랭크셋은 캐논데일 할로우그램 Si, 52/36T, 스프라켓은 11-28T이다. 앞뒤 변속기는 시마노 울테그라 6800이다. 컨트롤레버는 유압 디스크브레이크용인 시마노 RS-685, 브레이크캘리퍼는 BR-805를 장착했다. 시트포스트는 구경 25.4㎜인 캐논데일 세이브 카본이고 안장은 마그네슘 레일을 쓰는 피직 아리오네 R5, 휠셋은 마빅 악시움 디스크, 타이어는 마빅 익시온 엘리트 25C를 쓴다. 완성차 무게는 7.68㎏(52사이즈 실측치)이다.
캐논데일의 수입공급사인 산바다스포츠는 8월 들어 섬머세일을 실시하고 있다. 수퍼식스 에보 하이모드 디스크의 정가는 500만원. 섬머세일 동안엔 20% 할인된 금액인 400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시승 : 류정현
난 로드바이크를 탄지 4년 된 동호인이다. 레이스를 즐길 정도로 높은 수준의 사이클링 실력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하루라도 자전거를 타지 않으면 좀이 쑤셔서 퇴근하면 매일같이 한강과 남산·북악을 라이딩해야 하고, 주말엔 친구들과 어울려 장거리 라이딩이나 대회에 참가한다.
이런 내게 캐논데일 수퍼식스 에보 하이모드 디스크의 시승, 아니 그저 시승 모델을 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롭고 신나는 일이었다.
시승제의를 받았을 때, 원하는 곳으로 라이딩을 가도 된다고 해서 중미산 고개로 방향을 잡았다. 취재일, 한껏 찌푸린 하늘때문에 불안했는데 시승자전거를 보니 또 다른 걱정이 앞선다. 시승자전거에 디스크브레이크가 달린 것이다. 분명히 시승 모델을 ‘캐논데일 수퍼식스 에보 하이모드 디스크’라고 들었음에도 그동안 아무런 인식이 없었던 거다. 그제야 섭외 연락이 왔을 때, 디스크브레이크에 대한 경험을 물어 본 것이 떠올랐다.
내게는 너무나 막연한 디스크브레이크
난 과거 친구들의 권유로 로드바이크를 탔고, 지금껏 다른 스포츠 자전거를 접한 경험이 없다. 분명히 사전 취재에서도 디스크브레이크 경험이 없다고 했는데······. 취재기자 왈, “경험이 없어야 선입견 없다”면서 내가 적임자란다.
선배 동호인이나 친구들과 로드 디스크브레이크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들었던 말이, “브레이크 레버 한번 잘 못 잡으면 날아간다”, “작년 해외대회에서 디스크브레이크를 썼는데, 낙차해서 선수들이 많이 다쳤다”, “디스크브레이크는 산악자전거라면 몰라도 로드에는 필요 없는 것” 등등이다.
이동 중에 기어이 비가 내린다. 그와 중에 기자는 이상한 질문을 한다.
“비오는 날 로드바이크 타보셨어요?”
“······”
“내리막 내려갈 때 어때요?”
이때까지만 해도 ‘이 무슨 괴팍한 질문인가’했다. 자전거 동호인이 비오는 날을 싫어하고, 내리막에서 브레이크 잘 안 듣는 걸 모르는 게 아닐 텐데 말이다. 말이 난 김에 나도 친구들과 나눴던 디스크브레이크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는데, 이제 금방 라이딩을 하면 알 수 있으니, 미리부터 염려 말란다.
중미산 삼거리에서 선어치 쪽으로 넘어가는 고개 들머리에서 라이딩을 시작했다. 라이딩 전 기자의 설명에 따라 브레이크의 감을 익혀 보았다. 저속에서 브레이크가 잠길 때까지 레버에 들어가는 힘도 알아보고, 스프린트했다가 강한 제동을 하며 밀려오는 관성도 느껴봤다. 짧게 오르막과 내리막을 오르내리면서 브레이크의 감을 익힌 후 본격적이 라이딩을 했다.
조금 멋쩍은 이야기지만, 그저 감만 익혔을 뿐인데도 지금까지 디스크브레이크에 대해 왜 염려했던 것인지 잘 모르겠다. 듣던 것처럼 레버가 엄청 예민해서 제동력이 한순간에 사정없이 걸리는 것도 아니었고, 당연히 넘어지지도 않았다.
탄탄하고 믿음직하다
평소 타는 내 자전거는 6㎏ 초반의 올라운드바이크다. 욕심껏 업그레이드해서 꽤 경량화된 자전거를 타고 있다. 그러다보니 수퍼식스 에보 하이모드 디스크는 다소 묵직한 느낌이다. 그럼에도 페달링에 대한 반응이 빠르고, 프레임이 능청거리거나 힘이 빠지는 느낌은 없다. 특히 댄싱을 해보면 전륜 쪽이 탄탄하고 안정감이 높은 편이다.
브레이크 감을 잡았다고 해도, 막상 다운힐을 하려니 조심스러웠다. 노면이 많이 젖은 데다 브레이크에 힘이 많이 들어가면 타이어가 미끄러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런데 막상 다운힐을 해보니 생각 외로 편안하고 차분했다. 이 정도 비에 카본 휠과 림브레이크였다면 쭉 미끄러지는 느낌이 있었을 텐데, 제동력이 떨어지거나 패드가 미끄러지는 느낌이 없다. 제동에 큰 힘이 들지 않기 때문에 긴 다운힐을 하고나서도 손이 욱신거리거나 얼얼한 일이 없을 것이다.
업힐할 때 댄싱에서 앞쪽이 탄탄한 느낌이라고 했는데, 이런 느낌은 다운힐에서 더 확실해졌다. 내 자전거의 경우엔 과격한 댄싱을 하거나 강한 브레이킹을 하면 전면부가 후들거리는 기분인데, 수퍼식스 에보 하이모드 디스크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무척 단단한 느낌이다. 기자에게 시승평을 하던 중에 이 점을 이야기 했더니 향상된 제동력에 따라 포크가 강화됐고 스루액슬을 사용하다보니 포크의 좌우를 잡는 힘도 커졌다는 설명이다.
다운힐 중엔 젖은 노면 때문에 타이어의 접지력을 잃지 않는데도 크게 신경 썼는데, 악시움 휠셋에 장착된 25C 타이어도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최근 넓은 타이어가 보급되는 추세지만, 타이어 클리어런스와 기존에 사용하던 휠셋 때문에 난 여전히 23C 타이어를 쓴다.
이번 시승자전거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휠셋이다. 앞뒤 세트로 2㎏이 넘는 휠이다 보니 무게 증가에 한 몫 단단히 했을 터. 카본 휠셋으로만 바꾸어도 500g이상 무게가 줄고 주행질감도 더 풍부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디스크브레이크에 대해 덧붙이자면 난 여전히 로드바이크에 디스크브레이크가 달린 것을 보면 어색하다. 뭔가 무게감이 느껴지고, 내 머릿속 로드바이크의 이미지와 다르게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시승을 마치고, 앞서 지인들과 이야기 나눴던 일련의 불안이 싹 걷혔다. 내가 경험한 디스크브레이크는 그것을 조작하는 라이더를 간과할 만큼 무식한 제동력을 발휘하지 않았다. 단지 작은 힘으로 레버를 조작할 수 있었고, 비가 오는 날씨에도 제동이 확실해서 안전성이 높았다.
낙차와 2차 부상에 대한 논란에 대해선······. 글쎄, 직접 경험을 하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게 왜 디스크브레이크 때문인지 오히려 의문이다. 우리는 자전거를 타면서 체인링에 비일비재하게 찍히고, 페달에 긁히면서, 낙차 했을 때 이런 것에 2차 부상을 당할 위험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다. 에어로 휠셋을 장만했을 때는 블레이드 스포크에 손가락이 잘릴 것을 염려하지 않고 기뻐서 빨리 장착하고 싶어 했다. 기존에 있던 이런 위험을 다 무시하고 디스크브레이크만 더 위험하다는 것인지······.
시승을 마칠 때까지 비가 그치지 않았다. 내심 비가 그치면 자전거를 타고 복귀할까도 생각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는 날이었다. 그래도 비가 오지 않았으면 수퍼식스 에보 하이모드 디스크, 특히 디스크브레이크에 대해 이렇게 확실한 경험을 할 수 없었을 테니 이만하면 만족스러운 라이딩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다음 자전거를 구입할 때쯤엔 디스크브레이크를 어색하게 보는 내 눈도 바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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