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논데일 시스템식스 & 슈퍼식스 에보

테스트라이드캐논데일 시스템식스 & 슈퍼식스 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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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사진 한동옥

캐논데일은 오랜 기간 프로 투어 무대에서 경량 로드바이크인 슈퍼식스 에보 한 모델로 타임트라이얼을 제외한 모든 스테이지를 소화해 왔다. 경쟁 자전거 업체들이 하나 둘 평지와 스프린트에 특화된 이른바 에어로 로드바이크를 투입하고 산악 스테이지에서는 경량 자전거를 통해서 앞서가려 하자, 3년 넘게 개발해 온 ‘빠른 자전거’의 투입을 결정한다. 2018년 투르 드 프랑스를 앞둔 여름, 캐논데일이 그동안 선보였던 그 어느 자전거와도 다른 레이스용 로드바이크가 공개됐다. 바로 시스템식스다.

속도를 위한 모든 것, 시스템식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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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논데일의 첫 에어로 로드바이크인 시스템식스. 캐논데일의 엔지니어들은 시스템식스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로드바이크라고 자신한다.

시스템식스의 개발 목표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레이스 로드바이크다. 특정 조건에서만 빠른 자전거가 아니라 평지와 힐클라임 그리고 다운힐 모든 곳에서 빠른 자전거로 완성시키기 위해서, 자전거 제조사가 만들 수 있는 모든 부품을 새로 만들었다. 프레임과 하나를 이루는 포크는 당연하고, 시트포스트와 스템 그리고 핸들바, 마지막으로 휠까지 하나의 시스템을 이루도록 설계했다. 속도를 위한 여섯 가지 부품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모았다는데서, 시스템식스(Systemsix)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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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튜브와 다운튜브와 만나는 곳에 설치된 차인(chine). 헤드튜브 정면을 지난 공기와 포크의 뒷면을 따라 올라오는 공기가 섞여 저항을 일으키지 않게 하는 목적이다. 포크에서 올라온 공기가 차인을 따라서 프레임 뒤로 향하게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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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튜브가 에어포일 타입이다. 시트튜브와 시트스테이는 라이더의 페달링이 공기흐름에 영향을 주는 것까지 고려해서 형태를 다듬었다.

캐논데일 엔지니어들은 시스템식스의 개발에 앞서, 자전거가 속도를 내는데 있어서 저항으로 작용하는 요소들을 찾아내 저항의 정도를 계산해냈다. 계산된 저항은 타이어가 노면에 접해 생기는 구름저항, 구동계에서의 손실, 휠베어링에서의 손실, 오르막, 가속상황 그리고 공기저항이었다. 이 중 가장 큰 요소로 작용하는 공기저항을 어떻게 줄일지가 엔지니어들의 과제가 되었고, 3년 넘는 기간 동안 프레임을 포함해 시스템화한 부품들을 설계하고 풍동실험을 통해 결과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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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식스는 ‘속도’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한 자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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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식스 카본 듀라에이스에는 캐논데일이 개발한 시스템바 대신 비전 트라이맥스 스템과 메트론 4D 플랫 카본 핸들바가 쓰였다.

자전거를 달릴 때 라이더가 사용하는 힘의 상당 부분은 공기와 싸우는데 사용된다. 시속 15㎞/h가 되었을 때 공기저항이 총 저항의 50%를 차지하고, 속도가 올라갈수록 급격하게 상승한다. 평지에서는 에어로 로드바이크가 빠르고, 언덕에서는 가벼운 자전거가 유리한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인데, 어느 정도의 경사에서 그 차이가 나타날까? 캐논데일의 엔지니어들은 윈드터널과 실제 도로에서의 테스트를 통해서 시스템식스가 가진 공기역학적인 이점과 슈퍼식스 에보의 가벼움이라는 서로의 장점이 교차되는 지점의 경사도가 6%임을 알아냈다. 경사도 6%까지는 시스템식스가 가진 강력한 공기역학성능이 슈퍼식스 에보에 비해 1㎏ 더 무거운 것보다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것. 6%부터는 본격적인 경량 로드바이크의 무대가 되고, 10%가 넘는 경사면에서는 공기저항이 무의미해지고 라이더 체중과 자전거의 무게를 위로 끌어올리는데 대부분의 힘을 사용하게 된다. 테스트에 따르면 평지(경사도 0%)에서는 시스템식스가 슈퍼식스 에보보다 3㎞/h 빨랐고, 경사도가 10%가 되면 반대로 슈퍼식스 에보가 3㎞/h 빠르게 나타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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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우그램 노트 64 휠셋. 시스템식스에 최적화된 휠셋이어서, 엔트리 모델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스템식스에 기본으로 장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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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160㎜, 뒤 140㎜ 디스크 로터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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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식스는 다운힐에서도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 뛰어난 공기역학성능 덕분에 안정감이 높고, 적은 힘을 쓰면서도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시스템식스의 성능을 한번에 확인할 수 있는 곳은 내리막이다. 공기역학성능이 뛰어나서 안정감이 좋을 뿐만 아니라 적은 힘을 쓰면서도 높은 속도를 유지할 수 있다. 레이스라면 내리막을 다른 선수와 같은 속도로 달리는 동안 힘을 덜 쓰며 회복을 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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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튜브에는 물통 케이지 고정용 볼트가 3개 달려있다. 필요시 물통을 더 낮은 위치에 달아서 공기저항을 줄일 수 있도록 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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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식스 카본 듀라에이스. 테스트에 사용된 2019년형 시스템식스 카본 듀라에이스. 시마노 기계식 듀라에이스 그룹셋과 캐논데일 할로구그램 노트 64 휠셋을 사용했다. 가격은 770만원.

가벼운 몸에 공기역학성능 입힌, 슈퍼식스 에보

시스템식스가 등장하고 일 년이 지난 2019년 6월, 캐논데일은 3세대 슈퍼식스 에보를 공개했다. 기존 2세대 에보와는 너무나도 다른 급진적인 외관에 일부 팬들은 거부감을 나타내기도 했는데, 캐논데일 엔지니어들은 3세대 슈퍼식스 에보가 이전 모델에 비해 모든 면에서 성능이 향상되었으며 외관은 속도를 추구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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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역학성능을 강화한 경량 로드바이크, 3세대 슈퍼식스 에보.

시스템식스처럼 슈퍼식스 에보도 프레임과 포크, 휠셋, 핸들바, 스템 그리고 시트포스트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보고 개발하는 과정을 거쳤다. 튜브의 모양은 에어포일 형태로 변경되었고, 시트스테이는 아래로 내려서 공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했다. 튜브의 형태 변경으로 공기역학성능이 크게 향상되었을 뿐만 아니라, 비틀림 강성도 20%나 향상되었다. 시스템식스의 개발과정에서 얻은 데이터를 적극 반영한 덕분에 슈퍼식스 에보는 프로 팰러톤에서 사용하는 경량 로드바이크 중 가장 높은 수준의 공기역학성능을 지니게 되었는데, 시속 48㎞/h 주행 시 슈퍼식스 에보 2세대에 비해서 무려 30와트를 아낄 수 있다. 이는 타사의 에어로 로드바이크와도 견줄 수 있을 정도의 성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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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식스 에보는 경쾌하게 움직인다. 공기역학적인 디자인을 채택하고, 디스크 브레이크를 써서 전체적인 무게는 2세대 에보보다 조금 증가했지만 빠른 반응과 날카로운 조향감각은 여전하다.

전동 변속 구동계를 쓰면 외부로 일체의 케이블이 드러나지 않아 공기역학성능이 극대화되는데, 시마노 Di2 케이블은 브레이크용 유압 호스와 함께 헤드튜브 앞의 공간에 수납된다. 기계식 변속기를 사용하면 핸들바에 나온 변속 케이블이 다운튜브의 상단에서 프레임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케이블 노출로 인해서 48㎞/h로 달릴 때 1와트의 힘을 더 쓰게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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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논데일은 일체형 콕핏과 비슷한 공기역학성능을 가지면서도 분리가 되는 시스템바를 개발해서 시스템식스에 적용했다. 슈퍼식스 에보에도 적용한 버전은 공기역학적인 면에서 약간의 타협을 하는대신 승차감 개선기술인 세이브(SAVE)를 적용해서 진동을 잘 거를 수 있게 했다. 시스템바는 알루미늄 스템 위에 카본 핸들바에 얹는 구조여서 스템과 핸들바의 길이와 폭을 선택해 조합할 수 있고, 핸들바 상단에 전용 사이클링 컴퓨터 마운트를 고정할 수 있다. 사진은 슈퍼식스 에보에 적용된 할로우그램 시스템바 세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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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 27 시트포스트. 승차감 향상을 위해서 뒷부분에 홈을 만들었다. 기술적으로는 홈을 더 깊게 파서 승차감을 향상시킬 수 있지만, UCI의 규정에 맞추는 선에서 타협했다고.

슈퍼식스 에보는 과거 2세대가 가졌던 특징을 더욱 발전시켜야 했다. 2세대 에보가 가진 고유의 라이딩을 느낌을 유지하고 개선해야 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날카로운 핸들링 성능이다. 여기에 새로운 카본 적층법과 시트스테이 위치의 변경, 유연한 시트포스트를 적용해서 승차감을 한층 향상시켰다. 승차감은 레이스 자전거에서도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피로 누적이 적을수록 더 빨리 달리 수 있고 다음날의 컨디션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시스템식스가 할로우그램 노트 64와 한 세트인 것처럼 슈퍼식스 에보에도 최적의 조합이 있다. 바로 할로우그램 노트 45 SL이다. 슈퍼식스 에보가 시스템식스보다 속도와 경사도 변화가 잦은 곳에서 사용될 것인만큼 더 가볍고 반응성이 좋은 노트 45를 기존으로 개발한 것. 시승한 슈퍼식스 에보 디스크 포스 이탭에는 노트 45보다 림 높이가 낮은 할로우그램 35 카본 휠셋이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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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논데일 할로우그램 35 카본 휠셋. 튜브리스 레디 타입이며, 비토리아 루비노 프로 25c 타이어가 장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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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한 모델은 스램 포스 무선 구동계를 써서 일체의 케이블이 외부로 노출되지 않는다. 스티어러튜브가 관통하는 헤드튜브의 앞쪽에 시마노 Di 케이블과 유압 호스 수납을 위한 공간을 마련했다. 기계식 변속기를 사용하는 경우에만 변속 케이블이 노출되는데, 다운튜브 위쪽에서 프레임 안으로 들어간다. 사진에 보이는 포크의 크라운 뒷부분은 다운튜브와 부드럽게 연결시키기 위한 공기역학적인 커버다. 변속케이블과 유압 호스 수납 구조 때문에 핸들바의 좌우 움직임은 50도로 제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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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식스 에보는 경사가 심할수록 제실력을 발휘한다.

시스템식스와 슈퍼식스 에보의 프레임 무게 차이는 약 200g이다. 물통 케이지 볼트 같은 스몰파츠를 모두 붙이고 유광에 비해 가벼운 무광 페인트가 칠해진 상태의 슈퍼식스 에보(하이 모드 카본 프레임 54 사이즈 기준)는 847g이고, 같은 조건의 시스템식스는 1057g 정도다. 포크를 더하면 무게 차이는 조금 더 벌어진다. 시스템식스에 더 높은 림이 사용되기 때문에 부품 구성이 같다면, 시스템식스가 슈퍼식스 에보보다 무거운 것은 당연하다.

시스템식스와 슈퍼식스 에보는 상위 등급인 하이 모드 카본 프레임 외에 일반 카본 프레임 두 등급으로 판매되는데, 강성의 차이는 없다. 사용된 카본의 등급과 레이업 방법에 따른 무게만 차이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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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식스 에보의 할로우그램 휠셋에는 캐논데일이 가민과 협업으로 만든 휠센서가 부착된다. 메모리 기능이 있어서 900시간 동안의 라이딩 거리, 시간, 속도, 페이스 등을 저장한다. 안드로이드/iOS용 캐논데일앱과 연동해 사용할 수 있으며 앱을 사용하면 각 부품의 사용시간과 거리를 통해 메인터넌스 또는 교체 주기를 파악할 수 있다. 캐논데일 휠센서는 ANT+ 또는 블루투스 LE로 스마트폰과 통신하며, 가민이나 와후 같은 사이클링 컴퓨터와도 호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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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식스 에보 디스크 포스 이탭. 발리스텍 카본 프레임에 스램 포스 이탭 AXS 무선 전동 구동계가 장착됐다. 휠셋은 캐논데일 할로우그램 35. 소비자가격은 67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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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캐논데일 시스템식스와 신형 슈퍼식스 에보를 가장 많이 탄 사람이 누굴까? 나라고 단정할 순 없겠지만, 적지 않은 거리를 달렸다. 먼저 시스템식스를 매달 2000㎞ 이상씩 6개월을 탔고, 슈퍼식스 에보와 만나 같이 지낸지 6개월이 지났다. 두 대를 합친 주행거리는 최소 2만5000㎞. 많이 다르면서도 비슷한 두 자전거를 평가할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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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식스와 슈퍼식스 에보를 각각 12000㎞ 이상씩 탔다.

둘 중 1년 빨리 데뷔한 시스템식스와 먼저 만났다. 슈퍼식스 에보 2세대를 타고 레이스에 출전해 왔던 내겐 ‘굳이 이 정도의 자전거가 필요할까?’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프로 펠러톤 자전거 중 가장 가벼운 무게를 가진 올라운드 자전거이면서 스프린트 경쟁에서 승리하고, 내리막을 거침없이 공략하던 2세대 에보와는 너무도 다른 접근 방법으로 만들어진 외관이었기 때문이다. 에어로 바이크와 올라운드 자전거를 구분해서 만드는 트랜드를 캐논데일이 마지 못해 따라가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어떤 성능으로 나 같이 의심 많은 라이더들의 입을 다물게 할 것인가. 진지하게 타보는 수밖에 없다. 전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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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식스는 경사도가 심하지만 않다면 언덕에서도 상당한 속도를 유지할 수 있다.

첫 발을 밟는 순간 머리 속의 의심이 사라졌다. 경쾌하다. 페달링의 반응 속도가 대단하다.  묵직해 보이는 외관이지만 자전거를 들어보면 그리 무겁지도 않다. 신기한 녀석인데?

평지에서 그리고 언덕에서 좌우로 자전거를 흔들며 가속을 해본다. 에어로 로드바이크 중 이렇게 댄싱이 잘 되는 자전거는 본 적이 없다. 보통 공기역학성능을 높이기 위해서 만든 다운튜브는 마치 날개와 같아서 위에서 보면 납작하고 옆에서 봤을 땐 뒤로 길게 뻗어있다. 댄싱을 하면 마치 부채를 흔드는 것처럼 다운튜브에서 저항이 느껴지는데, 시스템식스는 다리가 견뎌주는 한 끊임 없이 댄싱을 이어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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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식스는 에어로 로드바이크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댄싱이 쉽고 길게 유지된다.

현역 시절 슈퍼식스 에보 2세대를 오래 탔다. 선수 생활을 하며 여러 브랜드의 자전거에 올랐는데, 그 중 슈퍼식스 에보와 지낸 시간이 가장 길었고 함께 좋은 결과도 많이 만들어냈다. 새로운 슈퍼식스 에보를 처음 만난 순간, ‘내가 선수 시절에 타전 캐논데일이 만든 자전거가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질적인 느낌이었다. 프레임의 형상, 도색 그리고 무게까지…. 내가 알던 슈퍼식스 에보가 아니었다. 첫 주행 느낌은 레이스에 필요한 요소보다는 일반 로드 라이더에게 더 중요한 요소들이 먼저 다가왔다. 편안한 승차감, 안정감 그리고 부드러운 주행 느낌 같은 것들 말이다. 그리고 잠깐의 시간이 필요했다. 어색했던 신형 에보와 산길을 오르내리며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고, 처음에는 보지 못했던 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디스크 브레이크의 채택과 공기역학성능을 끌어올리면서 늘어난 약간의 체중을 상쇄하는 민첩한 움직임을 보였고, 시스템식스의 개발과정에서 얻은 데이터를 주입한 공기역학적인 프레임 형태는 기존의 에보보다 더 높은 속도를 유지할 수 있게 해줬다. 스램 12단 카세트는 아우터 체인링을 사용하는 시간을 늘려주었다. 평지 뿐만 아니라 언덕에서도 48T 체인링에 체인이 걸리는 일이 많았고, 그만큼 공격적인 주행을 이어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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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식스와 마찬가지로 슈퍼식스 에보의 다운힐 실력도 상당하다. 승차감과 제동력이 좋고, 안정감이 높아서 빠르게 코너에 뛰어들 수 있다.

시스템식스에서 처음 느낀 후 슈퍼식스에서도 경험한 놀라운 부분이 있다. 바로 다운힐 성능이다. 선수 시절 내리막에서 몇 번의 큰 낙차를 겪은 후로, 다운힐에 대해서는 불안감을 가지게 되었다. 시스템식스와 슈퍼식스 에보가 다운힐에서 빠른 이유는 몇 가지 들 수 있다. 일단 디스크 브레이크의 제동력을 믿을 수 있고, 공기역학성능이 뛰어나서 고속에서도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노면의 진동까지 잘 걸러내어 승차감까지 좋기 때문에 코너를 진입할 때까지 빠른 속도로 달려가 강하게 제동한 후 안정감을 유지하면서 코너를 돌아나갈 수 있다. 그래서 은퇴 후에 현역 시절보다 더 빠른 속도로 다운힐을 하곤 한다. 과속방지턱을 넘는 과정도 세련돼서, 공중에 떴던 타이어가 곧바로 안정적으로 땅에 밀착된다. 두 대 모두 다운힐 성능이 뛰어나지만 시스템식스를 탈 때 더 빠르게 달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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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코너를 만나도 안정적으로 제어하면서 빠른 속도를 유지할 수 있다.

평소 라이딩을 할 때 거친 길을 피하지 않고 달리는 편이다. 대부분의 라이더가 피해가는 팟홀을 일부러 지나보기도 한다. 온 몸이 떨릴 정도의 거친 길도 속도를 유지한 채 지나가보는데, 시스템식스와 신형 슈퍼식스 에보는 2세대 슈퍼식스 에보보다 적은 충격량과 진동을 몸에 전달한다. 신경 쓰지 않아도 바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차이가 확연하다. 이 정도의 승차감 차이라면 일주일 이상의 스테이지 경기에서는 후반에 힘을 제대로 쓸 수 있겠다는 느낌이다. 투어 경기는 스테이지가 지날수록 허리와 어깨 등에 쌓이는 피로가 심해지는데, 누적된 피로를 누가 더 먼저 회복하느냐의 싸움이 된다. 여기서 자전거의 역할이 크다. 제조사들이 레이스용 자전거에 좋은 승차감을 부여하는 이유다. 피로 누적을 걱정할 것 없는 짧은 코스에서도 시스템식스와 슈퍼식스 에보의 실력은 상당하다. 페달 입력에 대한 반응이 좋고, 핸들바에 힘을 실었을 때의 피드백 또한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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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식스 에보의 업힐 능력은 대단하다. 안장에서 일어나 페달에 체중을 실으면 즉각적으로 자전거를 앞으로 밀어낸다.

업힐 능력은 경사도에 따라서 시스템식스와 슈퍼식스가 차이점을 보인다. 캐논데일의 엔지니어들은 6%의 업힐까지는 공기저항이 적은 시스템식스가 더 빠르고, 그 이후부터 슈퍼식스 에보의 영역이라고 이야기한다. 실제 느낌도 비슷하다. 부산 황령산은 가파른 것으로 유명한데, 이런 곳에서는 시스템식스보다 슈퍼식스가 나은 모습을 보인다. 반대로 체인을 아우터에 걸고 탄력을 받아 오를 수 있는 곳에서는 시스템식스가 더 빨랐다. 라이딩 내내 언덕만 오르는 것이 아니라면 시스템식스가 적격일 것이다. 그래서 MCT에 출전할 정도의 실력이거나 페달을 힘 있게 밟는 라이더라면 시스템식스를 추천하고, 몸이 가벼우면서 언덕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슈퍼식스 에보를 권한다. 같은 질문을 내게 한다면? 대답은 시스템식스다. 이 자전거 정말 진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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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캐논데일 선임연구원, 조나단 쇼틀러

■ ㈜산바다스포츠  www.sanbadasports.co.kr  ☎(02)555-5199

[바이크왓 한동옥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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