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스톤은 캐논데일의 그래블 자전거 라인업으로 다양한 세부 모델을 자랑한다. 알루미늄 프레임을 사용한 보급형 제품부터 카본 프레임에 캐논데일 고유의 레프티 서스펜션 포크를 단 모델도 있으며, 주행 성격을 차별화하기 위해서 휠 사이즈와 체인링의 수를 다르게 사용하는 방법도 병행했다. 탑스톤 카본 5는 ‘킹핀’이라는 리어쇽 없는 뒤 서스펜션 시스템에 리지드 카본 포크를 쓴 모델로, 시마노 GRX 2×11 구동계와 700c 휠셋을 사용한다.
캐논데일은 그동안 다양한 방법으로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로드바이크를 만들어 왔다. 가까운 몇 년을 되돌아 보면, 인듀어런스 자전거인 시냅스에 와이드 림과 30c 타이어를 써서 그래블 자전거만큼은 아니지만 비포장도로를 일부 달릴 수 있게끔 만든 시냅스 SE가 있고, 650b 휠셋에 42c 타이어 그리고 트래블을 30㎜로 제한한 로드바이크용 서스펜션 포크인 레프티 올리브를 장착한 슬레이트가 대표적이다. 캐논데일은 이들을 포장도로와 비포장도로를 가리지 않고 모든 도로를 달릴 수 있는 ‘뉴로드’로 구분하면서 라이딩의 순수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자전거라고 소개했다.
경량 레이스용 로드바이크인 슈퍼식스 에보의 오프로드 버전도 있다. 바로 그래블 자전거인 슈퍼식스 에보 SE와 사이클로크로스용 자전거인 슈퍼식스 에보 CX다. 두 모델은 로드 버전 슈퍼식스 에보의 프레임 구조를 따르지만, 오프로드 주행에 맞게끔 지오메트리와 타이어 클리어런스가 조정된 카본 프레임과 포크를 공유하며, 휠셋과 구동계 부품을 다르게 사용해서 용도를 나눴다. CX는 UCI의 규정에 따라서 사이클로크로스 자전거에 장착할 수 있는 최대치인 33c 타이어에 싱글 체인링으로 세팅했고, 그래블 레이스를 고려한 SE는 2단 체인링에 40c를 달았다.
슈퍼식스 에보 SE는 한 가지 스펙의 단일 모델로 판매 중이며, 공기역학성능과 가벼운 프레임 무게를 갖춰서 그래블을 ‘빠르게’ 달려내는 임무를 맡고 있다. 그에 비해 탑스톤은 보다 거친 길을 달리는 모험적인 성격이 강한 그래블 자전거다. 슬레이트를 통해서 유용성을 확인한 레프티 올리버 포크의 구조를 더블 크라운에서 싱글 크라운으로 변경해서 무게를 크게 줄인 레프티 카본 올리버 그래블 포크를 일부 모델에 채용해서 산악자전거의 영역이라고 여기던 험한 길에도 도전할 수 있게 했고, 카본 프레임을 쓴 모든 모델에 리어쇽 없이 10㎜의 리어휠 트래블을 만들어내는 킹핀 서스펜션 시스템을 적용해서 라이더의 피로를 줄여주는 동시에 비포장도로에서 뒷바퀴를 노면에 잘 밀착시키도록 했다.
탑스톤 카본의 킹핀 리어 서스펜션 시스템은 리어쇽과 링크가 없기 때문에 서스펜션을 프레임에 추가하면서도 무게 증가를 최소화할 수 있었고, 복잡한 구조물이 없기 때문에 주기적인 정비가 필요없다는 장점이 있다. 킹핀 리어 서스펜션의 개발은 일반적인 로드바이크의 승차감을 개선하기 위한 방법인 유연한 시트포스트와 시트스테이 정도로는 그래블 라이딩에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충격흡수 성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분석에서 시작됐다. 산악자전거에 쓰이는 멀티 링크 서스펜션을 적용하면 성능은 뛰어나지만 구조가 복잡해지고, 이는 스트로크가 짧은 리어쇽을 사용하고 링크의 크기를 줄여서 적용해도 무게가 대폭 증가하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캐논데일은 리어쇽과 링크를 사용하지 않고, 카본의 유연함을 이용하기로 했다. 하드테일 산악자전거와 드롭아웃 피봇 없이 작동하는 스카펠 같은 풀 서스펜션 자전거를 만든 노하우가 적용되었는데, 핵심 부품은 시트튜브 중앙을 관통하는 스루액슬 시스템이다.
‘킹핀’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스루액슬은 시트튜브의 중간에 내장된 저마찰 부싱을 관통해서 좌우 시트스테이를 연결시킨다. 베어링 대신 저마찰 부싱을 쓴 이유는 부싱이 카트리지 타입 베어링에 비해서 100g 이상 가볍고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지 않다는 장점이 때문이다. 킹핀을 중심으로 각 튜브가 마치 트럭에 쓰이는 판 스프링 같이 움직이면서 진동과 충격을 흡수하고, 거친 노면에서 뒷바퀴를 땅에 밀착시키는 역할을 한다.
서스펜션 시스템 작동 시 킹핀에 바로 연결된 시트스테이와 뒷바퀴가 고정된 체인스테이까지만 움직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시트튜브와 탑튜브의 뒷부분까지 협동해서 진동과 싸운다. 시트튜브는 충격을 받았을 때 킹핀을 기준점 삼아 윗부분은 뒤쪽으로, 아랫부분은 앞쪽으로 휘면서 시트포스트가 뒤로 크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해준다. 리어쇽과 링크 없이 만들어내는 트래블은 뒤 액슬 기준 수직으로 10㎜이고, 안장은 최대 30㎜까지 뒤로 움직이면서 라이더에게 전해지는 불쾌한 승차감을 줄여준다. 캐논데일의 엔지니어들은 프레임 사이즈가 달라지더라도 같은 서스펜션 성능을 보이도록, 킹핀의 위치와 카본의 적층을 다르게 설계했다.
탑스톤 카본의 포크는 우리 눈에 익숙한 카본 리지드 포크와 레프티 올리버 카본 그래블 서스펜션 포크 두 가지가 있다. 레프티 올리버는 하드테일 산악자전거 F-Si를 통해서 처음 선보인 싱글 크라운 레프티 포크인 ‘오초’의 구조를 물려받은 무게 1340g, 트래블은 30㎜인 그래블 자전거용 포크다. 슬레이트에 쓰은 레프티 올리버와 같은 트래블이지만, 상단 크라운을 제거해서 자유로운 조향 성능을 보이며 한층 가벼운 무게를 자랑한다.
레프티 올리버보다 더 많은 모델에 적용된 카본 리지드 포크는 좌우 블레이드에 물통 케이지 또는 액세서리 고정을 위한 마운트가 설치되어 있어서 바이크패킹이나 장거리 여행을 나설 때 유용하다.
프레임과 포크의 공간은 넉넉해서 700c 타이어는 최대 45c까지 사용이 가능하고, 27.5(650b)인치 휠에는 2.1인치(47c) 타이어를 쓸 수 있고, 허용 가능한 최대 크기의 타이어를 장착했을 때도 진흙 배출을 위해 양 옆으로 6㎜의 공간이 확보된다. 필요시 드로퍼 포스트(27.2㎜)의 설치도 가능하다.
테스트한 탑스톤 카본 5는 시마노의 그래블용 그룹셋인 GRX를 800과 600 그리고 400을 조합해서 사용했다. 컨트롤레버는 GRX 600이며 앞뒤 변속기는 800 그리고 유압식 디스크 브레이크는 GRX 400이다. 짐을 실은 상태에서도 충분한 제동력을 발휘하도록 앞뒤 160㎜ 로터를 썼고, 프레임과 포크 곳곳에 마운트를 설치해서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게끔 만들었다. 탑스톤 시리즈 중에서는 좁은 편인 37c 튜브리스 레디 타이어가 장착되어 있는데, 도로주행과 오프로드주행을 고루 염두한 세팅이다. 그래블의 비중이 높다면 프레임과 포크가 허용하는 한도인 45c까지 타이어의 폭을 키우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앞바퀴에는 스마트폰/사이클링컴퓨터와 연동되는 캐논데일 휠센서가 장착되어 있다.
캐논데일 탑스톤 카본 5는 XS와 S, M 그리고 L 4가지 사이즈가 있으며, 소비자가격은 330만원이다.
test ride impression
“비포장을 넘어 산길까지”
박근영(라파 RCC 코디네이터)
몇 년 전 우연히 본 캐논데일 슬레이트의 프로모션 영상에서 내 눈을 사로잡았다. 슬레이트는 지금의 탑스톤 라인업의 모태가 되는 자전거로, 레프티 포크에 650b 휠셋 그리고 두꺼운 타이어를 써서 산악자전거 같은 느낌도 주지만 로드바이크를 탈 때 느끼는 감각을 최대한 지켜내려는 점을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서스펜션 포크와 두꺼운 타이어를 달고도 로드바이크에 뒤지지 않는 속도로 질주하는 장면과 자갈이 가득한 구간이 나타나도 거침없이 자갈을 튕겨내면서 속도를 유지하며 달리는 모습에 빠져들었다. 언제나 새로운 장소를 찾기 원하는 나였기에 ‘저런 자전거라면 노면을 고려하지 않고 여정을 이어갈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생겼고, 이후 그래블 자전거의 안장에 오르는 계기가 되었다.
캐논데일의 본격적인 그래블 자전거 라인업인 탑스톤은 프레임 소재에 따라서 알루미늄과 카본으로 나뉘고, 카본의 경우 구동부품의 구성과 등급과는 별도로, 앞 서스펜션의 유무에 따라서 두 가지 트림으로 나뉜다. 우리에게 익숙한 리지드 카본 포크와 캐논데일 고유의 레프티 서스펜션이다. 그리고 모든 탑스톤 카본은 킹핀 서스펜션 시스템을 공유하고 있다. 내가 타고 있는 탑스톤 카본 5는 리지드 카본 포크를 쓴 모델이며, 시마노의 그래블용 그룹셋인 GRX 시리즈를 400과 600 그리고 800을 골고루 사용했다. 46/30T 체인링을 크랭크셋은 캐논데일 제품이고 11-34T 11단 카세트 스프라켓과 합을 맞춘다.
그래블 자전거에 있어서 앞 서스펜션의 필요성은 라이딩 환경과 목적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임도를 포함한 산길과 비포장도로를 ‘빠르고 편안하게’ 달리거나 ‘보다 거친 곳’에 도전하려는 라이더라면 레프티 올리버 포크가 장착된 탑스톤 카본이 어울릴 것이고, 도로주행이 많으면서 그래블과 바이크패킹도 즐기는 사람에게는 포크에도 짐을 실을 수 있는 리지드 카본 포크 사양의 탑스톤 카본이 적합한 선택이다. 실제로 나는 평소 핸들바백과 프레임백을 주로 이용하지만 짐이 많아지면 포크에도 짐을 얹곤 한다.
탑스톤 카본을 타기 이전에는 스틸 프레임을 쓴 그래블 자전거로 임도 라이딩과 바이크패킹을 다녔다. 크롬몰리브렌 스틸 프레임은 견고하고 저렴하며 스틸 고유의 승차감으로 그래블과 투어링, 바이크패킹 팬들에게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고, 나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스틸 프레임에서 카본 프레임 그것도 리어 서스펜션이 장착된 최신 모델로 변경하니, 완전히 다른 주행감을 느낀다. 리어 서스펜션이 있음에도 기존 프레임보다 상당히 가볍고, 페달링과 조향 반응이 빨라서 자전거를 타는 내내 경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탑스톤 시리즈 중 카본 모델의 가장 큰 특징인 킹핀 서스펜션은 외관만 보자면 리어쇽과 이를 프레임과 연결하는 구조물이 없어서 큰 역할을 하지 않을 것 같은 첫인상을 준다. 하지만 안장 위에 올라 거친 길을 달려보면 똑똑하게 제 역할을 해주는 걸 느낄 수 있다.
풀 서스펜션 산악자전거를 타는 이들에겐 익숙하겠지만 페달을 밟는 자세와 힘을 주는 타이밍에 따라 라이더가 서스펜션의 움직임을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다는 걸 느낀 후로 탑스톤 카본을 조작하는 재미가 늘어났다. 임도를 달릴 때는 포크에도 서스펜션이 있다면 보다 과감하게 주행할 수 있겠다는 아쉬움도 가끔씩 들지만, 임도 주행을 마치고 도로에 들어서는 내게는 리지드 카본 포크 사양이 맞는 선택이었다는 걸 확인하게 된다.
킹핀 서스펜션 시스템은 라이더의 체중이 어느 지점에 실리는지에 따라 다르게 반응한다. BB를 중심으로 라이더의 체중이 앞쪽으로 향하면, 페달을 밟는 힘이 체인스테이를 따라 뒷바퀴로 바로 넘어가 킹핀 서스펜션에서 페달링의 파워를 낭비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반대로 오르막을 오르며 안장의 뒤쪽에 앉아 페달을 앞으로 밀듯이 힘을 주거나 댄싱할 때 몸이 뒤쪽으로 이동해 라이더의 무게중심의 뒤쪽에 위치한 경우에는 페달을 밟을 때마다 킹핀 서스펜션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느낌을 받았다. 안장에 앉는 위치와 페달링하는 방법, 무게 중심의 이동 등은 개인마다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르막과 내리막 그리고 포장도로와 비포장도로에서 본인이 바라는 서스펜션의 작동 정도를 가져올 수 있겠다.
탑스톤 카본 레프티 모델을 포함해 서스펜션 포크를 사용하는 그래블 바이크가 제법 보인다. 뒤에 별도의 쇽이 달린 경우 라이더가 직접 조작하여 작동 유무를 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무거운 무게를 패널티로 가져야 하기에 리어쇽 없이 카본의 탄성을 이용한 킹핀 서스펜션의 매력이 분명하다.
바이크패킹을 위한 짐을 쌀 때는 무게 배분이 중요하다. 나는 무거운 물건을 핸들바백에 넣는 것을 추천하고 있다. 이유는 오르막에서는 리어백에 담긴 무게가 늘수록 앞바퀴가 들리기 때문이다. 핸들바백의 적재량이 늘어나면 조향이 무거워지는 단점이 있지만, 바이크패킹을 위해서 많은 짐을 실은 상태로 테크니컬하고 경사가 급한 다운힐을 하거나 빠르게 코너를 달릴 일은 드물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리어백의 경우 짐의 무게가 늘어나면 댄싱할 때 가방이 좌우로 흔들리면서 페달링 리듬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리어백에는 부피가 크지만 무게는 적게 나가는 의류를 주로 넣는다. 프레임백은 어떤 물건을 넣어도 주행에 영향을 적게 주는 편이다. 주행 중에도 짐을 꺼내고 넣기 수월하기에 부피는 작지만 무게가 많이 나가는 물건을 담는다.
탑스톤 카본 프레임과 포크에는 물통과 적재를 위한 다수의 마운트가 배치되어 있다. 자전거의 사이즈에 따라서 프레임백 사용 시 물통케이지를 장착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다운튜브 하단의 마운트를 이용하면 된다. 다만 다운튜브 아래쪽에 물통을 고정하면, 흙이나 먼지가 많이 튀기 때문에 입을 대고 마시는 일반적인 물통보다는 뚜껑이 있는 물통을 추천한다. 장거리 라이딩 시에는 속도계나 스마트폰 충전을 위한 보조배터리나 보급식이 필요하다. 몸에 가까운 탑튜브백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탑스톤 카본 5는 2×11단 기어 구성을 가지고 있다. 한 장의 체인링과 넓은 범위의 카세트 스프라켓을 가진 구동계가 매우 간편한 조작성을 제공하지만, 촘촘한 기어비를 선호하기에 시마노 GRX 더블 체인링 구동계가 마음에 든다. 순정으로 장착되어 있는 휠과 타이어 모두 튜브리스를 지원하는데, 튜브리스 세팅은 낮은 공기압을 사용할 수 있어서 승차감이 개선되고 펑크에 대한 저항성도 높아지는 장점이 있다. 순정 타이어인 WTB 리들러 TCS는 비포장과 포장도로를 모두 염두한 37c이고, 노면에 닿는 타이어의 중앙 부분 트레드가 작은 블록으로 되어있어서 포장도로 주행 시의 핸디캡이 적다.
캐논데일 탑스톤 카본은 간단한 구조의 서스펜션 시스템을 통해서 승차감을 크게 개선한 점이 돋보이며, 포장도로와 그래블로 대표되는 비포장도로 그리고 산악자전거의 영역이던 산길까지 넘볼 수 있는 재주 많은 그래블 자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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