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사진 한동옥
G3X는 콜나고의 그래블 자전거다. 사이클로크로스 자전거인 프레스티지를 그래블 버전으로 개조한 프레스티지 GRV의 후속인 동시에, 처음부터 그래블 자전거로 개발된 첫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콜나고의 고성능 로드바이크인 V3RS와 흡사한 날렵한 외모에, 넉넉한 타이어 클리어런스와 프레임 보호용 프로텍터를 적극적인 사용해서 흙먼지와 자갈이 튀는 환경에 적응시켰다.
콜나고 G3X. 시마노의 그래블용 그룹셋인 GRX를 사용했다.
콜나고는 G3X가 그래블 자전거이자 장거리용 로드 바이크라고 이야기한다. 여기에서의 장거리는 매끈하게 포장된 도로를 장시간 달리는 것이 아니라, 진동과 먼지를 친구삼아 하루 이상 달리는 것을 의미한다. 앞에 펼쳐진 길의 상태는 모를 확률이 더 높다. 매끈하게 덥힌 자전거도로 또는 도로를 벗어나 어디론가 탐험을 떠나고 싶을 때 사람들은 그래블 자전거에 눈을 돌리게 되고, 콜나고는 이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그래블 자전거의 표준 레시피를 따른 G3X를 내놓았다.
시트포스트를 포함해 다운튜브와 시트튜브, 시트스테이에 공기역학적인 캄테일 튜브가 사용됐다. 시트포스트 고정장치는 탑튜브의 끝부분에 내장되어 있다. 클로버가 그려진 고무 커버를 벗기면 4㎜ 육각볼트가 나타난다.
굵은 그래블 타이어와 시마노의 그래블용 컴포넌트인 GRX를 제외한다면 G3X는 최신 카본 로드 프레임처럼 보인다. 공기역학성능을 높이기 위한 캄테일 튜브를 다운튜브와 시트튜브, 시트스테이 그리고 시트포스트에 사용했고, 전체적인 형태가 V3RS와 비슷하다. 탑튜브의 아래쪽과 헤드튜브의 뒷부분이 움푹 파이며 좁아지는, 마치 클로버와 비슷한 모양을 갖게 한 것은 콜나고의 전통이다. 시트스테이는 V3RS와 마찬가지로 탑튜브가 아닌 시트튜브 아래쪽으로 내렸는데, 공기역학적인 성능이 향상되는 동시에 무게가 줄어든다. 그래블 자전거에 있어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승차감 또한 좋아지는 효과가 있다.
림 브레이크와 카본 휠을 단 로드바이크로는 절대 달리고 싶지 않은 길, 그래블 자전거인 G3X에겐 놀이터나 다름없다.
지오메트리는 그래블 환경에서 빠른 속도로 달릴 때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변경되었다. 디자인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V3RS보다 탑튜브와 리치가 길고, 큰 타이어를 수용하기 위해서 포크와 체인스테이도 길게 만들었다. 대신 헤드튜브의 길이를 줄여서 콕핏이 높아지는 것을 최소화했다.
시마노 RS371 튜브리스 휠셋에 피렐리 친투라토 그래블 H 튜브리스 레디 타이어가 조합됐다. 타이어의 최대공기압은 58psi이고, 휠셋은 94psi다.
먼지 날리는 시골길에 도시 멋쟁이가 찾아온 것 같은 외관이지만, G3X에는 그래블 자전거의 실용적인 요소들이 가득하다. 일단 넉넉한 타이어 클리어런스를 지녔다. 700×42c 타이어를 수납할 수 있을 정도로 포크와 체인스테이의 공간이 넉넉하며, 이 넉넉함 덕분에 때때로 타이어에 진흙이 잔뜩 달라붙어도 주행을 계속할 수 있다. 기본으로 장착된 타이어도 700×40c로 꽤나 굵은 편이다. 속도를 조금 희생하는 대신 비포장도로에서의 주행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650B 휠셋을 쓰는 것도 가능하다.
그 다음은 여유로운 물병 수납이다. 다운튜브와 시트튜브에 하나씩 고정되는 것 외에 탑튜브 상단과 BB셸 주변을 보호하는 다운튜브 프로텍터 위로도 물병을 고정할 수 있다. 필요에 따라 최대 4개의 물병을 휴대할 수 있는 셈인데, 장거리 모험이나 여행 등 물을 구하기 힘든 환경에 대비한 것이다. 쉽게 손이 닿는 탑튜브 상단에는 물통 대신 에너지바 등을 넣는 가방을 고정하기도 한다.
탑튜브 위에도 물통을 달 수 있다. 보통은 에너지바 등을 넣는 도시락가방을 고정한다.
고무 소재의 프로텍터가 앞바퀴에서 튕겨오는 흙과 모래, 돌로부터 다운튜브와 BB셸을 보호한다. 프로텍터 위로 물통 케이지를 달 수 있다.
체인스테이는 고무 프로텍터가 보호한다. 험한 길을 달려서 체인이 위아래로 요동을 칠 때 체인스테이를 보호하며, 소음을 줄여준다.
그래블 라이딩 또는 장거리 모험 라이딩은 자전거와 라이더 모두에게 가혹한 환경이 될 수 있다. 콜나고는 자전거를 보호하기 위해서 체인스테이의 위아래를 감싸는 고무 프로텍터와 다운튜브 하단을 보호하는 고무 프로텍터를 달았다. 넉넉한 타이어 클리어런스는 타이어 사이에 낀 돌이나 진흙으로부터 자전거의 피부건강을 지켜주고, 안락한 승차감과 넉넉한 물병 수납은 라이더를 보호하는 수단이 된다.
핸들바와 스템은 데다 엘리먼티 제품을 썼다. 핸들바는 그래블 100이고, 스템은 데다 제로 1.
시마노의 그래블 전용 그룹셋인 GRX의 최고 등급인 RX815 Di2를 사용했다.
G3X에는 시마노의 그래블 전용 그룹셋인 GRX을 사용했다. GRX는 로드바이크 컴포넌트의 형태지만 일부 기술은 산악자전거 그룹셋에서 빌려왔는데, 험로에서 뒤 디레일러의 케이지가 요동치지 않도록 장력을 강하게 변경할 수 있는 스테빌라이저 기능과 뒤 디레일러가 바깥쪽으로 돌출되지 않게끔 설계한 섀도우 디자인이 대표적이다. 경사가 심한 비포장도로를 내려갈 때 손이 앞으로 미끄러지지 않도록 후드의 형태를 빚은 다음 특수한 코팅을 했다.
48-31T 체인링을 쓴 크랭크셋.
카세트스프라켓은 울테그라 11-34T를 썼다. 디레일러에는 험로에서 체인의 장력을 제어하는 스테빌라이저가 달려있다.
시마노의 그래블 그룹셋인 GRX는 체인링과 스프라켓 조합을 1×10과 2×11 그리고 1×11으로 설정할 수 있다. 싱글 체인링을 쓸 때는 산악자전거용 카세트스프라켓인 11-40T 또는 11-42T를 사용하고, 더블 체인링은 11-30T부터 11-34T까지의 로드용 카세트를 조합해서 쓴다.
시승한 G3X는 GRX RX815 Di2 더블 체인링 사양이기 때문에 울테그라 11-34T 11단 카세트스프라켓이 사용됐다. 1×11으로 세팅한다면 드로퍼 포스트를 달아서 왼쪽 Di2 레버로 제어할 수도 있다. 유압식 디스크 브레이크는 앞뒤 160㎜ 로터를 써서 제동력이 충분하다. 프레임 백 등 여러 개의 가방에 짐을 넣고 내리막을 달려도 문제 없을 정도다.
유압 캘리퍼는 플랫 마운트를 통해 고정된다. 지속적인 제동 시 냉각핀이 달린 패드가 실력을 발휘한다.
뒤에도 160㎜ 로터를 썼다.
콜나고 G3X는 시마노 GRX를 단 2개 모델로 판매된다. 테스트에 사용한 GRX RX815 Di2 모델은 700만원이고, 기계식인 GRX RX810을 사용한 G3X 810은 560만원이다. G3X 815의 52 사이즈 실측무게는 8.85㎏(페달 제외)이다.
콜나고 G3X의 지오메트리
크로스컨트리와 다운힐 레이스 경력이 길고 사이클로크로스까지, 오프로드 경험은 충분히 해봤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처음이 있는 법. 내게는 그래블 자전거가 처음이었다. 상대는 콜나고의 그래블 자전거인 G3X다.
타이어와 GRX 그룹셋이 그래블 자전거임을 알린다.
G3X의 안장에 올라 자동차가 없는 조용한 흙길을 달리자 산악자전거를 타던 시절이 생각난다. 타이어가 흙이나 풀, 자갈을 잡는 느낌이 비슷하다. 하지만 라이딩 자세가 다르고 라이딩 무대도 비포장이라는 점만 같을 뿐 경사도나 노면 등에 차이가 크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자연을 더 가까이 접할 수 있다는 점이 크게 다가온다.
G3X와 친해졌다. 상당히 다루기 쉬운 자전거다.
G3X는 그래블 자전거다. 비포장이라고는 하지만 자동차가 꽤 빠른 속도로 항속할 수 있을 정도의 흙 또는 자갈길을 장시간 동안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자전거다. 산악자전거처럼 본격적으로 산길을 달릴 수 있는 자전거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로드바이크보다는 높지만, 여전히 낮고 좁은 핸들바로는 산악자전거처럼 허리를 세우고 안정적으로 균형을 잡으며 좁고 거친 노면을 달리기 어렵다. 당연하다. 기본적으로 그래블 자전거는 로드바이크니까.
데다 엘리먼티 그래블 100 핸들바. 나팔처럼 아래로 벌어지는 형태로, 비포장 구간이나 내리막에서 넓게 잡을 수 있어서 안정감이 향상된다.
새 브레이크 패드의 길들이기가 끝났을 때 쯤, G3X에 익숙해졌다. 뒷바퀴를 미끄러트리며 스키딩턴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됐고, 코너에서 앞 타이어가 어느 정도의 한계에서 밖으로 밀려가는지도 파악했다. G3X에 달린 피렐리 친투라토 그래블 H 타이어의 최대 공기압은 58psi인데, 일단 최대까지 공기를 넣고 조금씩 낮추며 주행했다. 낮은 공기압은 승차감이 좋지만 노면 저항이 커지는 부분이 있어서 40psi 부근으로 타협하니 느낌이 괜찮다. 일반도로를 지속적으로 달릴 때는 50psi 이상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다.
G3X는 예상 이상으로 편안하게 주행할 수 있으면서도 충분한 재미를 주었다. 드롭 핸들바는 나팔처럼 아래로 넓게 벌어져 있는데 그래블 자전거가 처음 등장했을 때 멋을 위한 연출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써보면 그래블 자전거에 필수적인 디자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후드보다 넓게 잡을 수 있어서 비포장 내리막이나 균형을 잘 잡아야 하는 곳에서 안정감 있는 자세를 완성시켜 주었다. 그래블 자전거에 프레임 백이나 핸들바 백 등 가방을 잔뜩 붙여서 모험 라이딩을 떠나는 경우 늘어난 무게로 저속에서 균형을 잡기 어려울 때도 요긴하겠다. 40c 타이어는 직경이 크기 때문에 돌파력이 좋고, 포크와 프레임 모두 넉넉한 타이어 클리어런스를 갖춰서 주행 품질을 살려주었다. 전체적으로는 직진 안정성에 초점을 맞춘 느낌이다.
GRX의 후드는 내리막에서 손이 앞으로 미끄러지지 않게끔 모양이 잡혀있다. 사이클링 컴퓨터나 라이트 등을 제어할 수 있는 스위치도 숨겨져 있다.
40c 타이어를 달고도 넉넉한 모습. 이 공간이 좁으면 타이어에 딸려온 온갖 것들이 끼어서 포크와 프레임의 페인트에 흠집을 낸다.
320㎞를 달리는 더티 칸자 같이 유명한 장거리 그래블 레이스도 있긴 하지만, 그래블 자전거는 레이스보다는 주말을 이용한 장거리 라이딩 또는 프레임 백 등에 간소하게 짐을 꾸려 다니는 경우가 많다. 11-34T 카세트 스프라켓과 48-31T 체인링을 조합은 가벼운 페달링을 이어갈 수 있다. 물론 짐 없이 홀로 다닐 때 가볍다는 것이고, 텐트나 침낭 그리고 여행용 가방을 얹었을 때는 적당하게 바뀔 것 같다. 1T씩 촘촘하게 배치되는 기어비의 카세트라면, 불규칙한 자갈, 흙, 풀 등이 만들어 내는 저항과 폭넓은 타이어를 밀어내기에는 부담이 크다. 울테그라 11-34T는 30T에서 34T로 넘어갈 때를 제외하고는 2T씩 변경되어 오프로드 또는 체중 이외의 하중이 더해질 때 적합했다. 변속 스위치를 누를 때마다 덜컹하는 충격이 느껴지지만 그만큼 빠르게 상황에 적응해간다. 시마노 RS-371 휠셋은 조용하게 움직인다. 래칫 소리가 거의 나지 않아서 자연과 라이딩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런 짓(?)도 부담없다. 신발이 조금 젖을 뿐.
G3X로 여러 가지를 해볼 수 있겠다. 비포장도로를 달리며 자동차의 위협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겠고, 포장도로를 달릴 때는 노면 상황에 신경 쓰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국토종주를 한다면 로드바이크가 아닌 그래블 자전거를 선택하겠다. 물론 서울부터 부산 또는 부산에서 서울까지 하루만에 달리는 일생에 있어 한 번 정도의 도전이 목표라면 레이스용 로드바이크를 선택해야겠지만, 평범하게 2박 정도의 페이스라면 넉넉하게 짐을 챙겨서 중간중간 만나는 흙길을 밟으며 풍경을 담아가고 싶다.
흙길을 밟으며 자연에 빠진다.
산악자전거로 입문해서 로드바이크로 전향한 선수들은 대부분 브레이킹이나 체중 이동 등 자전거의 컨트롤 능력이 뛰어나다. 그래서 로드바이크로 사이클링에 입문했다면 그래블자전거를 추천하고 싶다. 미끄러지는 비포장도로에서의 브레이킹, 더 미끄러운 진흙길에서의 주행, 차가 다니지 않는 흙길에서의 여유있는 라이딩. 그리고 비와 눈, 바람, 흙먼지 등 다양한 환경에서 라이딩을 경험한다면 기술과 라이딩 수준이 한층 더 성숙해질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콜나고의 그래블 자전거 G3X, 내게 첫 그래블 라이딩의 경험을 주었다. 매끈한 도로와 비포장도로의 갈림길에서 로드바이크로는 할 수 없는 선택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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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크왓 한동옥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