턴 버지 X11 / TERN VERGE X11

테스트라이드턴 버지 X11 / TERN VERGE X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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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신용윤

접이식 자전거 전문 브랜드 턴(Tern)의 브랜드네임은 북극권과 남극권을 오가는 철새, 극제비갈매기를 이르는 ‘Arctic tern’에서 유래했다. 작은 몸집의 이 새는 1년에 지구 둘레의 1.8배를 여행하고, 30여년을 살면서 200만㎞이상 비행한다.

작은 몸과 날개를 가졌음에도 커다란 날개를 가진 새들보다 더 높이, 더 멀리, 그리고 오래 나는 새라는 것.

종이로 접은 제비갈매기

턴은 2011년 폴딩 미니벨로 업체 다혼에서 독립했다. 자전거 브랜드나 미니벨로에 관심 있는 이라면 분사과정 이들의 갈등에 대해서도 알고 있을 테지만 본 기사에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과정이야 어찌됐든 턴의 뿌리는 접이식 미니벨로라는 것이다. 턴 스스로도 브랜드 스토리에서 “큰 바퀴 자전거 못지않게 튼튼하고, 효율적인 미니벨로를 추구했다”고 밝히고 있다.

턴 자전거의 헤드 배지를 보면 종이로 접은 것으로 보이는 극제비갈매기를 심벌로 달았다. 종이접기는 접이식(폴딩)을, 극제비갈매기의 작은 몸집과 날개는 미니벨로를 뜻한다. 그리고 서두에 말했던 이 새가 가진 뛰어난 비행능력은 자전거를 만들면서 턴이 추구하는 바이다. 아울러 생태보호종(관심단계)인 이 새를 마스코트로 정해, 자전거가 지향하는 친환경에 대한 뜻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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턴의 헤드배지. 종이로 접은 것처럼 보이는 극제비갈매기를 상징으로 달았다.

앞서 다혼에서의 분사를 언급했는데, 그러다보니 많은 이들이 턴의 자전거가 다혼과 닮았다고 말하곤 한다. 뿌리가 같다보니 태생적으로, 그리고 자전거를 접는 방식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턴의 입장에서는 창립 초기 다혼의 이미지를 벗는데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자전거로서의 실용성과 혁신을 추구하면서, 세련미를 담으려고 했는데, 이런 노력의 결과 짧은 연혁에도 불구하고 출범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타이베이 사이클 D&I 어워드 5번, 유로바이크 어워드 3번, 그리고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까지 수상한다. 자전거로 수상한 것이 이만큼이고 함께 운영하고 있는 용품 브랜드 바이오로직의 제품과 기존 부품을 개선한 것까지 합치면 IF 디자인 어워드를 비롯해, 수상작이 앞서 열거한 것의 두 배나 된다.

대부분이 세련되고 감각적인 디자인에 실용성까지 갖추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젊은 소비자들을 주축으로 꾸준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스포츠 미니벨로, 버지 X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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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 X11은 경량과 스피드를 추구한 스포츠 미니벨로다.

턴의 자전거는 생활밀착형을 지향하는 ‘어라운드 타운’, 스포츠 레벨의 자전거와 견주어도 손색없는 ‘어번 퍼포먼스’ 그리고 여행용인 ‘투어’와 전기자전거로 카테고리를 나눈다.

4가지 카테고리 중 어번 퍼포먼스의 중추인 제품군이 바로 버지(Verge) 시리즈다. 턴의 라인업 중 가장 많은 자전거를 보유했는데, 오늘의 주인공 버지 X11은 버지 시리즈 중에서도 ‘가볍고 빠르게’라는 지극히 명료한 화두를 안고 태어났다.

버지의 프레임은 강도와 공작성이 우수한 7005 알루미늄을 사용했고, 포크는 인장강도와 항복강도(복원성의 척도)가 뛰어난 6061 알루미늄을 썼다. 프레임과 포크 모두 성형자유도가 높은 하이드로포밍 공법으로 만들어 형태가 유려하고 깔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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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램의 로드바이크용 1×11 그룹셋인 포스 원의 크랭크셋이 쓰였으며, 체인링은 52T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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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2T까지 11의 코그로 구성된 XG-1175 스프라켓 카세트를 장착했으며, MTB용인 X1 디레일러를 달았다.

버지 X11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스램의 전문 로드바이크 부품이다. 스램의 1×11 구동계를 사용했는데, 카본 암에 52T 체인링을 단 포스 원 크랭크셋을 장착했으며 10~42T까지 11개의 코그를 촘촘히 제공하는 XG-1175 스프라켓 카세트를 썼다. 뒤 변속기는 MTB용인 X1 디레일러인데, 사실상 포스 원 디레일러와 형태나 기술에서 차이가 없다. 플랫바에 사용하기에 시프터는 11단 GX 트리거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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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1㎜ 림을 쓰는 키네티스 프로 X 디스크 휠셋.

휠셋은 키네티스 프로 X 디스크(Kinetix Pro X Disc)인데, 20인치 바퀴 중에서도 직경이 큰 451㎜ 림을 쓴다. 높이 27㎜인 에어로 타입 림이며, 스포크 또한 사핌의 커스텀 에어로 스포크를 썼다. 좌우 스포크 한 쌍이 근접하게 림에 고정되는 패어드 스포크 레이싱 기법이 쓰였는데, 스포크 수를 줄이는 대신 높은 장력으로 휠 빌딩을 해 튼튼하면서도 가벼운 휠을 만들 때 쓰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브레이크는 MTB용인 시마노 데오레 유압 디스크브레이크를 장착했다. 림 브레이크와 달리 우천 시나 긴 다운힐에서도 안정적이고 여유로운 제동력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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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는 시마노 데오레 유압 디스크브레이크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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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은 타이녹스 레일을 쓰는 에르곤 SMC30 프로.

작지만 빠르고 안정적

앞서 언급한 부품구성을 차치하고라도 버지 X11으로 라이딩을 해보면 편안하고 쾌적한 주행감을 느낄 수 있다. 효율적인 라이딩 자세와 조향성을 보이도록 지오메트리를 구성했기 때문이다. 턴이 초창기, 투어링용 미니벨로에 적용하기 위해 고안한 T-튠드 지오메트리를 적용했는데, 수치적으로는 기존의 버지 시리즈보다 휠베이스가 길고 시트튜브가 누웠다. 좀 더 들여다보면 그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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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 X11은 투어링용 미니벨로에 적용하기 위해 고안한 T-튠드 지오메트리가 적용됐다. 다른 버지 시리즈보다 휠베이스가 길고, 포크 오프셋도 앞으로 더 뻗은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자전거의 바퀴가 작아지면 조향성이 과민해지고, 좌우 교반되는 페달링 토크에도 영향을 크게 받게 된다. 턴은 이런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포크의 오프셋을 길게 내어 안정적인 조향성을 확보하고, BB 중심에서 뒤 바퀴 축까지의 길이(C-R) 또한 넉넉히 설정했다. 결과적으로 1050㎜라는 긴 휠베이스를 갖게 됐는데, 웬만한 로드바이크는 물론 작은 사이즈의 26인치 하드테일 MTB보다도 그 길이가 길다.

휠베이스가 짧으면 앞뒤 바퀴 무게 배분을 위한 안장 위치를 설정하기에도 제약이 많지만, 버지 X11은 정공법으로 문제를 풀었다. 아울러 핸들바와의 거리도 멀어져 안정적인 조향자세를 취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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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도부터 90까지 조절할 수 있는 신태스 컴포넌트의 VRO 스템이 사용됐다.

핸들바에는 각도 조절이 자유로운 독일 신태스 컴포넌트의 VRO 스템을 적용했다. VRO 스템은 –45~90도까지 각도를 조절할 수 있어 라이더에 따라서는 스포티브한 자세부터 허리를 완전히 편 자세까지 다양한 라이딩 포지션을 세팅할 수 있다.

버지 X11은 안장의 높이(페달을 6시 방향으로 내린 지점부터)를 최소 660㎜, 최대 930㎜까지 뽑아 사용할 수 있고, 시트튜브 중심부터 핸들바의 거리를 610~660㎜까지 세팅할 수 있다. 라이더를 기준으로 보면 신장 142~190cm, 몸무게 105㎏인 라이더까지 사용할 수 있다.

10초면 간단히 접어

라이딩 외에 버지 X11의 원초적인 기능을 말하라면 당연히 폴딩이다. 버지 X11의 접는 방식을 N폴딩이라고 하는데 단순하게 프레임이 반으로 접히는 것이 아니라 앞바퀴가 180도 돌아 뒷바퀴와 만난다. 이런 접이 방식은 바퀴를 그대로 두고 프레임을 반으로 접는 것보다 부피를 줄일 수 있다. 접었을 때의 크기는 38×80×74㎝인데, 승용차 뒤 좌석이나 트렁크에 쏙 들어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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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 X11을 접을 땐 시트포스트 클램프를 열어 안장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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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 폴링 레버는 상단 잠금장치를 밀면서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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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을 앞부분을 접으며 앞바퀴는 접히기 전 방향을 그대로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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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뒤 바퀴 자석이 붙은 것을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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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들포스트의 레버도 잠금장치를 밀면서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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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힌 핸들바는 프레임에 붙은 밴드를 이용해 흔들리지 않게 고정한다.

접힌 프레임은 앞바퀴 드롭아웃의 동전형 철판이 뒷바퀴 드롭아웃 하단의 자석에 붙게 된다. 이 자석은 10~15㎏f의 견인력이 있어 접은 버지 X11을 들고 걷거나 계단을 오르내릴 때 쉽게 풀리지 않도록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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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바이크와 접힌 버지 X11의 크기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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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형 SUV 트렁크엔 버지 X11 2대 이상을 실을 수 있다.

파이시스 3D 핸들바 포스트와 프레임이 접히는 흰지 부분은 정밀 가공되어 유격이 없고, 잠금 강도도 조절할 수 있다. 또한 폴딩 레버가 실수로 풀리는 것을 방지하는 이중 잠금장치가 있어 원치 않는 프레임 접힘 현상을 방지했다.

버지 X11의 무게는 10.4㎏(실측치)이고, 색상은 블랙블루, 크롬블랙 2가지가 있다. 가격은 290만원.

버지 X11를 처음 만났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집에 있는 미니벨로 B였다. 접이식이라는 점과 바퀴가 작다는 것 때문에 자연스럽게 연상이 된 건데, 막상 라이딩을 해보니 버지 X11은 완전히 다른 성격의 자전거였다. 뭐랄까······ 좀 더 라이딩의 맛이 난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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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 자전거에 내려서 한가로이 거닐어 보라고? 과연, 버지 X11을 앞에 두고 그럴 수 있을지 의문이다.

디스크브레이크, 로드바이크 부품, 너 뭐니?

라이딩 전에 버지 X11의 간략한 설명을 들었다. 기술적인 설명이 일일이 기억나진 않지만 확실히 머릿속에 남아 있는 단어가 있다. 시마노 데오레 유압 디스크브레이크.

림 브레이크를 쓰는 자전거에만 익숙한 내게 유압 디스크브레이크는 호기심과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버지 X11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는 내내 눈에 들어온 것도 디스크브레이크다.

로드바이크에 유압 디스크브레이크가 적용되는 것을 놓고도 라이더 간에 찬반이 많지 않은가. 림 브레이크와 제동력의 차이, 제동요령에 대해 몇 차례 주의를 듣고, 실습삼아 자전거를 타며 제동을 해봤다. 그리고 바로 이런 말이 튀어 나왔다. “이게 뭐야? 괜히 겁먹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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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딩 전 유압 디스크브레이크에 익숙해지기 위해 한적한 공간에서 제동 연습을 했다. 한 손가락으로도 충분히 제어할 수 있는 유압 디스크브레이크의 제동력은 일품이었다.

유압 디스크브레이크의 제동력은 일품이다. 손가락 하나로도 내가 원하는 만큼 충분한 제동력을 얻을 수 있었고, 현재 타고 있는 자전거들보다 제동의 섬세함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물론 강한 제동력으로 인해 전복될 위험도 있겠지만, 짧은 시간에 유압 디스크브레이크에 익숙해졌고, 자전거에서 내릴 때에도 아주 부드럽게 서며 내릴 수 있게 됐다. 손가락 하나로 어쩌면 이렇게 수월하게 브레이크를 장악할 수 있는지 정말 신기하다.

로드바이크로 긴 내리막을 내려 갈 때면, 브레이크를 잡느라고 손이 욱신거리기도 하는데, 유압 디스크브레이크라면 그런 상황에서도 편안히 제동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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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벨로에 1×11단 로드바이크용 부품이 척!

브레이크에 익숙해지니 또 다른 것이 눈에 들어온다. 미니벨로에 카본으로 만든 크랭크~암? 로드바이크 부품인 스램 포스다. 그것도 말로만 듣던 체인링 1장짜리 크랭크셋에 11단 스프라켓이다.

어쩐지 브레이크 감을 익히려고 공터에서 짧게 라이딩하는 데도 뭔가 부드럽고 민첩한 느낌이더라니. 특히 변속이 정말 쉽게 되었는데, 그 이야기는 잠시 뒤에 자세하게 해보련다.

지금까지는 턴 X11을 만나고 30분도 안 되어 보고, 듣고 익숙해져 버린 것들이다. 그렇게 난 짧은 시간에 내 미니벨로와 이 자전거가 상당히 먼 관계라는 걸 눈치 채고 말았다.

그런데··· 자전거 언제 타요?

아주 여성스럽고, 조신한 라이딩을 상상하며 나왔는데, 자전거에 대해 설명을 듣고 나니 뭔가 다이내믹하고, 와일드한 기분이 든다. 내심 자리를 박차고 빨리 라이딩을 하고 싶었지만 말도 붙여보기도 전에 설명하던 기자가 철컥철컥 순식간에 자전거를 접어 버린다. 접이식 자전거이니 폴딩, 언폴딩부터 배워야 한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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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 경첩부분인 OCL 조인트는 매우 견고했다. 수차례 접고 펴는데도 헐겁거나 유격이 느껴지지 않았다.

버지 X11은 접고 펴는 것도 쉽고 빠르다. 안장을 내리고, 프레임 레버를 열어 프레임을 반으로 접고, 마지막으로 핸들바를 접는 것까지, 내 자전거와 비슷한 점도 있기 때문에 쉽게 익힐 수 있었다.

자전거를 접을 때, 가장 인상적인 것이 이중 잠금장치를 밀고 레버를 열어야 하는 것이다. 레버를 젖힐 때도 힘을 주어야하는데, 혹시라도 풀릴 것을 대비해 한 번 더 잠금장치가 있다. 사용자들의 안전에 그만큼 신경을 썼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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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 X11을 접고 펴는 것을 해보고, 내 승용차 트렁크에 실어 보았다. 아주 넉넉히 들어간다.

또 한 가지는 앞바퀴와 뒷바퀴 쪽에 자석이 있어 자전거를 접을 때에 그냥 가져가기만해도 알아서 ‘척!’ 붙어주는 점이다. 끼우고 돌리고, 그런 복잡한 것이 없어 쉽다. 내 자전거에도 이 자석을 떼서 붙이면 이렇게 가뿐히 접힐라나?

접고 펴는 것을 몇 번하다보니 OCL 조인트라고 부르는 프레임 경첩부분이 정말 강력하고 견고한 느낌이다. 자전거를 펴고 레버를 닫으면 접힌 부분이 덜컹거리지도, 흔들리지도 않았다.

이제, 자전거 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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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호! 이제 해방이다.

나는 남들보다 자전거를 잘 탄다는 말을 듣진 않지만, 자전거를 좋아해서 픽시, 미니벨로, 로드바이크까지 다양한 자전거를 즐긴다. 덕분에 어떤 자전거든지 주면 내 몸에 맞춰 세팅하는 것은 익숙하다.

자전거를 펴서, 안장 높이를 맞추고, 핸들바 높이는······ 머릿속에서 ‘이런 것까지는 바라면 안돼’라는 소리가 들렸다. 우물쭈물하다가 시간만 보낼 것 같아서 그대로 자전거를 타고 나갔다. 내가 라이딩하는 모습을 보던 기자가 다시 부른다. 그리고 손공구를 꺼내서 스템 부근을 풀더니 핸들바 높이를 세팅해보란다. 우와! 스템의 각도가 조정이 된다. 그것도 아주 쉽게.

-45도 정도로 맞추니 어지간히 라이딩 자세가 나온다. 안장이 조금 앞으로 세팅됐지만 크게 불편하지 않아 그대로 라이딩에 나섰다. 또 다시 부를까싶어, 직진과 유턴을 몇 번 더 시연해보이고 드디어 필드로 나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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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딩 내내 로드바이크로 착각이 들 정도로 버지 X11 주행성은 탁월했다.

버지 X11을 타면서 놀라게 된 점이 있다. 순간순간 이 자전거가 로드바이크가 아닌가 싶은 착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처음 그런 기분이 든 건, 다른 라이더들을 추월하면서다. 버지 X11은 기어가 가벼우면 가벼운 대로, 무거우면 무거운 대로 몇 번 발을 슉슉 굴러주면 페달링이 착착 감기며 시원하게 나간다. 실제로 라이딩 중에 앞서 가던 분들을 쉽게 추월했는데, 로드바이크 못지않게 빨랐다.

체인링은 하나였지만 2단 체인링의 아우터와 같은 52T이고, 카세트의 변속 폭이 넓어 한 장의 체인링으로도 충분했다. 로드바이크를 타면 변속 실수를 자주하는 편인데 버지 X11의 변속은 정말 간단하고, 심지어 재미있기까지 하다.

시프트업과 다운으로 나뉜 레버를 엄지손가락으로 눌러 가볍게 변속할 수 있었고, 변속할 때마다 ‘딸깍딸깍’하고 들리는 소리는 내가 마치 변속의 달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해준다.

두 번째는 코너링이었다. 직선 주행에서는 안정적이었지만 코너링에서는 바퀴가 작아 불안하지 않을까 바짝 긴장을 하고 주의를 기울였다. 코너링을 하면서 바깥쪽 페달을 다리로 꼬옥 눌러주니 로드바이크와 별반 다르지 않게 안정적으로 코너를 빠져나간다.

나중에 집에 돌아와 버지 X11에 대해 찾아봤다. 공기역학 성능과 강성까지 높인 휠, 턴의 기술적 집약이라고 하는 T-튠 지오메트리까지 턴의 다른 자전거보다 더 안정적이고, 힘 전달이 효율적이게 설계한, 눈이 빙글빙글 돌 정도로 기술을 쏟아 부는 자전거란다. 덕분에 라이딩 중에는 체감상으로 큰 바퀴 자전거와 별 차이 없는 주행성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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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가속되고 꽤 속도가 붙어도 불안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주행성과는 다른 이야기지만, 핸들바를 잡고 있는 파이시스 3D 핸들포스트에 대한 칭찬은 꼭 해야겠다. 비슷한 미니벨로를 타고 있기에 핸들포스트가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지 잘 안다. 바퀴가 작은 미니벨로는 헤드튜브가 현저히 낮기 때문에 라이더의 주행 자세와 안정적인 조향을 위해 핸들포스트를 쓴다. 그런데 버지 X11의 핸들포스트는 내가 경험한 미니벨로 중에 단연 으뜸이다. 강성과 내구성을 제일 덕목으로 만들었는지 라이딩하는 동안 내가 원하는 조향이외에 어떠한 불필요한 동작이나 유격이 느껴지지 않는다. 프레임처럼 폴딩 시 접는 부분인데, 이중 안전장치가 잠겨 라이딩 중 접히거나 움직일 염려가 없다.

손쉽게 가지고 다닐 수 있는 로드바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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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버지 X11은 어디든 손쉽게 가지고 다닐 수 있는 로드바이크다.

혹시라도 스포티한 라이딩을 즐기지 않는 사람은 허리를 쭉 펴고, 편안한 라이딩 포지션으로 만들 수도 있다. 라이딩에 앞서 스템을 세팅할 때 보니 각도를 90도까지 펼 수도 있던데, 이러면 핸들바가 한 5㎝ 쯤 높아지고 로드바이크 같은 라이딩 자세에서 편안하고 느긋한 자세로 바꿀 수 있다. 좀 과장하면 하나의 자전거로 두 가지 자전거를 즐길 수 있다고 할까.

라이딩을 마치니 버지 X11에 대해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을것 같았지만, 지금 쓰는 이 시승기를 위해 말을 아꼈다. 집으로 돌아와 버지 X11에 대해 찾아보았는데, 내가 느낀 버지 X11보다도 더 많은 버지 X11이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누군가는 카고 랙에 패니어를 달아 여행을 떠날 수도 있을 것이고, 혹은 장바구니를 달아 쇼핑에도 이용할 수 있다. 또 헤드튜브에 캉가 렉을 장착해출근 가방을 챙겨서 회사로 출근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턴은 일상의 모든 부분을 함께 할 수 있는 팔방미인을 만들고 싶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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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계속 생각이 나고 타고 싶은 자전거가 될 것 같다.

그 중에 내가 느낀 버지 X11은 ‘어디든 손쉽게 가지고 다닐 수 있는 로드바이크’다. 가볍고, 빨랐으며, 파워풀하기까지 했다. 접으면 내 차 트렁크에 넉넉하게 들어가서 가지고 다니기에도, 보관도 용이하다. 시승 후에도 계속 생각이 나고 타고 싶은 자전거다.

시승 후 가장 아쉬운 점이라면 접은 버지 X11을 내 차 트랭크에 넣었을 때, 그대로 실고 도망쳐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다. 시승 의상도 잘못 선택했다. 빕숏에 저지를 입고 갔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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