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사진 : 신용윤
독일의 사이클로크로스 선수이자 세계챔피언 출신인 마이크 클루지(Mike Kluge)가 설립한 포커스는 로드바이크와 산악자전거를 비롯해 시티바이크, 전기자전거, 용품, 의류까지 내놓고 있는 자전거 전문 업체다.
포커스는 종전까지 로드바이크의 이름을 남미의 지명에서 차용했는데, 자사의 대표적인 레이스 바이크엔 스포츠에 대한 열정을 고스란히 담은 이름을 붙였다. 100년 동안 분화를 지속했다는 엘살바도르의 화산 ‘이자르코(Izalco)’가 바로 그 이름이다.
그랜드투어를 위한 자전거
이자르코 시리즈는 타임트라이얼바이크인 이자르코 크로노 맥스, 인듀어런스바이크인 이자르코 에르고라이드, 올라운드바이크인 이자르코 맥스가 있는데, 좌장격인 이자르코 맥스는 2014년 처음 등장했다.
이전의 기함은 경량 로드바이크인 이자르코 SL이었는데, 포커스가 후원하는 UCI 월드 팀 AG2R-라 몬디알은 이 자전거가 그랜드투어의 가혹한 조건과 스테이지 레이스라는 특수한 상황에 있어 미흡한 면이 있다고 판단한다. 이에 포커스는 그랜드투어를 위한 새로운 올라운드바이크를 개발했는데, 이 자전거가 바로 이자르코 맥스다.
이렇게 탄생한 이자르코 맥스는 전작에 비해 매우 심플해 졌다. 튜빙은 아주 간결하면서도 높은 강성을 확보했고, 프레임 안으로 지나던 케이블을 밖으로 꺼내 정비성과 조작성을 높였다. 한 마디로 군더더기 없는 레이스를 위한 자전거로 만든 것.
지오메트리 또한 바꾸었다. BB 중심에서 헤드튜브 중심 상단까지의 수직거리를 스택, 수평거리를 리치라고 하는데, 이 두 수치는 상체를 숙이고 앞으로 뻗는 라이딩 자세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수치다.
스택의 경우는 사이즈에 따라 3~13㎜까지 높이를 높였음에도 현재의 여타 올라운드와 비교해 그 절대적인 수치가 꽤 낮은 편이다. 한편, 리치의 경우엔 54(M) 사이즈를 기준으로 작은 사이즈들은 3~6㎜ 길이를 줄였고, 큰 사이즈들은 6~13㎜ 길이를 늘였다.
작은 사이즈의 리치 변화가 완화된 것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타 올라운드 로드바이크들과 비교해보면, 한두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공격적인 자세를 요한다.
전 모델 동일한 프레임
이자르코 맥스 완성차는 적용되는 부품등급에 따라 5가지(림 브레이크 모델 기준)가 있는데, 프레임만큼은 등급을 나누지 않고 모두 동일하다. 즉, 팀 모델인 이자르코 맥스 팀 AG2R이나 본 기사의 주인공인 이자르코 맥스 울테그라가 같은 프레임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
2017 이자르코 맥스 울테그라는 시마노 울테그라 6800 풀셋이 적용됐으며, 크랭크셋은 52/36T, 스프라켓은 11-28T를 쓴다. 핸들바는 3T 에르고노바, 스템은 컨셉 EX이며, 시트포스트는 풀카본인 컨셉 CPX 플러스 27.2㎜, 안장은 망간 레일을 적용한 피직 안타레스 R5이다.
휠셋은 실런트와 함께 튜브리스로 세팅할 수 있는 DT 스위스 스플라인 R23이고 타이어 또한 튜브리스 타입인 슈발베 프로 원 25C를 쓴다. 최근 부쩍 튜브리스 휠셋이 완성차에 적용되고 있는데, 뛰어난 접지력은 물론 펑크가 나더라도 예비 튜브만 있으면 간단히 클린처로 전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자르코 맥스 울테그라는 스템과 핸들바 같은 일부 부품을 2016 모델에 비해 다운그레이드한 대신, 가격을 기존보다 64만원 인하했다. 색상은 기존 색상을 반대로 적용해 빨강 바탕에 검정을 포인트로 썼는데, 종전의 색상보다 깔끔하고 발색도 좋다. 국내에는 48, 50, 52, 54, 56까지 다섯 가지 사이즈가 출시됐다. 가격은 495만원.
시승 :임건엽
포커스 이자르코 맥스라고 하면 UCI 월드 팀, AG2R 라몬디 알의 팀 바이크라는 게 가장 먼저 떠오른다. 소위 프로 팀의 레이스 바이크인데, 일반적인 로드바이크는 이런 팀 모델을 기준으로, 프레임의 등급은 낮춘 보급형 모델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자르코 맥스는 모든 모델이 팀 바이크와 동일한 프레임과 레이스에 당장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부품들로 구성된 것이 놀랍다. 더구나 시마노의 고급 부품등급인 울테그라로 구성한 오늘의 시승 자전거가 가장 하위 모델이라니, 라인업부터 ‘나는 레이스 바이크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공격적인 라이딩 자세
포커스 이자르코 맥스 울테그라의 첫인상은 강렬했다. 매끈하고 심플한 튜빙의 빨간색 프레임이 매우 강하고 정열적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첫인상이 좋아서인가 라이딩도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시승평을 미리 말하자면 나처럼 평지와 오르막을 가리지 않고 즐기는 라이더에게 적합한 모델이다. 말로 표현하고 보니 언뜻 흔한 올라운더처럼 들릴 수 있는데,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력적인 부분들이 속속 드러난다.
시승은 평소 즐겨 찾는 유명산 인근을 라이딩 했다. 이자르코 맥스는 헤드튜브가 짧으면서 높이도 꽤 낮은 편이라, 라이딩 자세가 무척 공격적이다. 그 때문인지 평지를 항속할 때 상당히 안정적이고, 조향 컨트롤 또한 나무랄 데 없다.
스프린트를 할 때 페달링에 대한 민첩한 반응이며, 업힐에서 힘주는 대로 거침없이 나아가는 점은 한동안 깊숙이 묻어두었던 기종변경에 대한 갈망을 다시 고개 들게 한다.
유명산 정상을 지나 다운힐을 하면 연속적인 코너링이 나오는데, 포크가 프레임에 비해 다소 가늘고 여려 보여 혹여 불안함이 있을까 우려했지만 기우였다. 오히려 진동감쇠성이 좋아 높은 속도에서도 안정적이고, 깔끔한 코너링이 가능하다.
이자르코 맥스는 케이블이 모두 프레임 밖으로 꺼내져 있다. 대다수의 고급 로드바이크들이 이물질의 유입이 적어 관리가 편하다는 이유 또는 깔끔한 외관을 얻는다는 이유로 케이블들을 프레임 안으로 넣는 것과 상반된 모습인데, 일장일단이 있어 보인다.
우선 이자르코 맥스는 케이블이 프레임 안으로 지나가는 내 자전거보다 라이딩 중 브레이크의 조작성이 뛰어나고, 변속 반응이 빠르다. 또한, 케이블을 탈거해서 정비하고 재설치하는 것도 이너 케이블루트 방식보다 편리하다. 이런 점은 태생이 레이스 바이크인 이 자전거에게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다만 이런 원활한 성능을 온전히 유지하기 위해서는 팀 미캐닉 만큼 바지런히 관리해주는 주인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이다.
휠셋은 튜브리스 세팅을 할 수 있는 DT 스위스의 R23 스플라인이었는데, 시승 시엔 튜브를 넣은 클린처 세팅이었다. 고급 카본 휠셋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주행진동도 적고 구름성도 좋아 나무랄데 없는 주행성을 보였다. 개인적으로는 튜브리스 세팅했을 때의 더욱 풍부한 접지력을 느껴보지 못한 것이 내심 아쉽기만 하다.
페달링에 대한 정직한 응답 돋보여
앞서 이자르코 맥스를 타면서 느낀 라이딩 자세나 주행성, 정비성 등등을 말했는데, 시승 내내 가장 돋보이는 점을 꼽으라면 단연 페달링에 대한 응답성이었다.
라이딩 중 업힐을 하다보면 내가 페달링에 들인 힘만큼 자전거가 제대로 나아가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물론 피로감에서 드는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이자르코 맥스를 시승하고서는 그 의문이 몸으로 느끼는 진실 된 피드백이 아닌가 싶다.
이자르코 맥스는 내가 쓰는 힘만큼 정직하게 나아간다. 정신없이 클라이밍을 하다보면 자전거와 내 몸이 하나가 된 것 같고, 어떤 아쉬움도 없이 자전거와 내 페달링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는 그런 자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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