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 한동옥
현재 콜나고를 대표하는 로드바이크는 두 가지다. 하나는 타데이 포가챠를 2020 투르 드 프랑스의 종착지, 개선문까지 태워간 V3Rs로 가벼운 무게와 높은 강성 그리고 뛰어난 에어로다이내믹 성능까지, 경쟁과 승리를 위한 조건을 고루 갖췄다. 다른 하나는 C64로, V3Rs와는 다른 접근방법으로 완성된 자전거다. 모노코크 구조가 아니라 무게면에서 패널티를 지닌 러그 방식의 로드바이크다. 90년 중반 데뷔해 수많은 레이스 우승을 거머줘지면서, 카본 로드바이크는 프로 사이클링 무대에서 사용하기엔 약하다는 편견을 깬 전설적인 로드바이크 C40의 전통을 잇고 있다. 카본 튜브와 러그 제작과 가공, 접착 그리고 도색까지 모두 이탈리아에서 이뤄지는 C64에는 콜나고의 헤리티지가 가득 담겨 있다.
C 시리즈의 역사
미캐닉으로 유명했던 에르네스토 콜나고가 자신의 이름을 건 공방을 마련한 것이 1954년. 콜나고 C 시리즈의 네이밍은 모두 여기에서 시작된다. 콜나고의 창립년도로부터 지나온 해만큼의 숫자를 이름으로 부여받기 때문이다.
콜나고는 1986년, 페라리와 협업을 통해서 컨셉이라는 카본 자전거를 공개했다. 판매를 위한 모델이 아니었지만, 카본 모노코크 구조와 유압식 브레이크, 기어박스 등 미래를 내다보고 만든 것 같은 기술이 가득 담긴 자전거였다. 콜나고는 페라리와의 협업을 이어가 1989년, C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C35를 공개했다. 이름의 알파벳 C는 카본, 숫자 35는 콜나고 설립 35주년을 의미했다.
1994년, 콜나고의 창립 40주년을 기념해 공개된 C40은 1990년대 프로 사이클링 무대에서 맹활약한 마페이 팀의 경주차로 유명했다. 러그에 카본 튜브를 끼워 접합한, 지금의 C64와 같은 레시피로 만들어진 C40은 프로 사이클링의 무대가 머지 않아 카본 자전거로 채워질 것이라는 것을 예고했다. 하지만 이런 C40도 데뷔 초기에는 금속 소재의 프레임보다 내구성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과 싸워야만 했다. 프레임뿐만 아니라 포크까지 모두 카본으로 만들어진 C40은 악명 높은 코블 스톤이 깔린 ‘북쪽 지옥’ 파리-루베를 완주하지 못하고 부숴질 것이라는 루머가 마페이 팀의 감독 그리고 선수들까지 전해졌다. 하지만 실전에 투입된 C40은 이런 루머가 경쟁 팀의 시기에서 비롯됐음을 증명했다. 1995년, 카본 자전거로는 최초로 파리-루베를 우승했고 2000년까지 6번의 파리-루베에서 5번의 승리를 거뒀기 때문이다. C40은 10년 뒤 후속 모델인 C50에게 바통을 넘겨주기 전까지, 마페이 팀에서만 650회 이상의 레이스 우승을 가져다 주며 대성공했다.
콜나고는 2004년, 50주년을 맞아 C40의 후속 모델인 C50을 공개했다. C40보다 직경이 커진 카본 튜브를 탑튜브와 다운튜브에 적용해서 프레임의 강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C50은 경량 버전과 고강성 모델 등 여러 파생 모델을 탄생시켰다.
2011년 공개한 C59는 콜나고의 유명한 스틸 프레임인 마스터와 유사하게 성형된 다운튜브가 특징이다. 새로운 디자인의 시트스테이는 승차감 개선에 큰 역할을 했다. 이탈리아 포뮬러 사와 함께 개발한 디스크 브레이크를 단 C59 디스크도 선보였는데, 로드바이크에 유압식 디스크 브레이크를 최초로 장착한 자전거로 기록됐다.
창립 60주년을 기념하는 C60은 2014년 등장했다. C59보다 직경이 더 크지만 두께는 얇은 튜빙을 사용해서 강성 향상과 경량화를 동시에 노렸다. 스레드핏 82.5 대구경 BB가 채용되었고, 외관상으로는 현행 모델인 C64와 흡사했다.
전통과 최신 기술의 결합, C64 등장
2018년, 현행 모델인 C64가 공개됐다. 외관은 C60과 비슷하지만 공유하는 부품이 단 하나도 없을 정도로 완전히 새로운 설계로 만들어졌다. 우선 C60보다 상당한 다이어트가 단행됐다. 림 브레이크 버전은 프레임과 포크에서만 160g을 줄였고, 시트포스트와 페인트 등 프레임을 구성하는 모든 부분에서 추가로 무게를 덜어내서 C60 대비 총 200g을 감량했다. 디스크 브레이크 버전은 더 극적이다. 270g이나 가벼워졌다.
무게를 크게 줄이면서도 강성은 증가 또는 유지됐다. 헤드튜브는 C60과 비슷한 모양인데, 카본 제작 기술의 발전 덕분에 C60보다 얇게 만들어서 무게를 줄이면서도 강성을 증가시킬 수 있었다고. 표면의 마감을 3K 카본에서 UD 카본으로 변경한 것도 무게 감량 효과가 있었다. UD 카본은 헤드튜브 뿐만 아니라 프레임 전체의 마감 소재로 사용됐다. C60에 비해서 BB와 헤드튜브의 강성은 증가됐고, 뒤삼각의 측면 강성은 동일하다.
콜나고가 C40부터 이어오고 있는 러그 방식은 러그에 튜브가 삽입되는 부분만큼 소재가 겹쳐서 무게가 증가하게 된다. 그래서 최신 로드바이크 대부분은 가볍고 강한 프레임을 만들 수 있는 모노코크 타입이다. 콜나고는 러그 타입 구조를 유지하면서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 몇 가지 새로운 방법을 동원했다. 그 중 대표적인 부분이 러그 일체형 시트튜브다.
C64가 C60과 구조적인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인데, C60을 포함한 이전 모델들은 러그와 시트튜브가 각각의 부품으로 만들어져서 접합됐다. 이와 달리 C64는 시트튜브와 일체형으로 만들어진 러그에 탑튜브와 시트스테이가 끼워진다. 러그 일체형 시트튜브는 무게 감량 효과가 컸을 뿐 아니라, 강성 그리고 승차감 향상에도 도움이 됐다.
프레임 통합형 시트클램프를 사용한 것도 중요한 변화다. 깔끔한 외관을 얻었고 무게도 15g 줄었다. 시트포스트는 튜브의 뒷면을 칼로 잘라낸 것 같은 D자 모양인데, 기존의 31.6㎜ 원형 시트포스트에 비해서 공기역학성능과 승차감이 향상됐다. 프레임 셋에 기본으로 포함되는 시트포스트의 옵셋은 15㎜이고, 0㎜와 30㎜ 오프셋 시트포스트를 별도(35만원)로 구매할 수 있다.
포크의 무게는 355g이다. 전작 C60 포크의 드롭아웃은 알루미늄이었는데, C64는 카본화했다. 폭이 넓은 타이어를 수납할 수 있도록 포크의 길이가 5㎜ 길어진 것도 변화점 중 하나.
시트튜브와 상단 러그를 한 조각으로 만들어서 무게를 줄인 것처럼, 드롭아웃은 체인스테이와 한 조각으로 만들었다. C60은 체인스테이와 시트스테이에 드롭아웃이 접합되는 형식이었는데, 체인스테이와 드롭아웃이 통합된 C64는 동일한 측면강성을 유지하면서 무게가 줄었고 승차감은 향상됐다. 캘리퍼를 고정하기 위한 플랫마운트도 체인스테이와 함께 성형했다.
뒷삼각 디자인은 디스크 브레이크 버전과 림 브레이크 버전이 서로 다르다. 디스크 브레이크용 프레임은 12㎜ 스루 액슬로 드롭아웃 좌우를 강하게 체결하기 하기 때문에 프레임의 강성 증가에 도움을 준다. 따라서 림 브레이크용으로 같은 수준의 강성을 내려면 디스크 버전보다 체인스테이를 보금 더 넓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C64 림 브레이크 버전은 최대 28㎜ 타이어까지 사용이 가능하고, 디스크 브레이크 버전은 더 굵은 타이어도 쓸 수 있다.
C64의 BB셸에는 스레드핏 82.5 BB가 장착된다. 나사산 방식의 신뢰성과 프레스 핏 BB의 대구경 스핀들이 갖는 장점을 고루 취하기 위해서 콜나고가 만든 규격으로, 카본 BB셸 안에 나사산이 가공된 알루미늄 슬리브를 접착한 뒤 그 위에 스레드핏 82.5 BB를 장착하는 시스템이다. BB셸의 너비는 82.5㎜이고 브래킷의 직경은 45㎜다. 세라믹스피드가 제작한 세라믹 베어링 버전이 시마노나 스램, 캄파뇰로용으로 별도 공급된다.
시승한 C64 디스크는 3가지 디자인(메탈릭 블랙, 마페이 팀, UAE 팀)의 스페셜 버전 중 마페이 팀 컬러를 입은 모델이다. 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C64의 선조인, C40으로 파리-루베를 5번이나 제패하고 수많은 승리를 콜나고에게 안겨준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프로 사이클 팀으로, 지금도 많은 팬들이 추억하고 있다. 스페셜 버전은 기본형보다 40만원씩 추가되어, 림 브레이크 버전(기본형 600만원)의 스페셜 모델 프레임 셋 가격은 640만원, 디스크 브레이크 버전(기본형 670만원) 프레임 셋은 710만원이다.
100% 이탈리아 생산
C64는 카본 튜브와 러그의 제작부터, 조립 그리고 도색까지 모든 생산 과정이 이탈리아에서 이루어진다. 콜나고의 본사는 밀라노에서 차로 40분 정도 동쪽으로 달리면 도착하는 작은 도시, 캄비아고(Cambiago)에 위치한다. 본사의 바로 건너편에 콜나고의 창업자, 에르네스토 콜나고의 자택이 있고, 이 자택에 C64 프레임이 만들어지는 공장이 붙어있다.
창업자의 자택에 붙은 공장에서 숙련된 작업자들이 이탈리아에서 제작한 카본 튜브와 러그를 수작을 통해서 다듬고 절단한 후, 특수한 카본 접착제를 발라서 러그에 튜브를 끼워넣는다. 각 사이즈 별로 마련된 지그에 접착체를 바른 프레임을 고정하고 상온에서 1시간 가량 접착제를 말린 다음, 오븐에 넣어 열을 가하면 접착제가 완전히 경화되어 프레임을 구성하는 러그와 튜브들이 단단한 한 덩어리의 프레임으로 변신한다. 이후, 도색을 위한 표면 마무리와 드릴 작업, 디레일러 행어 등 하드웨어를 부착하고 나면, 도색을 위한 여행을 떠나게 된다. 도색은 기울어진 사탑으로 유명한 피사 인근에 있는데, 숙련된 아티스트들이 C64에 다양한 컬러를 입히고, 데칼을 붙인다. 도색 작업이 완료되면 C64 프레임들은 캄비아고 본사로 이동한다. 프레임 셋이 박스에 넣어져 전 세계의 콜나고 디스트리뷰터에게 배송되거나, 완성차로 조립된다.
First Ride Impression
“전통에 최신 기술을 더하면”
박창희(바이크컴퍼니)
C64를 처음 탄 날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많은 브랜드의 내로라하는 로드바이크를 경험해보았으나 C64의 주행 질감은 처음 접해보는 것이어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처음 페달링하는 순간부터 믿음직한 프레임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는데, 헤드튜브와 포크로 구성되는 전면부의 강성이 특히 인상적이다. 극한까지 밀어붙이며 시험해보려 해도 C64는 여유롭기만 하다.
레이스의 결승 스프린트처럼 강하게 자전거를 흔들며 체중을 실어 페달링을 해도 자전거는 조금도 휘청이지 않느다. 나의 힘이 자전거로 전부 옮겨져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다른 자전거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고속 다운힐 시의 안정감은 불안감을 없애준다. 덕분에 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다운힐을 할 수 있다.
카본 로드 프레임은 무게와 공기역학적인 면에서 강점을 보이는 모노코크 타입이 대부분이다. 콜나고는 수제작 방식의 러그 프레임으로 전통을 잇고 있는데, 불리하다고 할 수 있는 부분들을 최신 기술을 적용해 보완하고 극복하면서 아름다운 형상으로 프레임을 완성하고 아름다운 컬러와 데칼로 마감해 소비자의 미적 욕구를 충족시킨다.
비싸고 성능 좋은 기함을 한 대 산 것이 아니라, 장인이 한땀한땀 손으로 공들여 만든 예술작품을 소장한다는 느낌이라면 과장일까? 하지만 ‘타는 맛’ 외에 ‘보는 맛’과 ‘소장의 맛’까지 가진 것은 분명하다.
C64는 C 시리즈의 전통을 지켜서 만든, 콜나고의 철학이 담긴 자전거다. 다른 자전거보다 더 가볍거나 공기역학성능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사이클리스트들을 매료시키는 요소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그 요소들은 다른 자전거에서는 찾기 어려운 것들이다. 때문에 빠르고 가벼운 자전거는 많아도, C64를 대체할 수 있는 자전거는 없다고 단언한다.
■ 오디바이크 www.odbike.co.kr ☎(02)2045-7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