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겨울, 콜나고가 투르 드 프랑스 2연승을 달성한 성공적인 레이스 바이크 V3Rs의 후속 모델인 V4Rs를 공개했다. 정식으로 선보이기 전에 한 시즌 동안 월드투어 무대에서 프로토티포라는 이름으로 실전 테스트를 거쳤고, 카본 적층 설계가 다른 여러 프로토피포 중 최종적으로 선택된 모델에 이름 ‘V4Rs’가 부여되었다.
콜나고는 1989년, 페라리와 협업해 C 시리즈를 탄생시켰다. 첫 모델은 C35였으며, 1994년에는 가혹하기로 유명한 클래식 경기 파리-루베를 다섯 차례나 우승한 C40이 등장했다. 러그에 스틸 튜브를 끼워서 만드는 전통적인 제작 방식에 카본을 적용해서 전통과 최신기술 그리고 이탈리아 수제작이라는 감성을 더한 C 시리즈는 C50과 C59 그리고 C60과 C64를 거쳐 최신 모델인 C68로 거듭났다.
C 시리즈가 C60으로 업데이트된 2014년, 콜나고는 최초의 V 시리즈 모델인 V1-r을 공개한다. 레이스에서 승리하기를 원하는 라이더를 위해 만들어진 V1-r은 C 시리즈와 달리 카본 모노코크 구조이고 윈드터널에서 프레임의 모양을 다듬었다. 철저하게 속도와 효율을 추구한 결과다. 바텀브래킷 부근에 설치하는 다이렉트 마운트 브레이크는 당시의 유행을 보여준다. 프레임을 구성하는 모든 튜브가 공기역학적으로 디자인되었으며, 풍동실험에서 얻은 데이터를 통한 디자인은 다음 모델인 V2-r과 V3Rs까지 영향을 미쳤다.
3년 후인 2017년, 콜나고는 V 시리즈의 두 번째 모델인 V2-r을 선보였다. 뒤 브레이크가 원 위치인 시트스테이로 옮겨지면서 28㎜ 타이어까지 쓸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됐고, 탑튜브에 마련된 시트 웨지로 시트포스트를 고정하면서 보다 깔끔한 외관과 공기역학적인 이득을 챙겼다. 퍼포먼스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바텀브래킷의 강성을 증가시켰고, 전체적인 공기역학성능이 향상됐다.
2019년에는 기존 두 모델보다 더 가볍고 강하며, 공기역학성능 또한 크게 향상된 V3Rs가 등장했다. UAE 팀 에미레이트의 타데이 포가차가 V3Rs로 투르 드 프랑스와 리에주-바스토뉴-리에주와 지로 디 롬바르디아 같은 모뉴먼트 클래식 경기에서 우승하면서, 어떤 지형 조건이나 레이스에서도 활약할 수 있는 올라운드 자전거 개념을 입증했다.
큰 무대에서 성공한 V3Rs의 후속모델을 설계하는 것은 콜나고 엔지니어들에게 큰 도전이었다. 그들이 선택한 것은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의 자전거 개발이 아니라, 성능이 입증된 레이스 바이크 V3Rs의 성능을 한차원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진화’를 선택한 콜나고의 엔지니어들은 V3Rs보다 빠르고, 가벼우면서 강하고, 승차감이 뛰어난 동시에 격한 레이스 상황에서 발생하는 접촉이나 낙차를 견딜 수 있는 견고한 자전거로 완성하길 원했다. 즉, 레이스 승리를 이어가기 위해서 V3Rs의 모든 부분을 개선하겠다는 것.
개발은 2020년 10월, UAE 팀 에미레이트 선수 그리고 기술팀으로부터의 의견을 받는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자전거의 설계와 시뮬레이션이 빠르게 진행되었고, 2021년 봄, 콜나고 내부 테스트를 위한 시제품이 처음 만들어졌다. 레이스 승리가 목적이지만, 기능만을 추구해 못생긴 형태여서는 안 된다. 콜나고의 자전거는 매력적인 모습이어야만 한다. C68 개발과정에서 얻은 모듈러 제작 기술을 바탕으로 여러 디자인의 프로토타입을 제작해 폴리테크니코 디 밀라노 윈드터널에서 풍동실험을 거쳤다. 최종 디자인을 선정한 후, 10월에는 레이스에서 시제품을 실전 테스트할 수 있도록 UCI 인증을 절차를 거쳤다. 그 다음 카본 적층 설계를 다르게 한 소수의 프로토티포(Prototipo, 프로토타입의 이탈리아어)가 만들어졌다.
브랜드조차 새겨지지 않은 프로토티포가 UAE 팀 에미레이트 선수들에게 전달된 건 2022년 5월이다. 2020년과 21년 투르 드 프랑스를 제패한 타데이 포가차에게 두 가지 선택지가 주어졌다. 익숙한 동시에 성능 또한 충분히 입증된 V3Rs로 투르에 출전하는 안전한 방법과 아직 미완성이지만 보다 가볍고 강하며 공기역학적인 프로토티포를 타고 투르 드 프랑스에서 출전하는 것이다. 포가차의 선택은 후자였고, 프로토티포를 테스트했던 나머지 선수들도 모두 V3Rs 대신 프로토피포를 타고 레이스에 출전하기를 원했다.
타데이 포가차는 프로토타입 V4Rs의 반응이 무척 뛰어나서 어택을 하기에 유리하고, 고속에서 안정감이 좋아 다운힐에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오랜 시간 안장 위에서 시간을 보내도 전보다 피로가 덜했다는 점이 프로토티포를 선택한 이유라고 말했다. 프로토피포는 남은 2022년 시즌 동안 투르 드 프랑스 스테이지 우승 3회와 부엘타 아 에스파냐 스테이지 우승 2회를 포함해 총 23회의 승리하면서 그 성능을 입증했다.
콜나고는 V4Rs의 자전거를 구성하는 모든 것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보고 공기역학성능의 개선에 나섰다. 어느 한 부분에서 공기저항을 줄여도 다른 부분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모든 구성 요소를 함께 개발하고 통풍실험을 거쳐야만 전체적인 이점을 얻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실험 조건은 언제나 격한 레이스 상황을 상정해서, 사이클링 컴퓨터와 2개의 물통 케이지 그리고 한 개의 물통을 꽂은 상태로 테스트했다.
공기역학 설계는 자전거의 전면부를 디자인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 부분의 형태가 자전거의 공기저항계수와 항력을 크게 좌우하기 때문이다. 콜라병처럼 가운데가 좁아지는 모양으로 바뀐 헤드튜브는 최대 32㎜ 타이어까지 사용 가능한 새로운 경량 포크 그리고 C68에 먼저 사용된 공기역학적인 카본 일체형 콕핏과 만나 한층 개선된 공기역학성능을 발휘하며 그 결과 전면부의 안정성이 향상됐다. 헤드셋 상단 베어링의 크기를 키워서 D자형 스티어러튜브 없이 케이블이 프레임 안쪽으로 수납되는 것도 중요한 변화다.
V4Rs는 애프터마켓 일체형 콕핏과도 호환되지만, 콜나고 CC.01을 사용했을 때 최고성능이 발휘되도록 설계됐다. 전면부의 공기 흐름에 최소한의 영향을 주도록 설계되었으며, 강성 희생 없이 V3Rs 콕핏 대비 16%의 공기저항 감소를 이뤄냈다. 공기저항을 최소화하시키 위해 함께 개발된 3D 프린팅 사이클링 컴퓨터 서포트는 50㎞/h로 주행 시 0.75와트를 아낄 수 있다고.
폴리테크니코 디 밀라노 윈드터널에서 진행된 V3Rs와의 비교 실험에서 V4Rs는 모든 상황에서 공기역학성능이 향상되었음이 확인됐다. 테스트는 자전거가 고정된 상태(물통 케이지와 물통 그리고 3D 프린팅 서포트로 고정된 사이클링 컴퓨터를 부착)에서 바퀴만 회전하는 상태 와 레이스 상황을 재현하기 위해서 실세로 라이더가 탑승해서 90rpm으로 페달링을 하는 두 가지 조건으로 진행했다. 그 결과, 사용한 휠셋에 따라 4~7%의 공기역학 개선이 나타났고, 라이더가 탑승했을 때는 최대 5%의 개선이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V4Rs는 V3Rs 대비 프레임의 무게는 미세하게 늘었지만 시스템 무게는 크게 감소했다. 50s 사이즈 기준으로 도색이 준비된 프레임(모든 하드웨어 장착 상태)의 무게는 3g 늘어난 798g이지만, 15g이나 감량된 신형 포크(375g) 덕분에 프레임 세트의 무게는 12g 가벼운 1173g이고, 여기에 신형 콕핏과 헤드셋이 더해진 시스템 무게는 1668g이다. V3Rs(1715g)보다 47g 가벼워졌다.
콜나고는 V4Rs를 탄 선수들이 레이스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발휘할 수 있도록 프레임 각 부분의 강성을 최적화시켰다. 카본을 다르게 레이업한 여러 대의 프로토티포를 만들었고, 최종적으로 선수들에 의한 실전 테스트를 통해서 카본 적층 설계와 강성이 결정됐다. 콜나고는 프레임과 포크를 고정한 상태에서 측정한 강성 수치 외에도 극도의 스트레스가 가해지는 레이스 상황에서의 실제 동적 강성을 중요하게 여겨서, 스프린트 포지션과 클라임 포지션(안장에 앉아서)으로 구분해서 강성을 테스트했다.
스프린트 포지션에서는 핸들바를 당기고 누르는 동작을 통해서 프레임의 전면부에 큰 하중이 전해지고, 자전거가 좌우로 기울어진 상태에서 BB에 극히 높은 페달링 파워가 쏟아지게 된다. V4Rs는 휨, 비틀림 강성 등이 중요한 스프린트 포지션에서 V3Rs 대비 4%의 강성 향상을 보였고, 핸들바에 실린 무게가 줄어드는 동시에 안장과 페달에 체중에 더 실리는 클라임 포지션에서는 5%의 강성 향상을 이뤘다.
지오메트리는 리치와 스택이 수정됐다. V3Rs 대비 리치가 사이즈에 따라서 2~6㎜ 길어졌고, 스택 또한 비슷한 비율로 길어졌다. 지오메트리의 변화는 UAE 팀 선수들의 피드백을 반영한 부분이며, 보다 앞으로 뻗은 에어로 포지션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프레임 사이즈에 따라서 408~414㎜였던 체인스테이의 길이는 408㎜로 통일됐다. 프레임의 사이즈가 커질 때 리치가 선형적으로 비례해 길어지도록 변경되어서 사이즈 선택과 피팅이 쉬워졌다.
V4Rs는 총 7개 사이즈(420, 455, 485, 510, 530, 550, 570)로 생산되며, 컬러는 레드(RVRD), 블랙(RVBK) , 화이트(RVWH)와 UAE 팀 에미레이트 컬러인 SDM3 그리고 UAE 팀 ADQ의 컬러 WT23까지 총 다섯 가지다. 프레임 세트의 가격은 880만원이고, 일체형 콕핏인 CC.01은 135만원이다.
시승한 V4Rs는 UAE 팀 에미레이트 팀 컬러를 입었다. 그룹셋은 시마노 듀라 에이스 Di2이고, 콜나고 CC.01 카본 일체형 콕핏과 펄크럼 레이싱 윈드 400 카본 휠셋 조합이다. 가격은 1750만원이다.
시마노 울테그라 Di2와 스램 포스 이탭 AXS 사양도 함께 공급되는데, 휠셋은 펄크럼 레이싱 윈드 400과 레이싱 600 두 가지가 매칭된다. 울테그라 Di2 사양 완성차는 1300만원(레이싱 윈드 400)과 1150만원(레이싱 600)이고, 포스 이탭 AXS 사양은 1260만원(레이싱 윈드 400)과 1100만원(레이싱 600)이다.
test ride impression
“실력있는 라이더에게 어울리는 레이스용 자전거”
조선(메리다 레이싱팀)
옐로우 저지를 입은 타데이 포가차를 2년 연속으로 샹젤리제까지 태우고 간, 너무나 유명한 자전거 V3Rs의 후속 모델인 V4Rs. 작년에는 프로토티포라는 이름으로 카본 적층 설계를 달리한 여러 가지 프레임이 실전 테스트에 동원됐고, 올해부터는 공식 공개를 거쳐서 클래식 경기부터 투르 프 프랑스까지 다양한 무대에서 활약 중이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UAE 팀 컬러를 입은 V4Rs를 만났다.
안장 높이를 조절하고 스피스플레이 파워미터 페달을 장착하면서 프레임을 천천히 살펴봤다. 지난 12년 동안 투르 드 코리아 스페셜 경기에 출전해온터라, 매해 각 브랜드의 플래그십을 비교해서 접할 기회가 있었다. 많은 브랜드의 최상급 모델에 익숙해져서 조금은 높아진 눈높이로 V4Rs의 도장 상태와 마감을 확인했다. 잠시 살펴 봤을 뿐인데도, 디테일이 살아있다. 굳이 이 정도까지 할 필요가 있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레이스용 자전거는 무게가 늘어가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서 페인트 사용을 최소화하는 경향이 있다. V4Rs도 같은 접근을 했지만 디테일에서 차이가 난다. 페인트를 적게 사용할 수 있는 검은색으로 프레임을 칠한 뒤,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서 펄을 가미한 짙은 그레이로 입체감을 부여했다. 색이 만나는 부분은 페이드 처리하거나 단차 없이 깔끔하게 마무리한 것이 돋보인다. 프리미엄 브랜드다운 마감이다.
변속 레버의 각도와 안장 위치 그리고 타이어 공기압을 조정한 후, 자전거에 올라 브레이크 조작감을 확인하는 것으로 테스트 라이드 준비를 마쳤다. 약간의 조바심과 함께 평소 훈련 코스로 익숙한 풍점고개(강원도 원주시 부론면)로 향했다.
경사가 심해지면 가벼운 댄싱이 무거운 댄싱으로 바뀌어 갔지만, 가볍고 경쾌하게 따라와 주는 뒤쪽 움직임에서 프레임의 태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짧고 단단한 체인스테이 덕분이다. 다만 ‘너무 가볍게 움직이고 무게 중심이 다소 높은 게 아닐까?’라는 의구심도 들었지만, 이어지는 깊고 빠른 다운힐 헤어핀에서 곧바로 해소되었다.
다소 거친 노면을 가진 강원도의 급한 경사의 깊고 짧은 헤어핀을 연속으로 통과해도 높은 강성에 비해서 안정적으로 노면을 따라 나가는 모습에서 오늘 처음 접한 자전거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편안함을 전달 받았다. 업힐도 좋았는데, 다운힐과 코너에서는 더 좋은 게 아닐까? 당장 주말로 예정된 킹오브트랙에 데려가고 싶을 정도로 느낌이 좋다.
이어지는 코스는 일명 낙타등. 우리나라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짧은 업힐과 코너가 이어지는 테크니컬한 코스로 속도를 높여 돌입했다. 한두 개의 코너와 업힐을 공략 중에 갑자기 강한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한다. 평소 우천에 강하다고 자부하지만 처음 타는 자전거라 적응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점에서 스스로 조금 약해지려는 찰나, V4Rs를 믿을 수 있다는 느낌이 전해졌다. 오랫동안 함께 했던 자전거처럼 안정적인 라인과 속도를 만들어낼 수 있었고, 특히 원하는 지점에서 재가속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자연스럽게 속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마치 에러 없는 기계처럼 머릿 속의 느낌대로 움직여줬다.
거짓말처럼 십여분 지나 해가 나고 바닥이 마르기 시작한다. 남한강대교(부론면)를 건너서 이어지는 평지 구간을 높은 자세에서 낮은 자세로 다시 스프린트로 이어가며 계속 몰아 붙였다.
아직 정확한 힘전달이 미숙해서 그런지 일관된 반응성에 조금 당황했다. 파워의 가감과 체중이동에 따라서 프레임의 탄성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강한 강성에서 오는 느낌인지 아니면 안정감인지 파악할 시간이 조금 더 필요했다.
요약하자면, V4Rs는 V 시리즈 최신 모델답게, 실력 있는 라이더에게 어울리는 레이스용 자전거다. 짧은 체인스테이는 반응이 빠르며 가볍게 따라와줘서 느낌이 좋고, BB의 강성은 V3Rs와 같다고 하는데 어떤 상황에서도 강성의 부족함을 느낄 수 없었다. 거친 노면에서도 놀라울 정도로 노면추종성이 좋아서 다운힐 시 안정감이 높고, 과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도장 퀄리티와 마감 수준은 프리미엄 브랜드답다. 아쉬운 점을 하나 들자면, 일체형 콕핏의 드롭이 깊은 편이라 라이더에 따라서 피팅이 조금 까다로울 수 있겠다는 정도다.
■ 콜나고 www.colnago.co.kr
■ 오디바이크 www.odbike.co.kr ☎(02)2045-7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