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 신용윤
엘파마의 카본 로드바이크 레이다가 3년 만에 새로 태어났다. 4세대 모델이 된 레이다는 자사 기함들의 특징을 여러 부분에 반영하여 더욱 다부진 모습의 에어로스타일 올라운드가 됐다.
레이다는 FR1, 퀀텀과 함께 엘파마 카본 로드바이크의 트로이카다. 2013년 칸타타라는 이름으로 첫 발매가 됐으며, 이듬해 프레임을 부분적으로 개선하면서 레이다로 개명했기에 초기 원형을 포함하면 이번이 4세대다.
보급형 카본 로드바이크를 지향했던 레이다는 발매 2년 만에 소위 가격대비 성능 혹은 부품구성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판매점들 사이에선 ‘알루미늄은 에포카, 카본은 레이다’라는 말이 생길 정도였으니 시장의 호응이 어느 정도였는지 가늠할만하다.
2015년 초기 형태를 벗고, 튜빙과 지오메트리를 일신했던 레이다는 4세대에 이르러 다시 한 번 완전히 얼굴을 바꾸었다.
레이다에서 형님들의 향기가 난다
레이다는 과거 보급형 카본 로드바이크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그 이미지를 쇄신하기 시작한 게 전작인 3세대부터다. 늘씬한 튜빙과 최신 유행을 반영한 선호도 높은 색상을 채택하면서 레이다는 엘파마 로드 라인업에서의 역할과 비중이 달라졌다. 4세대 레이다도 이런 부분들에 상당히 신경을 쓴 눈치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변화는 튜빙의 형상이다. 전작이 건강미 넘치는 여성형 프레임이었다면, 신형 레이다는 다부진 남성 그 중에서도 각이 똑똑 떨어지는 군인 같은 모습이다.
프레임에 사용한 카본은 토호 테낵스 UTS50과 토레이카 T700을 사용했다. 엘파마가 G24T로 표기하는 고강도, 표준 강성 탄소섬유들이며, 전작에서 쓰인 카본들과 동일한 수준의 소재들이다.
전작인 3세대는 헤드튜브, 다운튜브, 체인스테이를 오버사이즈 튜빙으로 만들었고, 페달링 시 비틀림 강성을 높이기 위해 시트튜브 또한 BB쪽이 굵은 테이퍼드 타입이었다. 상대적으로 탑튜브와 시트스테이, 포크를 잘록하고 가늘게 만들었으며, 2세대보다 가느다란 27.2㎜ 시트포스트를 쓰면서 탄탄하면서도 늘씬한 분위기를 보였다. 또한 각 튜브의 단면은 원형 또는 타원에 가까웠다.
반면 신형 레이다는 헤드튜브, 다운튜브, 시트튜브가 모두 캄테일 형으로 바뀌었다. 포크 크라운과 헤드튜브가 만나는 부분도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일체감을 높였다. 직선으로 쭉 뻗어 시트튜브와 ㄱ자로 만나는 탑튜브, 튼실한 다운튜브와 BB셸이 군더더기 없는 느낌이며, 전체적으로 선이 굵어 보이지만 실상은 비례가 잘 맞는다.
시트튜브까지 캄테일로 바뀌었다고 기함 형님들처럼 전용 시트포스트를 쓰는 것은 아니다. 시트튜브 상단에 탑튜브 높이에 꼭 맞춘 전용 시트포스트 클램프를 장착해 27.2㎜ 일반 시트포스트를 쓸 수 있게 했다.
시트스테이는 좌우가 넓고 위아래가 얇은 판형이었던 전작과 달리 정사각형에 가깝게 바뀌었다. 시트스테이는 오프셋 타입으로 시트튜브를 지나 탑튜브로 이어지는데, FR1이 사용한 트리플트라이앵글 기법을 그대로 반영했다. 다른 점이라면 시트스테이가 탑튜브가 만나는 부분이 좌우로 훨씬 넓다. 승차감을 위해 시트스테이의 수직변형율은 높이면서 페달링 시 좌우 치우침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다. 한편 체인스테이는 소폭 체적을 줄여 전체적으로 안정감 있는 비율이 됐다.
부담스럽지 않는 지오메트리
신형 레이다는 440, 470, 500, 530, 560까지 총 5가지 사이즈가 준비된다. 전작과 비교하면 최소 사이즈는 10㎜ 작아졌고, 최대 사이즈는 10㎜ 더 커졌다.
레이다는 3세대부터 프레임의 형태와 페인팅 같은 마감까지 보급형 이미지를 벗으려는 노력을 했다. 실제로 3세대의 지오메트리를 보면 스택과 리치가 여타 올라운드 로드바이크와 비교해도 평균 수준이고, 엘파마 로드바이크 중엔 에어로바이크인 퀀텀에 가까울 정도였다. 로드바이크 초보자들이나 장거리 여행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꽤 부담스러운 지오메트리이기에 4세대 레이다는 리치가 소폭 줄이고, 스택을 더 높여 조금 더 편안한 자세를 취할 수 있게 했다. 470, 500, 530 사이즈의 리치는 전작과 비교해 11, 8, 3㎜ 줄었으며, 스택은 각각 4, 11, 6㎜ 높였다. 여기에 최소·최대 사이즈를 조정해 체구가 작은 사람 혹은 체격이 큰 소비자에게 변별성 있는 사이즈를 제시할 수 있게 개선했다.
※리치(Reach), 스택(Stack): 리치는 BB 중심에서 헤드튜브 상단 중심까지의 수평거리이고, 스택은 BB 중심에서 헤드튜브 상단 중심까지 수직거리다(위 지오메트리표의 C와 D). 이 두 수치는 기본적인 조향자세에 영향을 미치는 수치다. 즉 BB를 중심으로 리치가 길어지면 팔을 뻗는 거리가 늘게 되고, 스택이 낮아지면 허리를 더 숙여야 한다.
울테그라 풀셋과 카본 휠이 담긴 선물상자
엘파마 완성자전거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풀셋 부품구성이다. 레이다는 부품구성에 따라 4가지 완성차가 있는데, R8000S과 R8000은 시마노 울테그라, R5800은 105, R4700은 티아그라 부품군이 장착됐다. R4700이 KMC X10 체인을 쓰는 것만 제외하면, 스프라켓과 체인까지도 모두 한 가지 부품군으로 통일됐다. 비단 레이다뿐만 아니라 엘파마의 완성차들은 이렇게 구동계 부품군을 풀셋으로 구성하는데, 소비자 호응도가 무척 높다.
여기에 R8000S과 R8000은 핸들바, 스템, 시트포스트까지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이탈리아 부품사인 데다 엘리먼티(Deda elementi)의 제로 시리즈로 통일시켰다.
R8000S과 R8000의 차이는 휠셋이다. R8000S는 림높이 45㎜인 알렉스림 ALX845C 카본 클린처 휠셋을 달았고, R8000은 DT 스위스 R522 스플라인 알루미늄 휠셋을 쓴 점이 다르다.
R8000S 완성차의 무게는 530 사이즈 7.78㎏(실측치)으로 발표 무게(7.83㎏)보다 조금 가볍다. 프레임 색상은 무광 그레이/레드, 블루, 네온 그린 3가지가 있으며, 가격은 R8000S가 328만원, R8000 215만원, R5800 176만원, R4700이 158만원이다.
참고로 엘파마의 통일된 부품구성이 성에 차지 않는 소비자라면 엘파마의 커스텀 오더를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예를 들어 울테그라 풀셋 구성인 R8000S에서 뒤 변속기만 듀라에이스로 바꿔서 출고 받고 싶다면 대리점을 통해 커스텀 주문을 하고 추가비용을 지불하면 된다.
1997년 군대를 제대한 나는 그 해에 터진 IMF 외환위기 때문에 대학 복학도 못하고 한동안 아르바이트만 해야 했다. 해가 넘도록 돈을 모아 등록금을 내고 나니, 왠지 서글픈 생각이 들어 남은 돈으로 나 자신에게 선물을 주기로 했다.
그게 바로 내 사이클링의 시작이다. 당시로는 흔치않았던 카본프레임에 알루미늄 휠셋이지만 들으면 알만한 최고급 휠셋을 달았고, 최상급은 아니지만 최신의 8단 구동계로 꾸몄었다. 그렇게 자전거에 들어간 돈이 무려 500만원. 부모님은 내가 차를 사는 줄 아셨다가 깜짝 놀라셨다.
이미 40대 중년이긴 하지만 이렇게 아저씨 같은 지난 세월 넋두리를 시작한 이유는 오늘 만난 엘파마 레이다 R8000S 때문이다.
카본프레임, 시마노 울테그라 풀셋, 카본 휠셋까지 달고 이게 328만원이라니······. 20여년의 시간과 물가인상 등 머리가 복잡해졌다가 웃음이 나며 ‘세상 참 좋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익숙하면서 안정감 있는 외관
레이다의 첫인상은 안정감이다. 헤드튜브에서 곧게 내려온 포크는 야무져 보이고, 다운튜브와 BB셸은 튼실하며 듬직하다.
시트튜브를 지나 탑튜브로 이어지진 시트스테이는 90년대 GT의 트리플트라앵글을 떠올리게 한다. 트리플트라이앵글은 금속 프레임 시절, 앞 삼각과 뒤 삼각의 용접 접점을 늘여 단단한 리어스테이를 만들기 위한 구조였다. 2012년 스캇이 카본 로드바이크인 포일에 이 디자인을 접목시키며 이후 유사한 프레임들이 많아졌다. 이 디자인을 채택하는 이유는 스틸 프레임 때와 다를 바 없지만, 카본이 금속에 비해 튜브의 형태를 만드는 성형자유도가 높다보니 이를 채택하는 브랜드마다 추구하는 세부기능들이 달랐다. 단지 구조강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으로만 쓴 것이 아니라 승차감을 개선하거나 혹은 공기역학적인 방법과 접목시키는 등 다른 기능들까지 담도록 변천했다.
프레임의 구조와 형태에선 전형적인 올라운더 느낌의 전작보다 지금의 레이다가 내 취향에 가까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튀는 포인트 색상과 커다란 로고는 옥에 티라는 생각이다. 그레이는 최근 유행하는 색으로 마음에 드는 부분이지만 포인트 색상이 너무 튀고 면적도 넓어 무채색의 차분함을 떨어뜨린다. 더구나 브랜드 로고의 면적 또한 너무 커서 로고를 작고 은은하게 넣는 최신 유행과는 동떨어진 느낌이다.
레이다 R8000S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울테그라 풀셋을 적용한 점이다. 보통 완성자전거에는 단가 절감을 위해 OEM 부품이나 동급의 논-시리즈 부품들을 섞어 쓰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구입한 후 뒷맛이 씁쓸할 때가 많았다. 대부분 스프라켓, 체인을 비롯해 브레이크 암 같이 잘 보이지 않는 부품을 바꾸는데, 레이다 R8000S는 정직하게 모두 울테그라다. 게다가 나머지 컴포넌트인 핸들바와 스템, 시트포스트는 데다 엘리먼티 제로로 산뜻하게 맞췄는데 이런 점도 무척 마음에 든다.
편안한 승차감, 장거리 라이딩에 적합
시승은 경기도 양평 항금리 고개까지 라이딩을 했는데 전체적인 주행감을 한 마디로 말하면 안락했다. 고강성의 기함급 프레임처럼 단단하고 반응이 민첩하진 않지만 오히려 부담 없고 편안했다.
시마노 울테그라의 구동과 변속, 제동성은 익히 신뢰하는 부분이었고, 반신반의 했던 알렉스림 ALX845C 카본 클린처 휠셋 또한 꽤 인상이 좋다.
ALX845C는 림 가운데 폭이 타이어 베드보다 넓은 와이드림이다. 소위 말하는 ‘뚱림’인데 공기역학적으로 유리한 점은 이번 시승만으로 알 수 없는 것이라고 해도 주행품질만큼은 일반 알루미늄 휠과 비교되지 않는다.
많은 동호인들이 완성차에 달려 나온 클린쳐 휠을 탈거해서 실내 트레이너용으로 쓰고 새 휠을 장만하는 경우 많은데, 레이다 R8000S는 차라리 염가의 실내 트레이너용 휠을 구입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항금리 고개를 오를 때는 림 높이가 낮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에어로 올라운더 타입인 레이다엔 지금 같은 45㎜의 미들림이 잘 어울린다. 에어로를 지향한 성격이나 완성차의 가격을 보나 이 정도 카본 휠이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3시간 정도 라이딩에서 느낀 점을 간단히 정리하면, 편안한 자세, 안락한 승차감, 신뢰할 수 있는 부품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제원 상 무게가 7.8㎏으로 다소 무게감 있지만 실제 라이딩에서 체감무게는 대수롭지 않은 수준이다.
개인적으로는 급진적인 레이스보다 여행이나, 피로도가 높은 그란폰도를 추구하는 라이더에게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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