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이식 미니벨로와 전기자전거로 유명한 턴의 자전거들은 대부분 도심 출퇴근 및 여가활동에 최적화되어 있다. 작은 바퀴와 충분한 기어 그리고 넓은 기어비는 정지와 출발이 반복되는 도심 라이딩에서 경쾌하게 가속하는 동시에 자전거를 가볍게 다룰 수 있으며, 일부 모델에 적용되는 조절식 스템은 한 대의 자전거를 가족 구성원 모두가 공유할 수 있어 편리하다. 견고하며 때로는 독창적인 폴딩 구조는 대중교통과 연계해 라이딩 범위를 확대하고, 보관 장소는 축소시키는 재능이 있다. 모터와 배터리를 더한 전기자전거에서도 턴의 기술적인 특징과 높은 활용도가 그대로 드러난다. 짐을 싣는 랙이 자전거를 세우는 스탠드를 겸하거나 배터리를 보호하는 범퍼의 역할을 하고, 주행거리를 연장하기 위해서 두 개의 배터리를 사용하는 등 곳곳에서 아이디어를 찾아볼 수 있다. 이렇듯 턴을 이야기할 때는 접이식 미니벨로 그리고 작은 바퀴를 쓰는 실용적인 전기자전거가 먼저 떠오른다.
작은 바퀴를 쓴 탈 것들의 전문가, 턴에는 로지 바이크(Roji Bikes)라는 독특한 라인이 있다. 턴이 일본의 키트 디자인(Kitt design)과 협업해서 만든 제품군으로, 로지는 일본어로 골목을 뜻한다. 로지 라인의 자전거는 모두 프레임이 접히지 않으며, 바퀴는 20인치부터 650C 때로는 로드바이크의 휠 규격인 700C까지 다양하게 사용한다. 프레임과 바퀴의 사이즈는 일본인의 신장에 맞춰서 설정되었고, 턴의 제품을 특화시키거나 고유한 디자인으로 새로 만든 크로스오버 자전거 또는 미니벨로로 구성된다. 스트리트 패션이나 라이프스타일, 문화를 담는 로지 라인이 모두 전개되는 시장은 기획한 곳인 일본이며, 다른 국가에는 일부 모델이 소수 공급되고 있다. 국내에는 미니 스프린터인 써지(Surge)와 써지 시리즈의 최신 모델인 써지 X를 만나볼 수 있다.
써지는 20인치(451 규격) 휠을 쓴 미니 스프린터다. 프레임 사이즈에 따라서 650C 또는 700C 휠, 라이저 핸들바를 쓴 크로스바이크 RIP와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날개 같이 넓은 다운튜브와 2개의 볼트로 고정하는 프레임 일체형 시트클램프 등 디자인 그리고 구조적으로 공유하는 요소가 많다. 용접 부위를 부드럽게 마감한 알루미늄 프레임은 케이블을 안으로 숨기는 인터널 방식이며, 블레이드 타입의 일자형 포크가 조합된다. 53/39T 더블 체인링과 11-28T 8단 스프라켓으로 구성된 시마노 클라리스 그룹셋을 썼고, 47㎝와 52㎝ 두 가지 사이즈로 판매된다.
써지 X는 써지 시리즈의 최신/최상위 모델로 공기역학적인 프레임과 디자인이 특징이다.독특한 3스포크 카본 휠 그리고 디스크 브레이크가 적용되었다. 공기역학성능을 높이기 위해서 다운튜브와 탑튜브를 새로 디자인했고, 시트스테이는 가늘게 뽑아냈다. 포크는 블레이드부터 스티어러튜브까지 모두 카본으로 만든 경량 제품이며, 디스크 브레이크를 설치하기 위한 플랫 마운트가 마련되어 있다. 헤드튜브는 디스크 브레이크 사용으로 인한 제동력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하단 베어링의 직경이 더 큰 테이퍼드 타입으로 변경되었다.
구동계는 시마노 R7000 105다. 53/39T 더블 체인링과 11-28T 11단 카세트스프라켓이 20인치 휠과 만나 미니 스프린터 특유의 빠른 가속을 보여준다. 기계식 디스크 브레이크는 TRP 스파이어이고, 앞 160㎜ 뒤 140㎜ 브레이크 로터를 쓴다.
써지 X는 52㎝ 단일 사이즈로 판매되고, 턴이 제시한 적정 탑승 신장은 170~180㎝다. 무게는 9.69㎏으로 측정됐으며, 가격은 310만원이다.
“공기역학 추구한 개성 가득 미니스프린터”
전명우(자전거 동호인)
그동안 미니벨로는 출퇴근 또는 대중교통수단과 연계해서 힐링을 추구하는 가벼운 여행에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턴 써지 X를 경험하기 전 까지는.
다이아몬드형 프레임에 드롭바 그리고 로드바이크용 구동계를 사용한 미니벨로를 미니스프린터라고 부른다. 써지 X는 독특한 부분이 많은 미니스프린터다. 프레임의 형상에서 써지 X의 설계 목적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는데, 공기역학적인 성능과 디자인을 보여주기 위해서 만든 폭이 좁고 높은 날개 모양의 다운튜브가 인상적이다. 그동안 많은 미니 스프린터가 출시되었지만 이렇게 공기역학을 컨셉으로 프레임을 설계하고 공기역학적인 부품을 채용한 모델은 처음 접한다. 다운튜브 외에도 탑튜브와 시트튜브 등 프레임 곳곳에서 턴 써지 X가 추구하는 방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써지 X를 타고 바람을 시원하게 가르며 도심을 질주하는 모습이 머릿속에 자연스레 그려졌다. 공원과 골목을 천천히 즐기면서도 속도를 내고 싶거나 속도를 내기 좋은 환경에서는 마음껏 페달을 밟을 수 있는 그런 자전거다.
휠셋도 프레임만큼이나 독특하다. 자주 접하는 평범한 미니벨로와 달리 앞에 3스포크형 카본 에어로 휠을 장착해서 포인트를 주었고, 매끈한 451 사이즈의 슈발베 원 타이어가 자전거의 컨셉과 조화를 이룬다. 이런 부품들은, 턴 써지 X가 추구하는 방향성을 지지하는 동료 같은 느낌을 준다.
구동계는 시마노 R7000 105 2×11단 그룹셋이다. 12단 카세트스프라켓을 채용하고, 전동화된 디레일러를 쓴 고가의 그룹셋이 흔한 요즘이지만, 105는 여전히 많은 라이더에게 사랑받는 로드 그룹셋이다. 본격적인 로드용 그룹셋인만큼, 생활밀착형 접이식 미니벨로에 사용된 부품들보다 넓고 많은 기어비를 제공한다. 이는 짧아도 가파른 언덕을 수시로 오르내리는 도시 라이딩에서 유용하게 다가온다.
브레이크는 림 브레이크를 쓰는 기본형 써지와 달리 기계식 디스크 브레이크다. 유압식 디스크 브레이크와는 달리 가끔씩 피스톤을 조절해 브레이크 패드 간격을 맞춰주는 수고가 필요지만, 섬세한 컨트롤을 요하는 림 브레이크보다 적은 힘으로 컨트롤 해도 효과적인 제동이 가능해서 만족스럽다. 뒤에는 앞보다 한 사이즈 작은 140㎜를 로터를 썼는데, 제동력에는 부족함이 없다.
턴 써지 X는 패션과 개성을 추구하는 라이더들의 데일리 자전거로 적격이다. 작은 바퀴가 주는 경쾌함과 본격적인 로드바이크용 그룹셋의 신뢰도 그리고 독특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3스포크 카본휠까지, 차별화된 요소가 많으며 빠른 제법 건방진 미니벨로다.
하지만 52 단일 사이즈로 출시되어 턴 써지 X를 타고자 하는 이들을 제한하는 점이 아쉽다. 피팅과 사이즈에 민감한 라이더들은 참고하는 것이 좋겠다. 로드바이크를 사랑하는 평범한 동호인으로서 잠시 다른 세상을 경험해 볼 수 있어서 무척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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