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캇 에딕트 그래블은 2021년 여름, 레이스용 경량 로드바이크인 에딕트 RC를 꼭닮은 모습으로 데뷔했다. 에딕트 RC의 프레임 디자인과 가벼운 무게 그리고 높은 강성과 공기역학성능을 물려받았고, 그래블 주행을 위한 설계가 곳곳에 적용됐다. 폭 45㎜의 타이어를 담을 수 있도록 포크와 프레임의 클리어런스가 확대되었으며 전용 펜더를 장착하기 위한 마운트를 눈에 띄지 않게 설치해서 깔끔한 외관을 완성했다.
스캇은 2020년 에딕트 RC를 공개한 후 두 종류의 파생 모델을 선보였다. 바로 에딕트와 에딕트 그래블이다. 인듀어런스 자전거인 에딕트는 편안한 라이딩 자세와 승차감으로 장거리 주행에 초점을 맞춰 지오메트리와 프레임 디자인이 조정되었는데, 경량/고강성인 HMX 카본을 기본으로 사용한 에딕트 RC와는 달리 HMF 카본 프레임으로만 만들어진다.
에딕트 그래블은 더 많은 수정이 이루어졌다. 에딕트 RC 플랫폼을 이용하기 때문에 케이블 루트 설계와 헤드셋 구조, 샌드위치 타입의 경량 드롭아웃과 공기역학적인 튜브를 적용한 부분 등의 전체적인 프레임 디자인과 디테일을 유지한 채, 오프로드 주행환경을 고려해 체인스테이를 연장하고 시트스테이의 간격을 넓혀서 넉넉한 타이어 클리어런스를 확보했고, 상위 모델에는 일체형 카본 핸들바인 크레스톤 iC SL을 그래블용으로 다시 설계해 적용했다. 등급에 따라서 HMX와 HMF 두 가지 카본 프레임이 쓰인다.
구형 에딕트 그래블은 프레임 디자인과 부품 구성 등에 있어서 신형 모델과 많은 차이를 보인다. 그래블이라는 장르의 인기가 지금처럼 높지 않은 시기에, ‘경량’이라는 덕목에 집중한 지난 세대의 에딕트를 기반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현행 모델과는 여러 부분에서 다른 모습을 보이는데 대표적인 것이 그룹셋과 타이어 클리어런스다. 구형 플랫폼 기반 에딕트 그래블의 타이어 클리어런스는 최대 35㎜. 신형 모델의 45㎜에 비교하면 상당히 작은 편이다. 이는 사용가능한 타이어 종류와 사이즈를 한정하는 동시에 오프로드 주행성능과 승차감을 제한하는 요인이 된다. 신형 에딕트 그래블은 넓어진 최신 그래블용 타이어에 맞춰서 넉넉한 타이어 클리어런스를 확보했고, 지오메트리상 체인스테이와 휠베이스의 표시 숫자가 커지게 됐다.
구형 에딕트 그래블이 판매되던 시점에는 로드바이크용 그룹셋을 그대로 사용하거나 산악자전거용 부품을 일부를 조합하는 형태로 기어비를 설정했다. 유사한 방법이 여전히 활용되고 있지만, 최근 몇 년간 연이어 그래블 전용 그룹셋이 출시되면서 레이스나 어드벤처, 바이크패킹 등 목적과 용도에 맞춘 효율적인 구동계를 쉽게 구성할 수 있게 되었다.
신형 에딕트 그래블의 경우 상위 모델 2개 모델에는 스램 레드와 포스 이탭 AXS 그룹셋이 장착되며, 46/33T 체인링에 10-36T 카세트 스프라켓이 장착된다. 체인링이 한 장인 1× 그룹셋을 쓴 모델도 있는데, 42T 체인링에 10-44T 12단 카세트 조합이다. 시승한 에딕트 그래블 30은 시마노의 그래블용 그룹셋인 GRX 810과 600을 혼합해서 사용했으며, 46/30T 크랭크셋에 11-34T 11단 카세트 스프라켓 사양이다. 시마노 105 그룹셋, 50/34T에 11-32T 카세트 스프라켓 조합이던 구형 에딕트 30과 비교하면, 새로 설정된 에딕트 그래블의 기어비는 노면 저항이 큰 오프로드를 달리거나 바이크패킹을 위한 가방 등의 무게가 더해졌을 때 효율성이 부각된다.
최신 그래블용 타이어 사용을 위해서 타이어 클리어런스를 넉넉하게 확보한 것 외에 중요한 지오메트리 상의 변화로 늘어난 리치가 있다. 그래블 주행에 있어서 보다 안정적인 라이딩 포지션을 유지하고 조향 시 신발이 앞바퀴에 닿는 현상을 줄이기 위해서 헤드튜브와 시트튜브의 각도는 유지한 채, 리치를 9㎜ 가량 연장시키고 포크의 레이크를 키웠다. 자전거의 지오메트리 변화에 따라 라이더의 상체와 팔의 길이를 늘릴 수는 없는만큼, 길어진 리치를 상쇄하기 위해서 사이즈 별로 길이를 7㎜씩 줄인 스템을 사용했다.
M 사이즈의 경우 리치가 378㎜에서 387.1㎜로 9.1㎜가 늘어났고, 스템은 110㎜에서 103㎜로 짧아졌다. 짧은 스템은 날렵한 조향감각을 가져왔고, 길어진 포크 레이크는 큰 사이즈의 타이어를 달았을 때 안정적인 핸들링을 가져온다.
공기역학성능은 구형 대비 대폭 향상됐다. 카본 일체형 콕핏이나 분리형 스템/핸들바 조합에 관계 없이 외부에 케이블이 노출되지 않고, 다운튜브와 시트튜브 그리고 헤드튜브와 시트스테이에 에딕트 RC와 비슷한 공기역학적인 캄테일 튜브를 사용했으며, 시트포스트는 에딕트 RC와 동일한 것을 사용한다. 포크는 진동을 잘 흡수하도록 카본 적층 설계되었으며, 시트스테이는 시트튜브와의 접합 위치를 낮춰서 라이더에게 전달되는 불쾌한 진동을 최소화시키는 동시에 좌우로 벌려서 넓은 타이어 클리어런스를 마련했다.
강하고 지속적인 제동력 확보를 위해서 브레이크 로터는 앞뒤로 160㎜가 적용됐다. 더 강한 제동력을 필요하다면 앞에 180㎜를 끼울 수 있고, 무게 감량을 원한다면 뒤 로터의 크기를 140㎜로 줄이는 것도 가능하다. 프레임과 캘리퍼 사이의 어댑터를 제거하면 140㎜ 로터가 장착된다.
에딕트 그래블은 에딕트 RC와 여러 부품을 공유한다. 무게 150g인 던컨 에어로 카본 시트포스트는 카본 사용량을 최소화한 알파벳 D 모양의 시트클램프로 고정되는데, 에딕트 RC와 동일한 것이다. 프레임의 드롭아웃과 디레일러도 에딕트 RC와 같다. 변속 케이블 가이드를 겸하는 디레일러 행어가 드롭아웃에 샌드위치의 햄처럼 끼워진다.
에딕트 그래블 54(M) 사이즈 HMX 프레임의 무게는 도색이 완료된 상태로 930g이고, 포크는 395g, 시트포스트 150g 그리고 시트클램프 14g으로, 일체형 콕핏(335g)을 포함한 시스템 무게는 824g이다. 테스트한 에딕트 그래블 30은 HMF 카본 프레임에 시마노 GRX 기계식 그룹셋, 분리형 핸들바와 스템, 싱크로스 RP 2.0 휠셋을 썼으며 M 사이즈 기준 9.2㎏이다. 가격은 385만원.
test ride impression
“밸런스가 잘 잡힌 전천후 자전거”
박철우(벨로라운지)
여름, 가장 뜨거운 한여름. 작열하는 태양 아래 33도를 훌쩍 넘는 날들이 이어진다. 로드 라이딩은 잠시 쉬고 싶던 그 계절에 그래블 자전거인 스캇 에딕트 그래블이 테스트를 위해 내게로 찾아왔다. 어린아이가 새로운 장난감을 신기하게 만져보는 것처럼 한 달 동안 에딕트 그래블과 함께 노는 시간을 가졌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도로가 너무나 매끈하게 잘 포장된 탓에 그래블 자전거를 제대로 즐길 장소가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테스트라이드를 비롯해 몇 번의 그래블 라이딩을 해보니 생각보다 내가 살고 있는 양평 주변에 그래블 자전거를 타기에 적절한 임도가 많았고, 산속 임도가 아니더라도 즐겁게 달릴 수 있는 흙길을 찾을 수 있었다. 그래블 자전거는 도로와 비포장도로를 조합해서 하나로 만드는 마법을 부릴 수 있는데, 에딕트 그래블은 그 재주가 상당하다.
에딕트 그래블도 로드바이크와 마찬가지로 그룹셋과 구성 부품의 등급에 따라서 모델이 구분되고, 그룹셋의 구성에 따라서 주행 성격이 크게 달라진다. 테스트한 에딕트 그래블 30은 시마노의 그래블 전용 그룹셋인 GRX 810과 600을 혼합해서 사용했고, 앞 46/30T 체인링에 11-34T 11단 카세트 스프라켓이 조합된다. 그래블과 포장도로에서 충분히 빠르게 달릴 수 있을 뿐 아니라, 펜더나 프레임백 등 액세서리를 부착해 무게가 더해진 상태에서도 비포장 언덕을 충분히 오를 수 있을 정도로 시리즈 중 가장 가벼운 기어비(0.88)를 제공한다. 에딕트 그래블의 개발 컨셉대로 레이스와 바이크패킹을 모두 노릴 수 있는 구성이다.
한 등급 위의 에딕트 그래블 20은 국내에는 출시되지 않았지만, 그래블 라이딩 자체에 집중한 모습이다. 스램 라이벌 이탭 AXS 그룹셋을 사용했는데 앞 변속기 없이 42T 한 장의 체인링에 10-44T 12단 카세트스프라켓을 조합해서 무게를 줄이고, 체인 트러블을 줄이면서 목장길 같은 비포장도로를 질주할 수 있는 세팅이다. 더 상위 모델은 스램 레드 또는 포스 이탭 AXS를 사용하며, 46/33T 체인링에 10-36T 카세트 스프라켓을 사용한다. 도로와 비포장도로 그리고 그래블 레이스에서 가장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세팅이다.
에딕트 그래블 30에 달린 30T 체인링과 34T 스프라켓이 만들어내는 가벼운 기어비는 산악자전거에서 볼 수 있던 것인만큼, 약간의 테크닉만 있다면 제법 경사가 있는 임도에도 도전해 볼 수 있다. 로드에서의 느낌도 나쁘지 않아서, 포장도로에서 시속 35㎞ 이상의 속도를 유지하는데 부담이 없었다. 로드바이크를 타는 그룹에 완벽하게 동화될 수는 없겠지만, 나홀로 또는 지인들과의 라이딩이라면 리듬과 속도를 맞추기 어렵지 않겠다. 약간 더 무거운 로드바이크라고 할까.
프레임 강성이 상당하게 느껴져서 자료를 찾아보니 로드바이크인 에딕트 RC와 같은 수준이다. 여기에 편안한 라이딩 포지션이 더해지고, 제법 노브가 큰 45C 그래블 타이어가 만나 이곳저곳 가리지 않고 기웃거리며 참견할 수 있게 됐다. 비포장도로를 달려야 하고, 타이어가 커져서 BB의 높이가 높은 만큼 도로를 달릴 때 로드바이크처럼 바닥에 붙어다니지 않고 살짝 뜬 느낌이 드는데, 금세 적응이 된다. 도로에서 만족스러운 라이딩을 이어가는 동안 이런 생각이 든다. ‘도로에서 충분한 강성이 느껴지는만큼 비포장도로에서는 지면의 충격을 그대로 전달하는 게 아닐까?’
포장도로에서 임도로 접어드는 순간, 익숙해진 도로에서의 느낌과는 다른 새로운 감각이 살아난다. 타이어의 공기압을 적당히 낮추면 잔잔한 진동과 간헐적으로 마주치게 되는 지면 충격에 대비할 수 있다. 튜브리스 세팅을 한다면 잠재력을 한층 더 끌어낼 수 있겠다.
오르막에서는 타이어가 헛돌지 않게 트랙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페달링 스트로크에 신경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 단단한 에딕트의 프레임의 강성은 비포장도로를 오르고, 내리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집중해서 달리다 보니 어느새 혼잣말을 외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와~! 기함급 하드테일 MTB를 타는 느낌이야. 그런데, 로켓처럼 빠르네!”
그렇다. 정말 빠르다. 에딕트 그래블로 임도를 달리면서, 그래블은 빠르게 달리는 것도 재미있지만 더 재미있는 건 컨트롤에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라이딩 도중 뒤 타이어가 헛돌아서 불필요하게 체력을 더 소모하고 순간적으로 균형을 잃는다거나, 움푹 파인 지면에서 몸으로 모든 충격을 받게 되면 속도가 줄어들고 피로가 금세 쌓이게 된다. 비포장도로에서는 이런 상황이 자주 발생 하기에 ‘그래블 자전거를 재미있게 잘 탄다는 것’의 포인트는, 그립을 잃지 않고 누적되는 피로도를 최소화시킬 수 있도록 자전거를 컨트롤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에딕트는 거친 지형에서 컨트롤이 필요한 순간 적은 힘으로도 민첩하게 반응하는 날렵함을 보인다. 콕핏은 넓고 안정적이며 짧은 스템을 사용했기에 빠른 방향 전환이 가능했고, 가벼운 자전거 무게에 반응하는 듯 경쾌한 토크 전달력이 만족스러웠다.
에딕트를 한 달 동안 사용하면서 떠오른 이미지는 ‘밸런스가 정말 좋은 전천후 자전거’다. 엘리트 선수들이야 어떤 자전거를 줘도 무리 없이 자전거를 컨트롤할 수 있겠지만, 동호인의 입장에서 보면 컨트롤이 쉬운 자전거 그리고 멋지게 생긴 자전거가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공기역학적인 튜브를 사용해서 로드인지 그래블인지 얼핏보면 잘 알 수 없는 날렵한 디자인과 햇빛을 받았을 때 디테일이 드러나는 고급스러운 프레임 컬러와 마감, 적절 토크를 유지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프레임의 강성, 거칠고 가파른 산길을 오르는데 부족함 없는 컴포넌트 조합까지, 마음에 드는 부분이 많다. 오프로드 주행을 위해 강화된 부품과 타이어 때문에 로드바이크만큼 가벼울수는 없지만 체중 증가를 최소화시켰다.
싱크로스 핸들바는 상단 포지션이 편했고, 좌우로 넓게 벌어진 드롭을 잡고 다운힐할 때는 거친 노면에서도 안정적인 핸들 파지가 가능했다. 산악자전거와는 다르게 서스펜션이 없다보니 다운힐 시 타이어가 걸러낼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진동과 충격은 그대로 손에 전달된다. 특히 빠른 속도로 다운힐하게 되면 누적된 진동에 손에 감각이 없어질 정도다. 손이 작은 편이 아니라면, 조금 더 두꺼워서 쿠션감이 있는 바테이프로 튜닝하는 것이 좋겠다.
업그레이드를 가장 먼저 생각하게 되는 부품은 바로 휠이다. 에딕트 그래블 30에 장착된 싱크로스 RP 2.0은 스캇의 로드바이크에 두루 쓰이는, 림 내부 폭이 19㎜인 알루미늄 휠셋이다. 내부 폭이 넓은 카본 휠셋으로 변경하고 튜브리스 세팅을 하는 것이 무게를 줄이면서 승차감을 향상시키고 에딕트 그래블의 잠재 성능을 최대한 뽑아내는 방법이다. 업그레이드하고 남은 싱크로스 휠셋에 기어비가 촘촘한 카세트 스프라켓과 로드용 타이어를 끼워서 도로를 달릴 때 활용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종합해보면 스캇 에딕트 그래블 30은 도로와 비포장도로를 자유롭게 누빌 수 있도록 밸런스가 잘 잡힌 전천후 자전거다. 마침 그래블을 타기 좋은, 물 맑고 공기 좋은 양평에 살고 있기에 더 탐나는 자전거가 되었다. 버킷 리스트에 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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